[기고] 양자 시대를 위한 더 스마트한 하드웨어 설계하기
  • 2025-11-06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 니콜렛 에미노(Nicolette Emmino), 제공: 마우저 일렉트로닉스(Mouser Electronics)


연구진이 큐비트가 신호를 보낼 때만 작동하는 증폭기를 개발했다.
 
(출처: Влада Яковенко/stock.adobe.com; generated with AI)

대부분의 양자 컴퓨팅 관련 기사들은 한 가지에 집중한다. 바로 큐비트다. 큐비트는 양자 컴퓨팅에서 주목받을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비교적 설명하기 쉬운 개념이기 때문에 모든 관심을 끈다. 또한, 양자 시스템에 점점 더 많은 수의 큐비트가 집적되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끝없는 진보를 보여주는 듯한 인상적인 이야기로 비쳐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들은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물론 하드웨어가 실패하지 않는 한 말이다. 양자 시스템에서는 극도로 좁은 동작 한계와 극저온 환경 때문에 하드웨어 구성 요소가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양자 컴퓨터는 이미 존재하지만, 이를 더 크고 강력하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리학적인 기반은 갖춰져 있지만, 진정한 과제는 이 기술을 확장 가능한 형태로 구현하는 공학적 접근에 있다. 작동하는 하나의 큐비트 뒤에는 증폭기, 필터, 스위치, 케이블, 극저온 챔버, 제어 전자장치 등 여러 계층의 하드웨어가 존재한다.

연구자들이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큐비트를 갖춘 시스템을 향해 나아가면서, 가장 큰 공학적 도전은 배선, 전력, 냉각, 그리고 성능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력 관리, 타이밍, 극저온 동작 조건에서 양자의 특수한 제약에 적응할 수 있는 더 스마트한 구성 요소를 설계해야 한다. 이 글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현재의 연구 노력을 다루고 있다.

증폭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

스웨덴 찰머스 공과대학교(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의 박사 연구원인 인 젱(Yin Zeng)은 양자 퍼즐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마이크로파 증폭기(그림 1)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1] 
 
그림 1. 찰머스 공과대학교의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인 젱(Yin Zeng)이 새로 개발된 증폭기를 양자컴퓨터의 극저온 냉각장치(크라이오스탯)에 장착하고 있다.
(출처: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Yin Zeng/Maurizio Toselli)


젱의 연구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큐비트 판독 시점에만 증폭기를 작동시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을까?”

이 아이디어는 희석 냉장기(dilution refrigerator) 내부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시스템 내 대부분의 구성 요소와 달리 증폭기는 능동 소자이기 때문에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젱은 “우리의 증폭기가 냉각 용량의 약 99%를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열 부하는 단순히 냉각 시스템의 부담으로 그치지 않는다. 열은 큐비트 자체의 동작에도 간섭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그는 “큐비트는 매우 민감하다. 주변 환경의 모든 잡음과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젱은 관점을 바꾸었다. “증폭기가 정말 항상 켜져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일반적인 양자컴퓨터의 동작 주기에서, 큐비트의 신호가 실제로 증폭되어야 하는 판독 구간(readout window)은 전체 시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만약 유휴 구간 동안 증폭기를 꺼둘 수 있다면, 성능 저하 없이 열 부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펄스 방식의 고전자 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저잡음 증폭기(LNA)였다. 이 장치는 필요할 때만 빠르게 작동하여 냉각 효율과 신호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그림 2).
 
그림 2. 희석 냉장기 내부에서 동작하는 펄스형 HEMT 저잡음 증폭기(LNA)의 개념도. 이 증폭기는 짧은 판독 구간(readout window) 동안에만 활성화되어, 성능 저하 없이 열 발생을 줄인다. (출처: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Yin Zeng)


물론 증폭기를 필요할 때만 켜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특히 타이밍, 잡음, 그리고 준비 상태가 나노초 단위로 정밀하게 맞물려야 하는 극저온 양자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렇다. 연구팀은 증폭기가 켜진 후 완전히 안정적으로 동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이 정보가 없으면, 증폭기 활성화 시점과 큐비트 판독 타이밍을 정확히 일치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젱은 “우리는 매우 고속의 오실로스코프를 사용해, 나노초 해상도로 시간 영역에서 잡음 성능과 잡음 전이(noise transient)를 분석할 수 있는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그림 3). 연구의 목표는 증폭기의 잡음이 기준선으로 돌아오는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는 증폭기가 안정화되어 양자 신호 처리를 위한 사용이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그림 3. 극저온 증폭기의 잡음 성능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 실험 장치. 이 장치는 나노초 단위의 정밀도로 증폭기가 안정화되어 사용 가능한 상태에 도달하는 시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출처: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Yin Zeng)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일반적인 사각 파형(square pulse)이 증폭기의 반응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증폭기가 최적의 성능으로 복귀하는 데 최대 200나노초가 걸렸는데, 전체 판독 구간이 300나노초에 불과한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지연으로 인해 스마트 온·오프 방식이 실용적이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젱과 연구팀은 표준 사각파 대신 ‘파일럿 펄스(pilot pulse)’를 사용해 증폭기를 켜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잡음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빠르게 안정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특수한 파형을 설계했다.

