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코리아가 사무실을 양재동에서 분당 연구개발센터로 옮겼다. 분당 연구개발센터는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디자인하는 연구개발센터였다. 지금은 컨버터 연구개발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컨버터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내 고객들에게 더욱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ADI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지 1년이 된 한병무 지사장을 분당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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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I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기업이 아닙니다. 고객이 높은 경쟁력을 갖춰 성장한다면 우리 역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 |
지속적 R&D 투자로 고객과 동반 성장 기대
“한국 자동차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 자동차의 모습을 볼 때 자긍심을 느낍니다.”
한병무 지사장은 미국 출장길을 다녀올 때마다 이런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ADI코리아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솔루션 시장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아나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s, Inc., ADI)는 티어원(Tier 1) 서플라이어를 통해 현대·기아차에 반도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오토모티브 부문의 매출 비중은 12%, 지난해 전전년 대비 약 28% 성장했다. ADI코리아는 최근 아날로그 비디오 시스템을 위한 배터리 단락 보호, 결함 감지 회로가 통합된 고속 비디오 증폭기 시리즈를 발표했다. 3× 3 mm 패키지로 제공되는 통합형 비디오 증폭기는 완전 디스크리트 솔루션에 비해 보드 공간을 80% 이상 적게 차지하며, 후방 카메라 같은 공간 제약형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한 지사장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만 고객사들이 경쟁력을 갖춰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ADI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기업이 아닙니다. 고객이 높은 경쟁력을 갖춰 성장한다면 우리 역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고객의 위한 가치창조
“본사의 비즈니스 방향이나 전략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지사의 역할은 아닙니다. 지사는 지역에 맞는 전략을 본사와 조율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 지사장은 ADI코리아에 부임 후 지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소통하지 못하는 지사는 고객과 본사에 모두 골칫덩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지사는 본사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고객이 없으면 지사의 의미도 사라집니다. 국내 고객사들이 필요한 부문을 파악해 본사가 먼저 리소스 얼로케이션(자원 분배)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사의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지사장은 고객과의 관계, 본사와의 관계, 직원 역량과의 관계에 집중하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고객사의 솔루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ADI코리아로 거듭날 수 있었다.
ADI코리아 김영란 이사는 “한 지사장님은 반도체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축적하신 분입니다. 실제 부품 단의 엔드 유저와 많은 교류를 통해 ADI코리아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부임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본사와의 관계나 고객과의 관계도 단시간 내 정립하셨습니다”고 귀뜀했다.
2009년 ADI는 본사 차원의 전략 변화를 꾀했다. 기존에는 단일 기술을 위한 단품 위주의 비즈니스를 전개했다면, 3년 전부터 고객의 애플리케이션에 맞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조직도 핵심 기술 개발(core tech
nology development) 부문과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5가지 부문(오토모티브, 컨슈머, 통신, 의료, 산업 및 계측)으로 재편했다. 6개월 전 한국지사도 본사의 방향을 따랐다.
변화하는 ADI
얼마 전, ADI코리아는 양재동에서 분당 연구개발센터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분당 연구개발센터는 ADI코리아의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디자인하는 연구개발센터였다. 지금은 ADI가 세계 시장에서 48.5%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컨버터 연구개발센터로 전환했다. 한 지사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재동 지사와 분당 연구개발센터가 분리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기 어려웠다”면서 “ADI코리아가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데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한 “전력반도체 부문도 ADI가 강점을 가진 제품이긴 하지만 ADI만이 가진 특별한 솔루션,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컨버터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내 고객들에게 더욱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통신 부문 전년 대비 30% 성장
ADI코리아는 컨버터 연구개발센터로 전환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컨버터 기술을 통해 오토모티브, 휴대용 기기, 스마트TV 등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컨버터는 산업을 포함해 통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됩니다. 그 중 ADI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중요한 모바일과 스마트TV, 오토모티브에 집중할 것입니다. 현재도 여러 고객사와 함께 이 분야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 시장의 비상과 함께 ADI코리아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다섯 부문에서 통신 산업군이 전년 대비 약 30% 이상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모바일 시장이 LTE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ADI코리아는 RFIC를 통합한 제품으로 고객에게 성능과 가격 효율의 장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제품은 두 개의 Tx
(Transmitter), Rx (Receiver)에 컨버터, 믹서, 증폭기 등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유닛을 칩 안에 모두 통합해 고객은 디자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한 지사장은 올 하반기에 펨토셀과 리피터 관련 시장이 열리면서 ADI코리아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췄다. 스마트TV 시장도 UI(유저인터페이스)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ADI코리아가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음성인식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위한 MEMS 마이크로폰 시장이다.
R&D 관건은 ‘스피드’
ADI코리아는 최근 국내 환경에 맞게 컨슈머와 오토모티브 부문에 R&D를 집중하고 있다. ADI는 매년 매출액의 2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지사도 마찬가지다. 한 지사장은 지역 R&D의 관건은 스피드라고 강조했다. 특히, 컨슈머 부문은 제품을 얼마나 빨리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ADI코리아가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과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컨버터나 증폭기 같은 제품은 많은 회사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기술을 집약시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많지 않습니다. 이런 솔루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한 지사장에게 “ADI는 어떤 분위기의 회사인가? ”라고 물었다. 그는 보수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느낌의 보수가 아닌 탄탄함, 견고함을 지닌 회사라는 부연 설명이 붙었다. 신중한 의사결정과 결정된 사안에 대한 강한 추진력을 자랑하는 회사가 바로 ADI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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