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원,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 조사하는 물리적 방식의 공정기술 개발
스마트폰 터치패널이나 각종 IT기기의 디스플레이에는 빛은 그대로 투과시키면서 전기를 잘 통하게 하는 투명전극이 들어간다.
박막 형태의 핵심부품인 이 투명전극의 소재는 인듐 주석 산화물(Indium Tin Oxide, 이하 ITO)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데, 전기 전도도가 높은 반면 휘거나 굽혔을 때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다.
최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깨지기 쉬운 ITO 전극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투명전극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성일, 이하 생기원)이 플렉시블 투명전극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조사하여 ITO 전극 수준만큼 전기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전도성 고분자는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일종으로, 형태 변화가 자유로운 고분자 특성상 압력을 가해도 깨지지 않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합하다.
반면 ITO 대비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전기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유기용매, 계면활성제 등의 화학첨가제를 사용해 친환경 공정 개발이 어렵고, 전도도 또한 ITO 수준에 못 미쳐 상용화에 걸림돌이 돼 왔다.
생기원 나노·광융합기술그룹 윤창훈 박사 연구팀은 대표적 전도성 고분자인 ‘PEDOT:PSS’ 투명전극에 1064㎚ 파장대의 적외선 레이저를 조사하면 전도도가 약 1,000배가량 높아지는 물리적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공정에 적용했다.
PEDOT:PSS 투명전극은 전도성이 있는 PEDOT을 PSS(Polystrene Sulfonate)가 전선 피복처럼 둘러싸고 있는 실뭉치 형태의 고분자 박막으로,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PSS를 최대한 녹여 PEDOT끼리 서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이 용액에 1,064㎚ 레이저를 쏠 경우 PEDOT이 열을 먼저 흡수해 온도가 올라가고, 이때 둘러싼 PSS가 전선 피복이 녹는 것처럼 녹으면서 PEDOT이 다량 노출되어 전도도가 높아지는 원리이다.
대일의존도 70%인 기존 전극 소재 대체 기대
이번 성과는 기존 화학적 방식에서 벗어나 레이저를 활용한 물리적 처리 방식으로 ITO 박막 수준의 전도도를 구현해낸 세계 최초의 사례이다.
특히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PEDOT:PSS 용액과 1,064㎚ 파장대의 레이저 장비를 활용하는 후처리 공정이기 때문에 구현이 간편하고 전극 제작비용도 저렴하다.
아울러 PEDOT:PSS 용액은 국내 조달이 가능한 만큼 대일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ITO 소재를 대체할 수 있어 투명전극 분야의 소재 자립화가 기대된다.
또한 전도성 고분자 용액을 기판에 바른 후 레이저를 조사할 때 패터닝(Patterning) 작업까지 동시에 가능해 투명전극에 원하는 패턴을 새기면서도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윤창훈 박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레이저를 쏘면 발광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연구하던 중 유사물질인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조사했더니 예상과 달리 전기 저항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고 밝히며 “개발된 공정기술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사용자 맞춤형 웨어러블 기기, 폴더블 태양광 패널 제작 등에도 폭 넓게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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