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칼럼] 반도체 ‘대’토론회에 다녀와서
  • 2018-09-05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처음엔 대체 왜, ‘토론회’ 앞에 ‘대(大)’라는 단어를 붙였는지 몰랐다.

사람이 수백, 수천 명이라도 모인다는 것인지, 100분 토론이 아니라 ‘100분의 전문가’가 모여서 토론을 한다는 것인지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토론 주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크게 부각시키려 일부러 붙였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지난 7월이었다. 한 국회의원 주최로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은 게. 토론회를 수식하는 어구는 이랬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위한”이라고 쓴 문장이 토론회 큰 제목과 어울렸다. 정리하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 반도체를, 어떻게 하면 계속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는 행사였다. 취지야 나쁠리 없다. 주최자인 국회의원도 후원 기관들의 요청으로 토론회를 열게 되었다고 인사말에서 실토(?)했다. 이날 ‘대’토론회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후원했다.

그림이 그려진다. 반도체 관련 협회와 학회가, 반도체 산업을 다루는 상임위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앞으로 관련 예산과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작금의 반도체 산업이 그만큼 예산과 관련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렸다.
 

사실 현실이 그렇다. 지금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잘 나가갈 때 조심하라’ 차원에서 유비무환의 위기 의식을 갖자는 의견부터 시작해 중국처럼 과감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강성 주장도 있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버블이며 주식시장에서는 한창 잘 나가고 있는 D램 메모리의 내년 위기설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진앙지는 단연 중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반도체 부품을 소비하는 세계 최대국이기도 하다. 중국정부는 이런 상황을 계속 두고만 볼 수 없었고, 급기야 반도체 자급 목표를 국가 어젠다로 삼았다. 그 유명한 ‘반도체 굴기’이다. 2011년부터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 생산 제조, 후공정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기에 이르렀다.

다행스럽다고 해야 하나, 한국이 경쟁우위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중국이 애를 써도 금새 따라오기엔 격차가 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을 앞세우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이다.

토론회에서 반복되는 해묵은 문제들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 이병인 원장은 “국내에서는 메모리산업의 굴기에 대해 주로 경계하고 있으나, 실제 중국에서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 분야에 걸쳐 투자와 육성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중국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장의 시니어들은 투자 성과달성, 메모리 반도체 양산 경쟁력 확보, 기술 축적 문제, 장기적 역량 내재화의 어려움 및 자국내 리소스의 한계 등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중국이 열심히 하고 성과도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반도체 대토론회에서도 다시 해묵은 문제들이 거론됐다. 국가의 지원이 확대(예산, 테스트베드 구측 등)되어야 한다는 점, 중국이 할 수 없는 기술과 인프라를 만들고(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소재 장비 산업을 집중 발전시켜야 하며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문제는 알고 있으되 딱히 해결 방법이 없다. 더구나 이제는 무역 전쟁의 대상이 된 반도체 산업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쯤 되면 진짜 大토론회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힘쓸 정부와 기업 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 구조까지 바꿀 교육 책임자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름뿐인 ‘대’토론회만으로 문제를 제기하기엔 반도체 산업의 기반이 매우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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