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는 장애인 보조 웨어러블 로봇
  • 2020-06-15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KAIST 공경철 교수 연구팀, 워크온슈트 4 공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 보조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됐다."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나동욱 교수와 공동 개발한 이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4'는 두 다리를 감싸는 외골격형 로봇이다.

이 로봇은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모델로 모터를 이용한 힘으로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움직임을 보조할 수 있다. 일어나 걷는 등의 기본적인 동작은 물론 계단·오르막/내리막·옆경사·문 열기·험지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와 '사이배슬론 2020' 출전 선수들

이전까지 개발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은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하반신 기능을 소실해 근육 등 신체 기능이 퇴화한 장애인들이 로봇을 착용하고 움직이려면 수십 kg에 이르는 무게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가 이루는 자연스러운 균형을 모사해 로봇의 무게중심을 설계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사용자 신체 각 부위에 정밀하게 밀착되는 착용부를 만든 뒤, 로봇 관절의 기준 위치를 조절해 무게중심을 정밀하게 맞춘 것이다. 

험지, 계단, 경사로 등 다양한 장애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보행 가능

또한, 착용자의 긴장 정도나 지면의 상태와 같은 외부 요인을 지능적으로 관측하고 제어하는 기술도 더했다. 로봇이 제공해야 하는 보조력은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워크온슈트 4는 로봇이 착용자의 걸음을 30보 이내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보행패턴을 찾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장시간 걷거나 설 수 있도록 월등하게 기능을 끌어올렸고 연속보행 시 1분당 40m 이상을 걸을 수 있게 된 성과도 거뒀다. 시간당 2~4km가량을 걷는 비장애인의 정상 보행 속도와 견줄만한 수준으로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하반신 완전 마비 장애인의 보행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출전 선수들이 워크온슈트 4 착용 모습

연구팀은 활발한 기술협력을 통해 일부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성 요소를 국산 기술로 완성했다. 로봇의 구조설계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공경철·나동욱 교수가 공동 창업한 ㈜엔젤로보틱스에서 주도했다. 공학적 설계와 제어는 공경철 교수가, 보행 보조기로서의 구조와 대상자를 위한 필수 기능 등을 점검하는 생체역학 분야는 나동욱 교수가 분담해 맡았다. 

개인맞춤형 탄소섬유 착용부는 재활공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했으며 로봇의 동작 생성과 디자인은 영남대학교 로봇기계공학과와 ㈜에스톡스가 각각 담당했다.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겨루는 ‘사이배슬론 2020’ 참가 예정

현재 워크온슈트 4의 로봇기술은 선발된 두 선수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게 최적화되었으며, 두 선수 모두 6개의 모든 미션을 5분대에 통과할 정도로 기록이 향상되었다. 

지금까지는 미국팀과 스위스팀이 4개의 미션을 6분대에 수행하는 기록을 공개했으며, 그 외 사이배슬론 참가팀은 모든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이배슬론 2020' 선발전 1위에 오른 김병욱 씨는 1998년 뺑소니 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2015년 공 교수 연구팀에 합류했다.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워크온슈트의 초기모델을 착용하고 동메달을 딴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의 웨어러블 로봇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직접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2위에 오른 이주현 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작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같은 해 6월 연구팀에 합류해 사이배슬론 2020 출전을 위한 훈련과 수능 시험을 준비를 병행했으며, 올해 초 최종 선수 선발 및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합격의 영광을 동시에 안았다. 

다음은 워크온슈트 4 및 사이배슬론 2020 출전 관련한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일문일답이다. 

Q. 워크온슈트 4는 이전 모델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나?

A. 착용자가 느끼는 무게감을 현저하게 낮춘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웨어러블 로봇이기 때문에 착용한 상태로 장시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이전 모델은 수십 kg이나 되는 로봇의 무게가 착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됐다. 때문에, 로봇의 도움을 받아 서거나 걷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그로 인한 육체적 피로감이 상당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뤄 무게 분산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로봇이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실제로 착용하는 로봇의 무게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로봇을 입는 사람이 느끼는 무게는 대폭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장애물 높이만큼 발을 들어올려야 하는 험지나 경사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기술도 완성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휠체어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기술이 사실상 완성된 셈이다. 

Q. 연구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워크온슈트 4는 기존 기술을 대부분 배제하고 원점에서 새롭게 연구를 시작한 결과물이다. 로봇의 구조물, 전자회로, 제어알고리즘뿐만 아니라 부품 단위의 모터감속기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상용화된 모터감속기로는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기존의 사이클로이드 감속 기술을 개량해 1kW급의 초고출력이면서도 전체 두께가 50mm 이하로 얇아진 초박형 구동기 모듈을 새롭게 만들었다. 또한, 발목에는 근육 구조를 모방한 병렬탄성구동기를 개발해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들의 노고가 상당했다. 

Q. 워크온슈트가 실제 하반신마비 장애인들에게 보급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A. 워크온슈트 4는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을 위해 만든 모델이기 때문에 실제 장애인분들의 일상생활에 적용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문제다. 현재의 제작방식으로는 개인맞춤형이기 때문에 제품생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한 개인이 구매해야 하는데, 성능을 유지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선은 재활병원이나 훈련센터 등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워크온슈트를 개발하는 것을 올해 안의 목표로 하고 있다.
워크온슈트 4는 험지를 걷거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환경에서도 하중을 100kg까지 감당할 수 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 보조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작업 지원을 위한 로봇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양한 활용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고 있다. 

Q.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할 선수들은 어떻게 선발했나?
 
A. 지난해 6월, 7인의 후보 선수로 팀을 꾸렸다. 세브란스 재활병원, 재활공학연구소, 교통재활병원, ㈜엔젤로보틱스에서 각각 선발한 선수후보들이며 모두에게 개별 맞춤형으로 제작된 워크온슈트 4를 제공하고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훈련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3명의 선수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고, 남은 4명의 선수와 선발전을 치렀다. 처음에는 공개 행사를 계획했지만 선발전을 치를 무렵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장 가파르던 시기였던 탓에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그 때문에 워크온슈트 4와 최종 출전 선수를 공개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선발전은 제시된 미션을 1인당 2회씩 시도해 얻은 접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가장 빠른 기록인 2분 24초 만에 미션을 성공한 김병욱 선수가 744점을 얻었고 3분 35초를 기록한 이주현 선수가 737점을 얻었다. 다른 두 선수의 경우 1~2개의 미션을 아쉽게도 완수하지 못했다. 3위를 차지한 조영석 님은 재활공학연구소에서 지금도 워크온슈트를 계속 착용하며 보행 훈련 중이다.

Q. 코로나19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상적인 대회 개최가 가능한가?

A.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5월 개최에서 9월 19일~20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감소하길 기다리며 지켜봤지만 결과적으로 스위스 현지에서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이번 달에 결정됐다. 대신, 각국에 경기장을 설치하고 생중계를 하는 등의 대안을 찾고 있다. 이번 달 내로 스위스 사무소에서 공식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Q. 연구의 최종적인 지향점이 있다면?

A. 환자와 장애인들의 보행을 보조하는 로봇기술이 우리 생활로 완전히 들어오기 위해서는 워크온슈트와 같은 보조기 형태의 로봇뿐만 아니라, 질환 또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병원에서 사용하는 재활치료기기, 가정 내 재활훈련기기, 그리고 일상생활 보조기까지 전반적인 파이프라인이 완성돼야 한다. 워크온슈트는 전체 구성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고, 창업기업을 통하여 직접 상용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창업기업의 슬로건이 Robotics for Better Life인데, 신기한 기술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결국 누군가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로봇기술을 완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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