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인공지능학회 김용대 회장 “제조업 분야 인공지능 잠재력 커… 사회적 책임 논의는 당장 시작해야”
  • 2023-06-07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국내 학계와 산업계 다리 역할, 집단 지성에 의한 강제적 속도조절 필요

다시, 인공지능(AI)의 시간이다. 챗GPT, Bard와 같은 생성형 AI가 주목 받으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파급력이 거세다. 이 거센 파도를 휩쓸리느냐, 아니면 이를 잘 이용해서 더 멀리 나아가느냐는 그 기 반 기술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용대 회장, 한국인공지능학회

이에 국내 인공지능 연구의 대표적인 학회, 한국인공지능학회를 떠올렸다. 학회는 2016년 12월에 창립되었다. 한 국인공지능학회 창립 이전에도 정보과학회와 전자공학회등에서 인공지능분과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인공지능 연구의 다학제적 성격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학회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한국인공지능학회가 만들어졌다.

창설 직후에는, 주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위주의 운영을 하다가, 2020년도부터 한국인 공지능학회 주관 학술 대회를 년 2회 개최하고 있다. 현재국내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의 연구자들을 포함해서 400 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국내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고/최대의 학회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부터 제4대 회장직을 맡아 학회를 이끌고 있는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에게 물었다.


Q.  현재 학회장으로서 어떠한 일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올해 학회의 중점 사업과 연관지어 말씀해 주신다면요.

중점 사업으로 다음 두 가지를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학회의 외적인 성장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관 학문 분야의 학회들과의 긴밀한 소통 관계를 구축하여 저변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유관 학회와 산업체와의 공동 워크샵이나 공동학회 개최를 통해서 한국인공지능학회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로는, 학회의 내적 성장을 위해서, 회원님들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학회의 조직과 규정을 내실화 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 는 기초를 공공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회원님들의 연구와 소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특히, 소식지를 만들어서 학회 활동의 홍보뿐 아니라 회원님들의 동정을 공유하여 회원님들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함과 더불어 공동연구의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LLM 관련 학연산 워크숍 개최할 예정

Q.  인공지능학회는 국내 인공지능산업에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최근의 성과가 있다면 같은 맥락에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국내 인공지능 산업과 경제를 위한 한국인공지능학회의 역할은 매우 다양합니다. 먼저, 학계의 연구자와 산업체와의 연결을 통해서 인공지능 사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인재양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업체와 공동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학교의 교육을 보완해서, 산업체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인공지능 기술발전의 국제적 조류를 파악하고 이를 국내 산업계에 전수하는 역할도 담당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내의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학회가 창설된지 오래되지 않아서, 현재까지는 학회의 기반을 닦는데 집중하였습니다. 특히, 2020년부터 열리고 있는 학술대회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며, 이를 통해서 국내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소통의 창구로써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연구자들의 소통과 더불어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특히 LLM (Large Language Model) 관련 학연산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Q.  학회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한국인공지능학회는 창립한 지 10년이 안된 신생학회입니다. 그래서, 학회의 단기적인 목표는 학회 내실을 다지는 것입니다. 회원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회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산업체의 참여를 높이고, 이를 통해서 재정적 자립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국내 인공지능 연구와 산업의 발전을 위한 허브로써 자리 매김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주재로 다루는 학술대회나 워크숍, 포럼 등이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지능 관련 다양한 행사의 중심에 한국인공지능학회가 위치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갈 것입니다. 시류에 치우치지 않고, 인공지능의 백년지대계를 이끌 수 있는, 국내에서 최고 권위의 학회로 성장할 것입니다.
 

언어 모형에서 인공지능의 질적 변화 경험하고 있어

Q.  그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겠습니다. 최근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알파고 이후에 인공지능을 다시 뜨거운 이슈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이벤트(알파고, 챗gpt..) 중심으로 산업이 확산되는 느낌인데요. 이러한 경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근의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들은 2006년 힌튼 교수의 연구결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일반사람들에게 급속도록 가깝게 다가온 두 가지 사건이 바로 알파고와 ChatGPT일 것입니다. 그런데, 알파고와 ChatGPT는 그 기술적 의미나 파급 효과가 많이 다릅니다. 알파고는 그야말로 구글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친 거대한 행사였습니다. 딥러닝 기반 다양한 기술은 2006년부터 발전해오고 있었으며, 알파고는 이러한 기술을 바둑에 접목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 알파고는 이후 몇 차례의 진화를 거듭한 후에 은퇴를 하면서 우리의 기억에만 남아 있습니다. 알파고에 사용된 기술들이 다양한 인공지능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알파고 자체는 이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고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실제 알파고가 바둑 이외에 성취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알파고의 역할은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크게 고조시켜서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 이후로, 인공지능 기술은 다시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곁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 시에 일차 서류전형에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으며, 지문이나 얼굴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핸드폰이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 기술은 꾸준히 발전되어 왔지만 성능 향상의 속도는 더디어지고 있고, 이러한 정체를 돌파할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2023년에 ChatGPT가 등장했습니다. 언어 모형에서 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하는 엄청난 성능의 향상과 더불어, 인공지능의 질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영역뿐 아니라 인류사에 큰 획이 그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들도 다수 있습니다.

