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탐구] ‘RISC-V’ 바람, 태풍 될까? 찻잔 속 미풍에 그칠까?
  • 2024-01-18
  • 윤범진 기자, esmaster@elec4.co.kr

RISC-V의 장점은 RISC 계열의 Arm과 CISC 계열의 x86 기반의 ISA와 달리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ISA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Arm과 인텔로 대표되는 ISA 시장에 확장성, 유연성, 모듈성을 앞세운 RISC-V가 두 회사의 독점을 깰지 자못 흥미롭다.




RISC-V란?
▲ 라이선스-프리, 로열티-프리의 고품질 RISC ISA
▲ 비영리 RISC-V 재단에서 관리하는 표준
▲ 모든 유형의 컴퓨팅 시스템에 적용
▲ 마이크로컨트롤러(MCU)부터 슈퍼컴퓨터까지




과 몇 년 전만 해도 오픈소스 구현이 가능한 개방형 표준 프로세서 아키텍처에 대한 아이디어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최신 고성능 프로세서 설계는 다단계 파이프라인, 다단계 캐시, 비순차적 명령어 처리(out-of-order execution, OoOE), 분기 예측, 메모리 프리페칭과 같은 고급 기능을 포함하여 매우 복잡하다. 하드웨어 설계 외에도 거대한 생태계가 필요하다. 레퍼런스 디자인 키트와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은 기본이다.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새로운 아키텍처에 포팅도 해야 한다. 또한, SoC 업계가 새로운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실리콘에서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실제로 높은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RISC-V(리스크 파이브) 아키텍처는 이러한 기존 통념을 깨고 프로세서 세계에서 점차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RISC-V는 불과 수년 만에 시장의 주목을 받는 새로운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Instruction Set Architecture, ISA)가 되었다.
RISC-V 발명가들이 설립한 사이파이브(SiFive)를 비롯해 벤타나(Ventana Micro Systems), 로우리스크(lowRISC), 포시(FOSSi)와 같은 새로운 설계 회사가 이 ISA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엔비디아, 퀄컴, NXP, ST, 르네사스와 같은 Arm 라이선스 기업까지 합류하여 제품 포트폴리오에 RISC-V 설계를 추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글은 RISC-V 기반 CPU에 안드로이드(Android)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개발자들에게 이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RISC-V 연례 서밋에서 메타(Meta)와 퀄컴은 RISC-V가 자사의 프로세서 개발 전략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RISC-V International에 따르면, 현재 RISC-V 생태계는 92억 달러의 자금과 총 시가총액 5조 5,000억 달러의 RISC-V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로열티 없는 개방형 표준의 도전

칩셋 아키텍처, 보안, 최첨단 성능 향상을 중심으로 한 IP 설계는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다. 인텔은 x86 명령어 세트로 컴퓨팅 시장의 CPU 아키텍처를 지배해 왔고, Arm은 최첨단 칩셋 아키텍처로 스마트폰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PC와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RISC-V는 임베디드 설계부터 AI 지원 스마트 기기, 고성능 컴퓨터(HPC), 자율주행 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맞춤형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개방형(Open Source) ISA이다. 

Arm, x86과 같은 독점 프로세서 아키텍처와 달리, RISC-V는 라이선스 비용이 부담되는 스타트업이나 반도체 업계의 소규모 업체도 부담 없이 구현할 수 있다. 누구나 이 사양에 맞게 CPU를 구축할 수 있으며, 하나의 CPU용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표준을 준수하는 다른 CPU와도 호환된다. 이러한 개방성으로 인해 컴퓨터 아키텍처 세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2010년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UC 버클리) 커스티 아사노빅(Krste Asanovic) 컴퓨터과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RISC-V ISA는 축소 명령어 세트 컴퓨터(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RISC) 개념을 기반으로 한 일련의 5세대 프로세서를 의미한다. 당초 ‘3개월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RISC-V는 확장 가능한 간단한 ISA의 필요성과 너무 복잡하고 지적자산(IP) 관련 법적 문제가 걸려 있는 상용 ISA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되었다. 
 


