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되는가 싶더니, 벌써 인플레이션!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서서히 그 머리를 내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더딘 경제 성장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유럽 국가들이 이제는 물가 상승으로 또 한 번 깊은 시름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2008년 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쓰나미는 그야말로 전세계의 경제를 한 방에 보내버렸다. 그러나 미 경기가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회복되면서 지난 과거의 일로 겨우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새로운 복병인 인플레가 앞길을 막아서고 있다고 한다. 참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얼마 전만 해도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던 많은 국가들이 너무나 빨리 그 모습을 드러낸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해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국면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앞으로 그 폭풍은 더욱 세질 것이라는 것이 우려를 자아나게 만들고 있다.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짧은 기간에 불과해 안정을 위해서는 여전히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아도 쉽지 않은 판에 달갑지 않은 불청객 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니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대한 원인은 역시 경기의 호전에 따른 원자재 가격이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가 그럴 듯 해 보인다. 열풍처럼 세계 각국에서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을 위시한 개발도상국들의 빠른 성장은 원자재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며 전 분야에 걸쳐 물가의 앙등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남의 나라일로 비추어질지 모르지만 지구촌의 경제는 이미 글로벌화되어 어느 한쪽의 문제가 작은 지역의 일로 그치지 않고 세찬 쓰나미처럼 밀려와 순식간에 동조화시키는 경향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멀지 않아 우리 곁에 슬그머니 나타나서는 우리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경제 상황을 보면 서민들이 느끼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이지만 통계를 보면 이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호전되고 있다는 것은 정부 발표의 많은 수치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로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성장률이 2002년의 7.2% 이후 8년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2009년 성장률이 0.2% 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결과에 따른 반사적인 효과를 고려하더라고 상당한 폭의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수출 호조와 제조업 생산 및 설비투자의 활기에 따른 것이라고 하니 견고한 성장이 좀 더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성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금년도의 성장률을 5%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인플레이션은 가까이 다가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기 과열까지야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인 만큼 금리상승, 물가 관리 등 우리 서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환경의 변화는 좋건 싫건 많은 부수적인 것을 수반하게 된다. 경제의 변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분명 삶을 바꾸어 놓고 기쁨을 주기도 하고 고통을 주기도 한다. 가진 사람들에게는 잔잔한 미풍에 그칠 것이지만 없는 사람들에게는 추운 겨울에 드리우는 그림자와 같을 것이다. 성장 속에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 정도는 성장에 따른 대가로 지불해야 할 푼돈이라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칠 경우에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아픔을 가져다 줄 것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저소득 층에게는 재앙이며 무방비로 노출될 것을 생각하면 정부가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피해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성장 속에서도 최소한의 물가 상승으로 연착륙을 할 수 있다면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에서 우리 몸의 피에 해당하는 돈이 정부의 현명한 판단에 의해서 골고루 구석구석까지 퍼진다면 인플레이션의 파고는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꽁꽁 얼어붙은 서민들이 사는 동토에는 언제 봄이 오려나. 정녕 겨울만 있고 봄은 없단 말인가?
이선구 기자(sunny@eucrast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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