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반도체, 달 착륙선, 벌꿀의 공통점은
  • 2022-06-08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4 동맹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찾은 곳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라는 사실은 지극히 상징적인 제스처로 보인다. 언제인지부터 합성어가 된 ‘경제+안보’를 위한 의도적인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경제안보의 핵심이 반도체이고, 그런 반도체 공장에서 양국 정상이 함께 찍은 사진을 누구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며 찍은 대표적인 사진을 봐도 그의 반도체 사랑(?)은 남다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반도체 공장 방문은 단순히 사진 촬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이 이른바 반도체 4국(Chip4) 동맹 구축을 구체화하려는 까닭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을 엮어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동맹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국의 반도체 자급율이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속셈이다.

문제는 그런 중국 시장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전 세계 약 24%)이 크다는 현실이다. 더구나 우리는 반도체 수출의 60%를 의존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의 셈법이 복잡하게 되었다. 반도체 공장에서의 사진이 그리 달갑지만 않은 이유이다.



4다리

이름이 정해졌는데도 영 개운하지가 않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의 이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는 8월3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콘9에 실려 발사될 예정인 달 탐사선 이름을 '다누리‘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달의 우리말인 ‘다’와 ‘누리다’라는 단어를 합친 말이라 한다. 명칭 공모작인 6만여 건에서 고르고 고른 이름치고는 다소 싱거운 의미를 가졌지만 이름처럼 달에 가서 ‘다 누리고(탐사하고)’ 왔으면 한다.

다누리는 2030년 발사될 한국의 달착륙선 착지 지점을 찾고 미국 나사와 협력해 달에 얼음이 있는 여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만 우주항공 선진국들은 비크람, 베레시트, 창어4호 등의 달 착륙선을 달에 보냈다. 이착륙선들을 보낸 나라와 착륙지점은 다르지만 최초의 유인 달 착륙선 아폴로11호와 함께 착륙선 다리가 4개라는 점이다. 바로 달에 떨어지는 착륙선의 착지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 이라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설명했다. 다리가 3개일 때 보다 4개일 때 무게 중심이 기울어질 수 있는 거리가 두배 가까이 길어지는데, 이는 전복 가능성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사람이 넘어지려고 할 때 다리를 넓게 벌리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말이다.

4년

필자는 주말이면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탄다. 벌써부터 한낮의 더위는 초여름 같지만 오후 4시가 넘어도 해가 길어져 상쾌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어디 바람뿐이겠는가, 천 주변에는 온갖 꽃들이 난무한다. 금계국이 노란 물결을 만들면 사이사이 안개초, 개양귀비, 데이지 등의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바람에 춤을 춘다. 근데 꽃들은 지천인데 뭔가 허전하다. 꿀벌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심각한 꿀벌 실종 시대는 어디서든 체감하게 된다.

5월 20일은 UN이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세계 ‘꿀벌의 날’ 이었다.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도움을 받을 만큼, 꿀벌은 생태계에 막대한 존재이다. 이런 꿀벌이 급격한 기후변화와 살충제 남용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4’라는 숫자는 오묘하다. 칩4 동맹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숫자이고, 착륙선의 4다리도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천 변의 화려한 들꽃을 보는 심정이 남다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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