ChatGPT는 질적으로 알파고와는 많이 다른데, 알파고가 매우 흥미로운 행사였다면, ChatGPT는 그 자체로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기술입니다. 알파고는 바둑에서 시작해서 바둑을 끝난데 비해서, ChatGPT의 활약은 어느 누구도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 합니다. ChatGPT로 인한 큰 변화 중 하나는, ChatGPT 이전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소스를 공개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만, ChatGPT 이후에는 GPT4나 BARD 등의 모형들은 더 이상 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뭔가 엄청난 새로운 바람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인공지능은 분명 우리 생활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고요. 국내의 연구방향은 주로 어떠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지요. 또는 우리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라든지, 가야할 방향이 있다면요.

학계에서는 특정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인공지능 전 분야에 걸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가장 기본적인 연구 분야인 비전(Vision), 언어, 음성의 연구로부터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이론적 성질의 규명,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한 연구, 그리고 사회적으로 건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국내 학계의 인공지능 연구는 특정한 분야의 선택과 집중보다는, 연구자들의 관심 분야에 따라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종합 예술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연구자들의 자율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분위기는 인공지능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위한 좋은 전략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산업계의 사정은 학계와는 조금 다른데요. 당연하겠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적 가치가 큰 부분을 위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비전 관련 연구가 산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수행되고 있는데요, 자율자동차, 제조업에서의 비전 검사, 안면인식 그리고 의료영상 등의 분야에서 비전 인공지능 기술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비해서 언어와 음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그 발전이 느렸었는데요, 최근에 ChatGPT의 등장과 함께, 언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인 강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제조업 관련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국제적 기술 동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또한, 한류 등의 문화 콘텐츠 분야, 나아가 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인공지능 분야가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거대언어 모형의 경쟁에서 한국의 네이버가 선전하고 있는 것도,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대기업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중소/벤처기업에서
이용하여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대기업의 산업경쟁력을 제공하는 선순환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양질의 데이터 구축 사업에 데이터 보유 기관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Q.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도 정책적인 방향이나 법 정비, 산업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장 인공지능 연구에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데이터 사용 관련해서도 현안이 많은데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도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 사업 등을 포함한 데이터 댐 사업을 통해서 양질의 데이터 확보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및 데이터 거래소 개설 등을 통해서 민간에서 데이터의 생성 및 공유를 위한 환경 구축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댐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크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데이터 구축 노력과 함께, 인공지능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에도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최고 선진국인 미국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얘플, 메타 등 다양한 빅테크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 빅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많은 벤처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민간기업 위주로 생성, 유통,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미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빅테크 기업이 그리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주도의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의 구축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및 투자가 정부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고, 데이터댐 사업도 이러한 정부의 노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미비한 상태에서, 양질의 데이터 구축 사업은 그 산업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건전한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한 대기업(그리고 데이터 보유 기관, 예: 병원)과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 능력이 있는 중소/벤처 기업 간의 긴밀하고도 과감한 소통의 장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중소/벤처기업에서 이용하여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대기업의 산업경쟁력을 제공하는 선순환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양질의 데이터 구축 사업에 데이터 보유 기관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공공성과 함께 데이터 관련 재산권의 보호도 함께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에 구글의 LLM (Large Language Model)인 BARD의 첫 번째 외국어로 한국어가 선택이 되었는데요, 국내 데이터허브 사이트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한국말 데이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핵폭탄보다도 더 부작용이 클 수 있어

Q.  끝으로,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급기야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기술의 규제라든지, 속도조절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의견이 궁금합니다.

최근에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엔, 딥러닝의 아버지인 힌튼 교수가 구글을 사퇴하면서도,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거대언어 모형의 등장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우리 앞에 다가온 실제 위험일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가짜정보의 남발에 의한 사회적 혼란은 시급히 막아야 할 중대한 위험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당장 시작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기도 하는데요, 역사적으로 볼 때 연구자들의 선의에 의한 속도조절은 거의 불가능하며, 사회적 합의에 의한 강제적 속도조절이 필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투자를 할 때, 사회적 책무에 대한 범위를 명확히하고, 이를 연구자들이 강제적으로 따르게 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합니다. 단, 어떤 책무를 물을 것이며, 어떻게 강제하느냐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공지능은 핵폭탄보다도 더 부작용이 클 수 있습니다. 수년 전에 국제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인공지능 무기개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지 않고 있는 것도 큰 우려가 됩니다. 요즘 같은 신 냉전체제에서 전쟁로봇의 등장은 인류에게는 엄청난 위험이 됩니다. 인류의 집단 지성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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