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휘어진 숟가락과 화합물 반도체의 비밀
  • 2021-07-08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그는 난관에 봉착했다. 가로 세로 배열의 기준이었던 원소들의 원자량 순서와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의 충돌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가로 방향에 원자량 순서대로 배열했다.

어떤 조건에서도 변치 않는, 가장 믿을 만한 것이 원자량이라고 판단해서 이다. 그리고 세로줄에는 비슷하다고 판단한 원소들을 배치했다. 이렇게 가로줄은 주기(period)라고 했고 세로줄은 족(group)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예를들어 니켈과 코발트의 경우이다. 원자량 순서로는 니켈(58.7) 다음이 코발트(58.9)이지만 화학적 성질로 따지면 서로 순서가 바뀌어야만 했다. 애초 세웠던 기준이 흔들렸지만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원자량을 버릴 것인가.
화학적 성질을 버릴 것인가. 그는 결국 원자량 순서를 무시하고 코발트를 니켈 앞에 세운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눈치 빠른 이는 눈치 챘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수,헬,리,베…”라고 줄창 외웠던 주기율표 이야기라는 것을. 많은 원소들이 조화로운 화음을 낸다고 직감하여 당시 알려진 63종의 원소를 배열하는 과정에서 주기율을 발견한 러시아의 위대한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멘델레예프의 고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니켈과 코발트 말고도 주기율표의 특정 지점들이 엉망으로 꼬이고 틀어졌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매우 과감하게도 주기율표에 빈자리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빈자리를 두면 주기율표를 매끄럽게 정리할 수 있었고 언젠가 빈자리를 채울 원소가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자들이 게을러빠져서 아직 못찾은 거야. 열심히 찾아보라고 해!
내가 알려준 원자량과 원자가를 가진 원소, 바로 저 구멍에 있어야할 원소가 반드시 존재할 테니!”
 
_아톰익스프레스, 조진호 著

희망만이 아니었다. 그가 말한 빈자리를 채울 원소들이 후에 속속 발견됐다. 그가 에카-붕소, 에카-규소라고 말한 원소는 후에 스칸듐(Sc, 원자번호21)과 게르마늄(Ge, 원자번호 32)으로 발견된다. 또한 에카-알루미늄 이라고 명명했던 원소는 나중에 갈륨(Ga, 원자번호 31)으로 발견된다. 프랑스의 화학자(P.E. 르코크 드 부아로드랑)가 발견한 갈륨은 자신의 조국 프랑스의 라틴어 이름인 갈리아에서 이름을 따왔다.

갈륨의 화학적 성질을 잘 말해주는 유명한 사건(?)이 바로 한때 쇠숟가락을 휘어지게 만들었던 초능력자의 마술이었다. 연배가 좀 있는 이라면 어릴 적 멀쩡한 숟가락을 휘게한다고 깝치는 바람에 엄마한테 야단께나 맞은 기억이 있을테다. 실온에서 은백색의 고체 상태로 존재하는 갈륨은 녹는점이 29.78℃여서 손으로 잡고만 있어도 체온에 의해 액체로 변하기 때문에 그런 초능력 마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화합물 전력 반도체의 부상

이런 갈륨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화합물 전력 반도체의 부상과 무관치 않다. 갈륨이 단일(원소) 반도체 소재나 화합물 반도체 소재로 줄곧 쓰이긴 했지만 자동차, 태양광 등 차세대 고속/저손실 고효율 분야에서 화합물 전력반도체가 더욱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SiC(탄화규소), GaN(질화갈륨)과 같이 와이드밴드갭(WBG) 소재를 사용해서 만드는 화합물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보다 10배 이상의 전압에도 견딜 수 있어 전기차, 5G 등 적용할 수 있는 신산업 분야가 폭넓다.

업계 관계자들은 SiC, GaN과 같은 화합물 전력반도체가 다품종 소량 생산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산업이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침 본지가 7월에 전력반도체 세미나를 통해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집중 소개할 예정이다. 한때 숟가락 마술로 이용됐던 갈륨이 화합물 전력반도체(GaN)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또 SiC 전력반도체의 활용도는 어디까지인지 세미나를 통해 확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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