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장영재 교수가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AX 기반 디지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설계 기술 세미나'에서 "Physical AI 기반의 제조업 자율화가 중소기업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KAIST 연구원들과 창업한 다임리서치 CEO를 겸임하며 이론과 현장을 연결하는 실용적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제조업 적용 분야는 크게 품질관리, 설비관리, 운영관리로 나뉜다. 장 교수는 "품질관리와 설비관리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공장 운영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운영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자동화가 반복적인 작업을 규칙적으로 처리하는 수준이었다면, 자율화는 제품 변경이나 새 설비 도입 시에도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작업자가 실물을 직접 다루던 방식에서 인공지능과 작업자가 가상공장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가상공장이 실물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공장에서는 수천 대의 물류 로봇이 운영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애와 통신 오류를 사람이 직접 관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 교수팀은 알파고로 유명해진 강화학습 기술을 적용했다.
그는 “제조업에서 ‘데이터가 많으면 AI가 잘 된다’는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장 데이터는 언어 데이터와 달리 정답이 명확하지 않고, 기업의 핵심 기술이 포함돼 있어 외부 공유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강화학습은 대량의 데이터 없이도 학습이 가능하다. 장 교수는 “자전거 타는 법을 물리 이론으로 배우지 않듯이, AI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공장에서 AI가 실수를 반복하며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연구팀은 실물과 동일한 가상 환경을 구축해 AI가 충분히 학습하도록 한 뒤, 그 지능을 실제 하드웨어로 전이시키는 방식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반 접근이 바로 피지컬 AI의 핵심”이라며, “피지컬 AI는 단순히 하드웨어에 AI를 얹는 것이 아니라, 가상 학습과 실물 전이의 통합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헬기 조종법을 순간적으로 다운로드받는 것처럼, 가상에서 학습한 능력을 실제 로봇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이 기술을 설명했다.
실제 효과는 놀라울 정도다. 기존에 KAIST 박사급 연구원 3명이 한 달간 매달려야 완성할 수 있던 로봇 운영 로직을 AI가 단 3시간 만에 자동 생성했다. 로봇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최적 경로를 찾아 움직이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임리서치는 창업 5년 만에 50개 사이트에 공장 운영 솔루션을 구축했다. 주요 고객은 대기업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중소기업 지원에 본격 나선다. 내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중소기업 대상 솔루션을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장 교수는 "제조업의 미래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운영 지능화"라며 "Physical AI를 통한 시뮬레이션-운영-현장 실행의 통합 구조가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소기업도 대기업 수준의 자율화된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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