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웨어러블이 몰려온다
  • 2016-01-08
  •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2015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웨어러블 시장에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중국의 값싼 웨어러블 기기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웨어러블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45% 이상 고도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IT산업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다. 이 중 가장 큰 시장은 스마트 워치다. 신흥 스타트업의 선전에 따라 애플과 삼성으로 대표되던 웨어러블 시장에 재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저가 돌풍’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롤렉스나 몽블랑과 같은 명품을 꿈꾸며 고가의 스마트 워치 제작에 주력해오던 대형 기업들도 서서히 위기상황을 느끼기 시작했다. 눈치 보기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박차고 나온 것은 삼성이다. 미국의 IT 매체 GSM아레나(GSMArena) 등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샤오미(Xiaomi)의 저가형 웨어러블 기기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애슬론’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초저가 웨어러블 기기 제작을 위한 프로젝트다. 샤오미가 지난 11월 11일 출시한 ‘미밴드1S’를 염두해 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SM-R150’이라는 이름의 이 제품이 실제 출시로 이어질 경우 삼성은 기존 중·고가 제품으로만 이뤄진 웨어러블 포트폴리오에 최초로 저가 웨어러블 기기를 추가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제품이 실제 출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출시될 경우 미밴드의 판매 금액인 15달러 유사한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명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세 종목을 연이어 실시하는 ‘철인 3종 경기’를 뜻한다. 미밴드처럼 디스플레이가 없는 형태로 운동량 측정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용 스마트 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좁쌀’ 샤오미, 웨어러블 1/6 장악
입문용으로 구매돼오던 저가형 웨어러블에 대한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삼성과 애플, LG의 스마트 워치를 구매하기 위해선 최소 30만 원이라는 금액을 지갑에서 꺼내야하기에 웨어러블에 대한 사전 연습으로서 저가형 웨어러블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가는 추세다. 현재까진 스마트 워치의 활용이 건강관리에 집중돼있으며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다는 사실 역시 저가형 웨어러블에 확고한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저가형 웨어러블의 대표주자는 샤오미의 ‘미밴드’다. 2014년 8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부담 없는 사용, 장시간 유지되는 배터리, 가격 대비 다양한 기능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샤오미는 2015년 3분기 전 세계 웨어러블 제조업체 중 17.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점유율 순위 3위를 기록했다. 2위인 애플(18.6%)과의 격차는 1.2%에 불과하다. 사실 올 6월 애플워치가 출시되기 전까진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애플워치 출시 후 3분기 2위 자리를 내줬다.
中, 시작된 맹추격
이런 중국 웨어러블 제조사들의 성장은 사실 2014년 후반기까지만 해도 예견된 것이 아니었다.
중국 내에서 역시 2014년 상반기 스마트 워치 시장 점유율은 삼성(41.1%)과 애플(25.9%)의 양강체제였다. 그 뒤를 모토로라와 소니 등이 잇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2015년 1월, CES에선 애플 스마트 워치와 유사한 모양새와 성능을 갖춘 중국의 카피캣이 다수 등장했다. 조짐의 발단이었다.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저가 웨어러블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샤오미는 최근 '샤오미제이션(Xiaomization, 샤오미화)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지난 11월 11일 출시된 ‘미밴드1S’ 역시 15달러(약 1만 7,000원)에 출시해 높은 시장 호응도를 얻고 있다. 심장 박동 감지 기능을 탑재했으나 기존 제품인 ‘미밴드1’보다 약 4달러 올랐을 뿐이다.
이런 저가 정책으로 인해 샤오미는 지난 3분기에만 370만 대의 웨어러블을 팔아치웠다. 
제품 기능성 선호도 높아
웨어러블에 대한 국내 잠재적 이용자들 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웨어러블 제품에 대해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는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9.6%가 이같이 답해 과반수에 해당하는 잠재적 이용자가 10만 원 이상의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기기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웨어러블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 2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역시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39.5%). 
대다수의 웨어러블 제조사들이 추구하고 있는 제품의 고급스런 외형보다는 제품의 기능을 통해 실생활 편의를 개선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다는 방증이다.