RISC-V의 발명가 [사진=RISC-V International]


RISC-V 표준은 2015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RISC-V International에서 관리한다. RISC-V 아키텍처도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RISC-V International이 공식적으로 설립된 2015년 이후부터 생태계 구축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70개국에 걸쳐 4,0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75개 이상의 기술 실무 그룹(technical working group)이 표준, 소프트웨어, 툴 등에 대한 발전을 주도하며 계속해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출처=RISC-V International]
 

RISC-V ISA는 회원사들의 새로운 테이프아웃(tape-out)과 점진적인 생태계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세미코리서치(Semico Research)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예측에 따르면, 2025년까지 RISC-V 프로세서의 누적 출하량은 800억 개를 넘어서 연평균 114.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까지 RISC-V는 전 세계 CPU 시장의 14%, IoT 시장의 28%, 산업용 시장의 12%, 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출처=RISC-V International]
 


RISC-V의 유혹

RISC-V의 장점 중 하나는 확장성(Scalability)이다. 확장 기능을 통해 설계자는 다양한 최종 시장에 맞게 아키텍처를 조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RISC-V 아키텍처를 통해 설계자는 최종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프로세서를 맞춤화하고 설계할 수 있으므로 해당 애플리케이션의 전력·성능·면적(Power, Performance, Area; PPA)을 최적화할 수 있다. 또한, RISC-V ISA는 전체 기능 세트를 사용할 필요 없이 가용한 기능만 골라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RISC-V는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기능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기존의 RISC 원칙을 따르고 로드-스토어 아키텍처(Load-Store Architecture)를 사용한다. 이는 기존 특허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ISA와 마찬가지로, RISC-V 사양은 다양한 수준의 명령어 세트를 정의한다. 여기에는 32비트와 64비트 변형(Variant)과 부동소수점 명령어를 지원하는 확장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소형 임베디드 마이크로컨트롤러(MCU)부터 데스크톱 PC, 벡터 프로세서가 탑재된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버전을 개발할 수 있다. 

RISC-V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무료 소프트웨어 컴파일러인 GCC (GNU Compiler Collection)을 비롯한 여러 컴파일러 언어와 리눅스 운영체제에서 지원된다. 또한, 다수의 회사에서 RISC-V 하드웨어를 제공하거나 발표하고 있다. 예를 들어 MCU부터 리눅스를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온모듈(System on Module, SOM), RISC-V 코어를 탑재할 수 있는 FPGA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RISC-V는 LiteOS, FreeRTOS, 리눅스,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하며, 이것은 RISC-V가 클라우드, 데스크톱, 단말기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통해 다양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RISC-V IP 및 소프트웨어의 전체 시장은 2025년까지 54.1%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10억 7,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RISC-V International]



확산하는 ‘RISC-V’ 현상

RISC-V ISA의 적용 옵션은 무궁무진하다. RISC-V 프로세서는 웨어러블, 산업용, IoT, 가전기기와 같이 공간 제약이 있고 배터리로 작동하는 설계의 전력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데 이상적이다. 

