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싱가포르 SMU 공동 교수팀, 미국 사례 분석하며 정치 이슈와 환경 오염의 상관관계 대규모 입증
정치권에서 이민이나 난민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때, 우리 주변 공장에서는 독성물질이 더 많이 배출될 수도 있다. 얼핏 관련 없어 보이는 두 현상이 사실은 정부의 한정된 행정력과 예산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KAIST·국제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KAIST(총장 배충식)는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와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 헬리 왕(Heli Wang)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국 전역의 이민 관련 입법과 환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으로 이민 이슈가 핵심 의제로 부상할수록 정부의 환경감독이 약화되고 기업의 독성물질 배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7월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제도적 혼잡(Institutional Crowding)'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행정력과 예산은 무한하지 않다. 새로운 정치적 현안이 등장하면 정부의 관심과 자원이 그 분야에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환경 감독처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정책 분야의 집행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민 이슈를 사례로 분석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특정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정치적 의제 경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독성물질배출목록(Toxics Release Inventory, TRI)과 미국 각 주의 이민 관련 입법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전역 1만4,390개 제조시설에서 수집된 총 8만2,377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민 관련 법안이 한 건 증가할 때마다 제조시설 한 곳의 독성물질 배출량은 평균 약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장당 약 25kg(56파운드)의 독성물질이 추가 배출되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증가가 환경 규제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환경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오염 저감과 독성 폐기물 처리 노력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지방정부의 재정이 어려울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부채가 많거나 재정 부담이 큰 주에서는 정치적 관심이 새로운 이슈로 쏠릴수록 환경감독이 더욱 약화됐다. 정부 예산이 부족할수록 정치적으로 시급한 현안에 자원이 먼저 투입되고, 환경감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나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민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제의 변화가 환경감독을 약화시켜 기업의 오염을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한정된 자원이 특정 이슈에 집중되더라도 환경감독은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치적 의제 경쟁이 기업의 환경오염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환경오염의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실현과 공공정책 수립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이나래 교수가 제 1저자로 경영학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저널 오브 매니지먼트(Journal of Management)'에 5월 29일 온라인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포스코(POSCO) 기업시민연구상, 미국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로버트 릿처트상(Robert J. Litschert Award), 전략경영학회(Strategic Management Society)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하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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