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엑스팩토리 박준영 대표 “ AI 반도체 개발, 투자받기도 힘들지만 제 갈 길 갑니다”
  • 2019-02-08
  • 전동엽 기자, imdy@elec4.co.kr

대기업도 마다하고 무모하다는 팹리스 창업, 오히려 기회라 생각해

유엑스팩토리(UXFactory)는 국내에 몇 안 되는 팹리스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 KAIST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친 박 대표는 다른 동문들처럼 대기업에 편히 입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안정된 직업이 아닌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것도 이미 한차례 영광이 지나간 팹리스 반도체설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본다면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국내 팹리스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채 1%가 되지 않는 척박한 시장에 길을 내고 있는 셈이다. 박준영 대표를 만나 그 도전의 배경과 이유, 나아가 목표가 무엇인지 듣고 싶었다.


인터뷰 / UX팩토리 박준영 대표



유엑스팩토리는 모바일용 AI 반도체를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유엑스팩토리는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는지요.

저는 2014년 8월에 KAIST에서 박사를 받고 졸업했습니다. 대체복무제도인 전문연구요원 기간이 남아있어 졸업을 하고도 해당 기간 동안 카이스트 소속 포스닥(Post.Dr)으로 있으면서 산업체 쪽 기술자문 등의 업무를 보았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할 때만 해도 국내에 큰 팹리스 회사들이 꽤 있었는데 제가 졸업할 때는 거의 다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팹리스 스타트업이 기회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도체 자체가 워낙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이고, AI라는 기술이 실현되려면 반도체 기술이 필연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박사학위 중에 AI 기술에 굉장히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서비스와의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영화에 비쳐지는 AI나 발표되는 논문들은 사실상 대형 서버의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획기적인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구현되려면 동작하는 하드웨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비어있었습니다. AI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런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봤을 때 기회가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창업하고 나서 한 번도 투자를 받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들어가는 돈을 한번 체크해보고 나면 연락이 더 이상 없다.
요즘에는 인공지능이 워낙 뜨고,
포트폴리오상 하드웨어가 필요하긴 해서 관심을 갖는다. "



그렇다면 유엑스팩토리는 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까.

저희는 모바일 쪽을 많이 타깃으로 했습니다. 저희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IT 기업들이 인공지능 하드웨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시작했던 것이 저희와 다릅니다.
저희는 AI가 사람과 컴퓨터 간에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에서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UI/UX 의미를 넣어 회사 이름을 ‘유엑스팩토리’라고 지었습니다. AI칩을 만들지만 어떻게 보면 AI 솔루션을 가능하게 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칩 레벨까지 포함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애플 화웨이 등에서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모바일용 인공지능 하드웨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시장이 형성되리라 생각하십니까.

회사초기에는 스마트 글래스를 많이 했습니다. 스마트 글래스 자체를 만들기보다는 이런 인공지능 칩이 활용되기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에는 PC에 키보드와 마우스가 있었지만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주변기기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핀치-줌이나 멀티제스쳐 같은 기능들이 만들어지면서 터치 인터페이스가 더 발달됐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글래스까지 가게되면 터치가 가능한 물리적인 공간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다루는 곳에서 AI가 필수적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언어를 타자로 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음성인식기술이 상당히 발달됐습니다. 최근에 중국에 갔더니 타자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메신저 어플도 손으로 타이핑을 하지 않고 음성인식을 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야외에서도 전부 음성인식을 사용합니다. 저희가 볼 때는 인공지능 칩이 들어가게 되면 또 한번 유저인터페이스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애플의 시리, 삼성 빅스비 등 모바일 기기에 AI 프로세서가 탑재되기 전에도 AI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AI프로세서가 기기에 탑재되면 어떠한 이득이 생기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아무래도 좀 더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개인화 서비스라는 것은 개인 프라이버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일부 사용자는 개인의 사용정보가 클라우드에 갔다 오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클라우드에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가 그대로 전송되고 있는데, 엣지단에서 처리하게 되면 클라우드로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훨씬 더 프라이버시 보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빅데이터를 위해 서버에 데이터가 모이더라도 인공지능을 통과해서 메타데이터로 전달되기 때문에 데이터 공유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지금은 클라우드에서 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에 대한 구분이 없지만 AI 프로세서가 탑재되기 시작하면 역할이 나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모바일 엣지가 발달해도 빅데이터의 필요성 때문에 클라우드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계인력이 더 많아져야 비메모리쪽에서 확실한 성장이 가능하다.
(중략) 칩 설계는 고학력 석박사들이 필요합니다.
인력에 대한 부분은 국가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GPU, 구글의 TPU 등이 인공지능에 사용되고 있는데 유엑스팩토리에서 개발한 AI 반도체 UNPU는 어떤 제품이며 기존 프로세서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GPU는 애초에 시작 자체가 그래픽 처리를 위해 사용되다 보니. 전력소모나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AI ASIC 같은 경우 2~3년 전만 해도 ‘GPU로 해도 되는데 뭐하러 만드냐’ 라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다들 AI ASIC으로 가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구글에서도 TPU를 만들고 있는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런 업체들은 아무래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좀 더 효율적인 서버를 유지·보수하는데 타깃팅이 되어있다 보니 모바일에서 사용하기에는 사이즈가 큽니다.