저가 웨어러블 시대
중국의 ZTE도 웨어러블 산업에서 샤오미처럼 다크호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 하나다. 웨어러블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휴대폰 산업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력과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해외 선진 시장에서의 영향력 역시 급증하고 있다. 올해엔 출하 핸드폰 중 수출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것이다.
IHS의 모바일 리서치 담당 홍주식 수석연구원은 “ZTE는 중국 내 휴대폰 관련 통신 장비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라며 “중국 기업 중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라고 전했다. ZTE는 미밴드와 동일한 스마트 밴드 형태의 ‘그랜드밴드’를 최근 출시했다. 가격은 130달러(약 13만 3,000원)로 미밴드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헬스 기능을 강화시켜 소비자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샤오미의 라이벌로 알려져 저가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메이주 역시 2014년 10월 스마트 워치 ‘인워치 피’ 판매를 개시했다. 399위안(약 6만 원)에 판매된다.
일반 시계와 외형이 유사해 한 눈에 봐서는 스마트 워치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이 제품은 스테인레스 스틸에 가죽 끈으로 구성됐다. 스마트 전자시계의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외형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변화시켰다. 기능 역시 알림, 스포츠 트레킹, 수면 시간 측정 등 기본적인 기능만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시계와 스마트 워치의 중간에 서 있는 제품이다.
화웨이 역시 110달러(약 13만 원)에 판매되는 스마트 밴드인 ‘토크밴드’를 선보인 바 있다. 미밴드와 달리 LED창이 탑재돼 전화 통화 알림기능 설정 시 LED 창을 통해 발신인 이름이 표시된다. 또한 터치 스크린이 적용돼 정보 창을 전환할 수 있다.
ZTE와 메이주, 화웨이가 출시하는 웨어러블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제품이 150달러 미만에 판매된다는 사실이다.


초저가 제품 인기
이보다 더 저렴한 초저가 제품도 인기다. 보통 7만 원 이하 가격대로 판매되는 상품들이다. 중국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은 ‘GV18 Aplus’다. 중국의 중소기업 Aplus가 생산해내는 제품이다. 
삼성 기어2의 카피판으로 불린다. 해외구매대행으로 구매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89% 정도로 대략 5만 원 선에서 판매된다. 폰에 있는 MP3를 재생했을 때 핸드폰으로는 음악이 나오지 않고 시계로 음악이 나오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췄다.
기본 기능인 전화 받기·걸기, 메시지 보내기·받기, 음악 듣기, 사진 확인, 알람, 운동 체크, 카메라 기능 등을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경보음이 울리는 분실 방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한 제품은 중국의 중소기업 ‘U80’의 스마트 워치다. 1만 원 후반에서 2만 원 초반에 판매되는 초저가 제품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스마트 워치 중 가장 저렴하다. 초저가 스마트 워치 중 대표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전화 받기·걸기, 연락처, 매세지 확인, 스케줄, 달력, 알람, 수면 체크, 계산기, 만보계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연속 통화 3시간, 대기 상태 160시간까지 가능하다.




웨어러블, 2라운드 진입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 워치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샤오미, 메이주, 화웨이 뿐 아니라 Mobvoi, Hi-PEEL 등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 워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자국 제품에 대한 카피캣(Copycat) 제품도 생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중국 기업의 스마트 워치 시장 진출을 주시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적인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은 금상첨화다. 
가트너 관계자는 “중국 제품은 2016년 웨어러블에서 큰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 워치의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삼성과 같은 대형 웨어러블 제조업체들은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이 고가 시장을 성공적으로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시계는 ‘스마트폰’처럼 일상적인 사물인 동시에 ‘명품 시계’처럼 고급 이미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현재로선 스마트 워치 시장의 승자가 애플이 될지 중국의 이름없는 중소기업이 될지 알 수 없다. 스마트 밴드가 스마트 워치 시장을 누르고 웨어러블의 저가 상품 시대를 지속시킬지 여부 역시 풀리지 않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워치의 주요 소비층은 아직까진 20, 30대 청년층”이라며 “전 세계 청년층의 높은 호응을 얻는 기업이 향후 웨어러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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