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배터리, 기술 융합으로 진화 중
  • 2016-03-07
  •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배터리 기술이 스마트 기기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디자인, 크기, 무게 등 모든 제약에서 탈피해 인간 몸에 최적화된 전자기기 개발을 앞당기고 있다. 기술 융합 트렌드 역시 중요한 변화다. 전자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웨어러블 구현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형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가 위기감을 불러온 까닭에 더욱 그렇다. 작년 개최된 인터배터리(Inter battery) 전시회에서 삼성SDI는 곡률 30R, 0.3 mm의 스트라이프 배터리를 공개했다. LG화학 역시 와이어형 배터리를 선보여 이에 맞섰다. 15R 곡률로 삼성보다 유연성 측면에서 진보했다. 
중소기업도 신형 배터리 개발에 가세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제낙스(Jenax)다. 플렉시블 배터리 J.Flex(제이플렉스)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탔다.
웨어러블, IoT와 같은 신(新)산업이 배터리 기술력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피부 부착형 제품과 RFID 태그, 스마트 카드에 한정돼 활용돼온 플렉시블, 초박형 배터리는 산업 간 융합이 만들어내는 변화로 인해 수요처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2026년 신형 배터리 산업의 예상 시장 규모는 4억 7,100만 달러다.
기술적인 차원에서도 큰 변화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박형(박막 및 프린티드), 플렉시블 등의 특성을 갖춘 배터리가 초박형 리튬 배터리, 박막 리튬 폴리머 배터리, 얇고 플렉시블한 리튬 이온 배터리 등 기술 영역이 혼재된 형태로 제품에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는 “기술 영역에서 어느 기업이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며 “2026년경엔 배터리 산업의 엔드 유저, 제조 공정, 공급업체 등 현재와는 판이하게 다른 비즈니스 형태가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플렉시블, 채용 범위 넓혀
배터리가 고유의 모양을 벗어던지고 신흥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섬유 기반(textile-based), 초박형, 플렉시블, 스트레처블, 투명 배터리 등으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소재인지 배터리인지 분간할 수 없다. IoT, 웨어러블의 등장이 기술 진화에 불을 붙였다.
채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소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들까지 커버하기 시작했다. 플렉시블 배터리는 1 mAh의 낮은 에너지 소비 범위에서부터 중간 범위인 1 Ah의 에너지 소모 제품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박막형 배터리와 더불어 저전력 칩, IoT 노드, 의료용 삽입물에서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까지 채용이 예상된다.
남은 숙제는 폼팩터가 아닌 성능에 있다. 유연성에 고성능의 이점이 더해지면 파급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아이디테크엑스는 “플렉시블 배터리에 고성능의 이점이 결합되면 이는 궁극적으로 핸드폰 산업의 수요 저하를 촉발시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체에 착용하는 웨어러블에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되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웨어러블로 대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용 시간과 무게 등의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디테크엑스는 또 “플렉시블 배터리는 모든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현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타깃은 스마트 워치이지만 초기 성과는 피부 부착형 제품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일회용 피부 부착 제품은 아연 기반(Zn-based)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가격이 저렴하며 높은 안전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온도 모니터, 허리 자세 센서 등 다양하게 채용되고 있다.
아이디테크엑스의 Xiaoxi He 박사는 ‘플렉시블, 프린티드 및 박막 배터리 2015-2025(Flexible, Printed and Thin Film Batteries 2015-2025)’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에너지 조밀도, 전력 밀도, 와트 당 가격 면에서 일반 배터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형 배터리는 이머징 마켓에서 새로운 성능 지수의 표준을 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 삼성, LG,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TDK 등의 대형 업체들이 소규모 신형 배터리 시장에 진입해 판을 키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융합 통한 진화 단계 진입 
배터리 기술이 얇고 유연성을 갖춘 폼팩터를 지향함에 따라 기술 전반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어려워졌다는 사실도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변화다. 일례로 겔폴리머(gel-polymer) 리튬 배터리는 본래 두꺼운 필름 시스템이었지만 1 ~ 2 mm로 얇게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박형 배터리가 됐다.
기술 간 융합 트렌드도 개념 혼란을 가중시키는 플러스 요인이다.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 리튬 폴리머 배터리, 프린티드 아연 배터리, 마이크로 배터리 등 각각의 기술이 서로 융합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디테크엑스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배터리 개발은 메가트렌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미성숙한 배터리 산업이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변화다. 일례로 스마트 워치에서 플렉시블한 OLED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박형 LFO(리튬인산철산화물) 2 mm 커브드 배터리는 고성능의 이점을 갖춘 LCO(산화 리튬코발트) 배터리보다 채택률이 높다. LFP가 갖춘 높은 안전성 때문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빠른 시장 변화가 박형, 플렉시블 배터리 기술에 대한 다양한 진입 경로를 생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ESS, 중대형 배터리 견인
신형 배터리 외에 중대형 배터리도 새롭게 재부상하고 있는 영역이다. 전기 자동차와 ESS(전력저장장치) 때문이다. 2차 배터리 시장을 이끌며 올해를 기점으로 매출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가 분명하다는 사실도 시너지 요인이다.
2014년 리튬이온 ESS 시장에서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22.6%, 20%의 점유율을 보이며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SDI는 리튬이온 ESS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1위였던 중국의 BYD를 추월하는 성과를 냈다.
테슬라에 공급하는 파나소닉의 전기차 배터리 독점이 작년 무너진 것도 올해 국내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호조 가능 요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일본의 파나소닉이 1위를 기록했지만 상위 10위 내 업체 중 일본의 점유율은 2014년 76.8%에서 64.3%로 줄어들었다.   
LG화학은 르노, 폭스바겐 등 중대형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로 올해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대형 배터리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올해 예상되는 LG화학의 중대형 배터리 매출액은 1조 3,000억 원이다. 2018년엔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2차 전지 서플라이 체인도 주목받고 있다. 2차 전지 양극활물질 소재 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




중국, 다크호스로 급부상
강화되는 환경 규제가 전기 자동차 시장의 수요를 일으키면서 중대형 배터리 산업이 동반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신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95 g/km로 낮출 것을 강제화하고 있다. 미국도 연비 기준에 따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9개주에서 2025년까지 신차 중 15%를 친환경 자동차로 채운다. 중국 역시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7년까지 전기 자동차에 대한 취득세를 면제해 주며, 주요 도시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 정부 및 공공기관 신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등 친환경차 보급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한국의 경쟁 국가는 다크호스로 부상한 중국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격 경쟁력, 대규모 생산 능력, 홈그라운드 등의 이점을 무기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전기 버스, 저속 전기차에서 낮은 생산 원가를 무기로 경쟁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보호정책 역시 시장 강화 요인이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2014년 6.3%에서 작년 18%로 성장했다. BYD가 2위로 올라섰다.
SNE 리서치 유신재 상무는 “일본 내 전기 자동차 판매량이 2014년 30,764대에서 2015년 25,152대로 줄고 있는 상황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전세계 성장 정체를 함께 고려하면 파나소닉을 제외하고 올해 일본 배터리 업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BYD는 전기 자동차의 판매 성장세로 올해 역시 지속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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