저희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옵티마이즈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하드웨어 아키텍쳐에서 다 지원해주고 있어서 좀 더 딥러닝에 효과적이라는 게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희의 최대 장점은 최신 연구를 파악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옵티마이즈를 포함해 하드웨어에 쉽게 꾸밀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좀 더 딥러닝에 효과적입니다.



국내 팹리스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채 1%가 되지 않고, 창업 수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으로서 사업상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혹은 사업 환경과 관련하여 정부나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투자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투자금액이 워낙 큰 편입니다. 국내 창업 붐이 많이 일었지만 다 CS쪽에 몰려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투자자 입장이 이해가 갑니다. 예를 들어, 65nm급 옛날 공정으로 검증하기에도 5~6억 정도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투자자들은 거의 포기하게 됩니다. 이 돈이 직원들한테 인건비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칩 개발비로만 나간다고 하면, 기존에 VC들이 계산하는 계산기 상으로는 도저히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CS쪽은 앱 개발 위주기 때문에 인건비만 주어지면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반면, 칩은 파운드리를 통해서 실리콘검증이 돼야 제품의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CS 분야는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가 굉장히 높은데, 칩 분야는 그렇지 않다 보니까 투자자체가 힘든 편입니다.

특히, 반도체는 캐드 툴도 워낙 비싸서 스타트업이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올해부터는 ETRI에 지원 프로그램이 생겨서 중소기업용 라이선스를 쓰고 있지만 지원은 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희가 2015년 8월에 창업을 했는데 창업하고 나서 투자는 한 번도 못 받았습니다. 투자자들이 들어가는 돈을 한번 체크해보고 나면 연락이 더 이상 없었습니다. 요즘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투자자가 관심이 있더라도 실제로 비즈니스가 잘되고 모델을 갖추고 있어서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워낙 뜨고 소프트웨어 회사는 투자할만한 곳은 다 했는데 포트폴리오상 하드웨어가 필요하긴 해서 관심을 갖는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투자받기는 여전히 힘든 상황입니다.

인력문제도 큽니다.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국내 팹리스 회사들은 인력을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후배들 경우만 봐도 대기업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칩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칩 설계는 국내 커리큘럼 상 학부생들이 할 수 없습니다. 설계 인력은 대부분 박사급입니다. 아무래도 사업 초기 자금으로는 박사급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설계인력이 더 많아져야 비메모리쪽에서 확실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ETRI에서 설계자 교육강의를 한적이 있는데 수강생들도 현재의 커리큘럼으로 설계가 가능한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칩 설계는 고학력 석박사들이 필요합니다. 인력에 대한 부분은 국가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유엑스팩토리의 향후 목표는 무엇이고 어떤 기업이 되고 싶습니까.

M&A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에서 고액연봉을 주고 팀을 꾸려서 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 전략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게 생활해도 힘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돌격대’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큰 기업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기 힘듭니다. 우리도 실리콘밸리처럼 생태계가 다양해져서 비메모리 산업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비메모리 분야의 챌린지를 도전적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길을 뚫어내는 ‘돌격대’처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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