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패기로 통하던 실리콘밸리가 열기를 잃어가고 있다.
  • 2011-06-01
  • 편집부

기술과 패기로 통하던 실리콘밸리가 열기를 잃어가고 있다.

글로벌프레스의 초청으로 ‘Electronic Summit 2011’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금년 봄에 실리콘밸리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
업무상 약간의 무거운 마음으로 찾은 실리콘밸리였지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오자 특유의 깨끗한 공기는 일상의 묵은 때를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약간 흐리고 간간히 내리는 이슬비에 몸을 맡기고 서서히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호텔 측에서 보내준 리무진을 타고 숙소로 향하는 도중 기사와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문화에서부터 서로의 관심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렇지만 IT 분야에 종사하는 기자로서는 역시 IT의 메카로서 IT 발전의 한 획을 그으며 이 분야를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에 관한 대화를 하였을 때 가장 흥미롭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실리콘밸리에 옛날과 달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회사를 세우는 모험가를 찾기 힘들어 졌다는 것이다. 투자하는 사람들도 적은 돈을 들여서 나름대로 투자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신생업체를 찾고 있지만 그 기회가 많이 사라졌다는 얘기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 닮아서 쉽게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하나 둘 눈에 익은 모습들과 함께 매년 열리는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반가운 외국의 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묻고 답을 주기 시작했다. 2년전 행사에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드리워져 있었던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로 인해 고민하던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정상 궤도에 올라섬에 따라 올해는 그런 큰 걱정거리는 없는 듯했다. 그렇지만 현재의 모습이 지나치게 좋지 않았던 상황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생긴 관성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앞으로 어떠한 동력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서로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한 축이 될 것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이동통신에 비견할 만한 폭발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가벼운 휴식을 마치고 이번 행사의 본 프로그램으로 들어갔다. 참가한 업체들의 CEO나 마케팅 책임자들은 자사의 기술과 제품을 홍보하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날로그, EDA, MEMS, 무선 솔루션 및 부품, FPGA , 자동차 부품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지향하는 것은 하나 같이 저전력, 소형, 가격, 환경을 고려한 제품 개발 및 정책이었다. 사실 환경을 염두에 두는 것은 경쟁력 문제로 놓고만 본다면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요즈음 업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첫 번째 관심이 가는 분야는 자동차 관련한 반도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동차의 기능이 점차 편안한 생활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좋은 사양을 적용하는 것이 추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에 적용되는 반도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과 함께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한 MEMS 기술도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해가며 주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계적인 것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주는 것이고 보면 우리의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기대치도 큰 분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새 약방의 감초와 같은 스마트 폰은 부품 업체들의 제일 큰 관심사 일 것이다. 자사의 제품이 적용이 되고 안 되고는 업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척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design-in 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많은 수량으로 안정적인 성장에도 기여하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행사 기간 동안 많은 새로운 정보와 동향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업체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근래 들어 실리콘밸리에 일고 있는 인수 합병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으로 생존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회사들이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여 커다란 회사에 합병되었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 거리도 아니다.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가 독특하고 획기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이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곳도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그런 얘기를 듣는 다는 것이 왠지 용광로가 열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이선구 기자(sunny@eucrast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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