RISC-V 코어는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성능을 처리하도록 맞춤화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 작동을 위한 특정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더 큰 SoC의 일부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맞춤형 ISA로 자동차, HPC, 데이터센터와 같은 복잡한 연산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RISC-V 확장을 통해 간단하고 안전하며 유연한 코어를 개발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항공우주 분야에 높은 신뢰성과 보안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퀄컴은 이미 스마트폰 SoC와 함께 제공되는 MCU에 RISC-V를 사용하고 있다. 메타, 인텔, 텐스토렌트(Tenstorrent), 벤타나 등은 AI와 HPC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RISC-V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벤타나는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Imagination Technologies)와 협력하여 RISC-V 기반의 CPU-GPU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 8월, 보쉬을 비롯한 인피니언, 노르딕세미컨덕터, NXP, 퀄컴 등 5개사는 전 세계적으로 RISC-V 하드웨어의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새로운 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4개월 만에 이 회사 이름은 퀸타우리스(Quintauris)로 정해졌고, 알렉산더 코처(Alexander Kocher)가 CEO로 임명됐다. 코처는 자동차 업계에 임베디드 및 커넥티드 소프트웨어 제품을 공급하는 일렉트로비트(Elektrobit)의 사장 겸 CEO 출신이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퀸타우리스는 개방형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제품의 상용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웹사이트에 “호환 가능한 RISC-V 기반 제품을 가능하게 하고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제공하며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일 소스가 될 것이다. 초기에는 자동차 분야에 중점을 두겠지만, 궁극적으로 모바일과 IoT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임베디드 프로세서 및 SoC 플랫폼 솔루션 공급업체인 안데스(Andes)와 MIPS 프로세서 아키텍처 및 IP 코어 공급사인 MIPS도 RISC-V 진영에 합류했다. CAD 및 반도체 IP 회사인 시높시스(Synopsys)는 프리미어 회원으로 RISC-V 진영에 합류한 후 Arc-V 제품군을 통해 자사의 맞춤형 CUP IP 비즈니스에 RISC-V를 도입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로 인해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 중국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RISC-V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오픈소스인 RISC-V가 중국 반도체 기업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중국의 거대 클라우드 기업은 하드웨어 공급업체에 앞으로 RISC-V 칩으로 전환할 것을 명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는 AI 고성능 연산에 적합한 C910 칩을 포함한 8개의 RISC-V 기반 서버 CPU를 출시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측면에서는 지난해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구글, 인텔,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 미디어텍, 엔비디아, 퀄컴, 레드햇, 리보스, 삼성 등이 포함된 13개 기업 컨소시엄이 ‘RIS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RISE(RISC-V Software Ecosystem)는 새로운 RISC-V 아키텍처의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과 애플리케이션 상용화 과정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원사는 이동통신, 데이터센터, 엣지 컴퓨팅, 자율주행 분야에서 RISC-V 프로세서의 상용화를 공동으로 추진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RISC-V 툴체인과 소프트웨어 환경은 빈약했다. 하지만 이제 컴파일러, 디버거, 기타 소프트웨어 툴을 쉽게 배포할 수 있다. 

 


RISC-V 생태계 [출처=RISC-V International]


RISC-V에게 Arm은 ‘넘사벽’

빠르게 진화하는 프로세서 생태계에서 RISC-V는 주요 반도체 회사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성장의 발판을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생태계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개방형 프로세서 아키텍처가 Arm, x86 아키텍처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의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 
Arm은 광범위한 생태계를 통해 전 세계 스마트폰 CPU 코어의 99%를 차지하며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다. Arm의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RISC-V와의 경쟁으로 인해 감소할 가능성은 있으나, RISC-V가 앞으로 5년 안에 5%를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RISC-V 아키텍처가 꾸준히 채택되고 있다고는 하나,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Arm 아키텍처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Arm의 가격 정책이 얼마나 공격적인가에 따라 영향은 받게 될 것이다. Arm이 로열티 수수료를 인상한다면 RISC-V에 긍정적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RISC-V International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RISC-V 기반 칩은 100억 개가 출하됐다. Arm은 1990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2023년 2월 기준) 누적 2,500억 개의 칩을 출하했다. Arm 기반 칩은 초당 900개, 하루 약 7,000만 개가 출하되고 있다. “Arm is Everywhere Technology Matters”는 허언(虛言)이 아니다.

RISC-V가 비록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여정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럼에도 개방성, 경량 설계, 유연성과 같은 RISC-V의 차별화된 가치 제안이 특히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점점 더 커뮤니티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이 점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RISC-V의 3가지 이점

유연성(Flexibility): RISC-V는 사용자가 특정 적용 분야에 맞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맞춤화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고유한 기능을 제공하여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능, 전력, 면적에 대한 설계 트레이드오프를 개선할 수 있다.
제어(Control): 개방형 ISA는 설계자와 개발자가 컴퓨팅 환경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므로 타사에 의존하거나 독점 아키텍처와 관련된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시스템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
가시성(Visibility): RISC-V의 개방형 표준 특성으로 인해 개발자는 코드베이스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져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하고 잠재적인 보안 위험도 문제가 되기 전에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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