그 결과, 새로운 파일럿 펄스를 적용하자 증폭기의 ‘웨이크업 타임(wake-up time)’이 200나노초에서 단 35나노초로 단축되었다. 이 속도라면 증폭기를 큐비트 판독 시점에만 안정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어, 신호의 무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열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일반적인 타협을 피하다

이번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흔히 수반되는 성능 저하를 피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증폭기 설계, 특히 극저온 환경에서 동작하는 증폭기의 경우 전력 절감은 보통 이득(gain), 대역폭(bandwidth), 혹은 잡음 성능(noise performance) 중 하나를 희생하는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증폭기 자체의 구조를 완전히 새로 설계하지 않았다. 개선의 핵심은 ‘어떻게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시키는가’에 있었다.

즉, 이 증폭기는 양자 시스템이 요구하는 성능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유휴 상태에서는 불필요한 전력을 소비하지 않는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시스템 전반의 제약 완화

이번에 제시된 새로운 작동 방식은 증폭기 자체를 넘어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희석 냉장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은 전체 시스템의 설계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원 가능한 큐비트의 수, 아이솔레이터(isolator)의 배치, 냉장기의 크기와 구조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젱은 “전력 소모를 10배 정도 줄일 수 있다면, 열 방출 설계에 훨씬 더 많은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폭기의 효율이 높아지면 시스템 전체의 제약이 완화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큐비트를 보호하기 위해 역전파 잡음을 차단하는 데 필요한 아이솔레이터의 수를 줄일 수도 있다.

그는 “관련 논문 중 하나에서는 증폭기의 발열이 큐비트에 영향을 미쳐 추가로 두 개의 아이솔레이터를 더 설치해야 한다는 결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방식이라면 아마 하나만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양자 기술 스택을 한 층씩 다져 나가다

젱에게 이번 연구는 단순히 증폭기를 개선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양자 시스템이 연구실 단계를 넘어 대규모 확장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 설계 방식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 하나의 큐비트에서 수천 개로 확장하는 일은 물리학의 문제가 아니라 공학의 문제에 가깝다”고 말했다.

젱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구는 여러 차원의 최적화를 다루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기존의 증폭기 설계는 주로 주파수 영역 성능, 이득 곡선, 대역폭, 잡음 온도 등 주파수 중심의 특성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젱의 연구는 여기에 ‘시간(time)’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추가했다.

그는 “때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회로 설계에 시간적 차원을 탐구했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

찰머스 연구팀은 모든 구성 요소가 기존 방식대로 동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이들은 ‘타이밍’을 새로운 공학적 차원으로 탐구하며, 전통적인 하드웨어가 양자 환경에서 다르게 작동하도록 설계함으로써 기능적이면서도 확장 가능한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고 있다.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는 흔히 큐비트의 수나 성능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실제로 가장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종종 간과되는 기술적 진보들이다. 더 스마트한 증폭기, 더 깨끗한 신호, 더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 같은 세밀한 개선이야말로 실질적인 혁신의 기반이 된다.

젱과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IEEE TMTT에 오픈 액세스 형태로 공개해, 다른 엔지니어들도 그들의 접근 방식과 설계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2]


 참고 문헌 

[1] https://www.chalmers.se/en/current/news/mc2-smart-amplifier-enabler-for-more-qubits-in-future-quantum-computers/
[2]  https://ieeexplore.ieee.org/abstract/document/10969553


 저자 소개 

니코렛 에미노(Nicolette Emmino)는 ReBoot eMedia의 콘텐츠 전략가이자 공동 리드로, 10년이 넘는 업계 경험과 콘텐츠 제작에 대한 열정을 결합해 전자 산업의 복잡한 개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업계 트렌드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동시에,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c)스마트앤컴퍼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반도체   #부품   #양자 컴퓨팅  

  • 100자평 쓰기
  • 로그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