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한국 대전의 뇌 장치 실시간 조작 성공…거리·장소 제약 없는 뇌 연구 가능성 입증
미국 시카고에서 한국 대전에 있는 초소형 뇌 이식 장치를 인터넷으로 원격 조절한다. 한국 연구진이 세계 어디서든 약물을 전달하고 빛으로 뇌 신경세포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무선 장치를 개발했다. 거리와 장소의 제약을 넘어 뇌 질환의 장기 연구와 미래 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KAIST(총장 배충식)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의과대학 김화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약물 전달, 빛 자극, 무선 통신, 인터넷 원격 제어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선 뉴럴 임플란트(뇌 이식 장치)?를 개발했다고 8월 27일 밝혔다.

기존에는 실험동물의 뇌 신경을 자극하거나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복잡한 선이 연결된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동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선 장치 역시 연구자가 가까운 곳에서 직접 조작해야 하는 등 거리와 실험 환경의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뇌 이식 장치를 인터넷에 연결했다. 연구자가 실험실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약물을 투여하거나 빛을 쬐어 특정 뇌 신경세포를 조절할 수 있다. 미리 설정한 시간에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프로그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치는 각설탕 정도의 작은 크기로 제작돼 동물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연구자가 실험동물 가까이에서 반복적으로 장비를 조작할 필요도 없어, 사람의 존재로 인한 스트레스가 동물의 행동과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장치 내부에는 뇌의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정밀하게 전달하는 미세 유체 시스템과 특정 신경세포를 빛으로 조절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icro LED)?가 함께 탑재됐다. 약물과 빛을 각각 따로 조절할 수도 있고, 두 기능을 연계해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약물 저장소는 자석으로 쉽게 떼었다 붙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약물이 떨어져도 장치를 다시 이식하는 수술 없이 저장소를 교체하거나 약물을 보충할 수 있어 장기간 반복 실험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실제 쥐에 장치를 이식해 4주 동안 성능을 검증했다. 특히 미국 시카고에 있는 연구자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대전에 있는 뇌 장치를 실시간으로 원격 조작하는 데 성공, 국가 간 거리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KAIST 측은 전했다.
또한 연구팀은 무선으로 쥐의 뇌에 코카인을 투여하고 동시에 특정 신경세포에 빛 자극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독과 관련된 행동 반응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해 약물 전달과 빛 자극을 결합한 뇌 회로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기술은 연구자가 실험동물 옆에서 직접 장비를 조작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동물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환경에서 장기간 뇌 회로와 행동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독이나 우울증, 퇴행성 뇌 질환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뇌와 행동이 변화하는 질환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뇌의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결합해, 필요한 시점에 약물이나 신경 자극을 제공하는 지능형 이식형 의료기기 연구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KAIST 정재웅 교수는 “이번 기술은 빛과 약물을 이용한 무선 뇌 이식 장치를 단순한 근거리 조작 도구에서 장기간·반복적·원격 실험이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뇌공학 플랫폼으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뇌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지능형 이식형 의료기기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화영 교수는 “동물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환경에서 특정 뇌 회로를 장기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중독, 우울증, 퇴행성 뇌 질환 등 다양한 질환 모델에서 뇌 회로와 행동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연구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은영 박사과정과 연세대 의대 박종우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7월 29일 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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