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콘텐츠와 휴대성 해결 없이는 VR·AR 성공 보장 어렵다
  • 2017-04-04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이제는 실존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든다. 이를 위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연구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며, 향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혁신적으로 들렸던 신기술들이 이제는 실제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인공지능 등과 더불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도 여기에 속한다.
물론 VR의 경우 하드웨어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콘텐츠 부족으로 인한 시장 불균형 현상이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포켓몬 고(Poketmon GO)’를 등에 업은 AR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이 올해 출시할 아이폰8에 AR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한 이후, AR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디지캐피털(Digi-Capital)은 VR·AR 시장이 2016년 45억 달러에서 2021년 1,080억 달러(AR 830억 달러, VR 2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VR·AR 시장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75.72%씩 성장해서 2022년에는 3,390억 달러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디지캐피털보다 매우 긍정적인 예측을 했다.
 
VR·AR에 대한 관심은 국내 특허 출원에서도 나타난다. 2012~2016년간 AR 관련 특허 3,354건, VR 관련 특허 601건이 출원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해당기간 동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핵심 혁신 기술을 볼 때, 인공지능(1,621건), 빅데이터(1,236건), IoT(1,069건)보다 AR 특허가 많다는 것은 실용성과 응용 범위 측면에서 향후 관련 시장의 성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포켓몬 고, AR 시장 기폭제로 작용

VR·AR 시장의 출발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2016년 초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의 리프트(Oculus Rift)와 HTC의 바이브(Vive)는 출시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기본 패키지(VR HMD, 트래킹센서, 전용 리모컨, XBOX 컨트롤러)의 가격이 599달러였고, 별도로 출시된 전용 콘트롤러 ‘오큘러스 터치(Oculus Touch)’는 199달러, 통합 패키지 가격이 798달러였다. HTC의 바이브는 VR 헤드셋 가격만 799달러였다. 이처럼 고가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소비자로부터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기어 VR과 호환되도록 설계된 갤럭시노트7의 리콜과 판매중단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상반기의 분위기만으로 볼 때 VR·AR 시장은 당초 장밋빛 전망에 비해 많이 어두웠다. 그런데 기폭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나이앤틱(Niantic)에서 개발한 AR 기반의 IP 게임 ‘포켓몬 고’가 이른 바 ‘초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2016년 7월에 출시해 3개월 만에 6억 달러의 모바일 AR 매출을 올렸고, 2016년 한해(6개월) 동안 9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 등 초기 출시국가에 이어 일본에서도 출시됐으며, 2017년에는 지도 문제로 출시가 불가능해 보였던 한국에서도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출시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포켓몬 고는 2017년 2월 3일 기준으로 7개월 만에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모바일 게임 사장 가장 짧은 기간에 해당한다.
 
   
나이앤틱의 사례는 많은 기업들에게 좋은 벤치마크 사례가 됐다. 특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헤드셋은 출시 4개월 만인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91만 5,000대를 기록하며 경쟁사인 오큘러스 리프트(24만 3,000대)와 HTC 바이브(42만 대)를 크게 앞질렀다. 또한 구글은 2016년 10월에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 헤드셋 출시에 이어 레노버의 AR 스마트폰 팹2를 통해 구글 탱고 AR 기술이 탑재됐음을 알렸다.
  
한편 스냅챗의 모기업인 스냅(Snap)이 선보인 카메라 선글래스인 스펙타클스(Spectacles)는 그동안 ‘글래스빠(Glassholes, 구글 글래스 착용자들을 부르는 말)’라 불리던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2016년에 등장한 VR·AR 기술과 제품들이 시장의 궤적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초기 불안하게 출발했던 시장이 포켓몬 고로 인해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감안할 때, 2016년은 시험무대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VR·AR 시장은 향후 AR 분야가 VR에 앞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증가했다. 애플(Apple)의 CEO인 팀 쿡(Tim Cook)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VR보다 AR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의 전략과 전망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한 후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VR·AR 시장에서 가장 큰 단일 투자자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PC 및 모바일 사업부로 분할하고 두 개의 서로 다른 VR 소셜 플랫폼을 선보여 앞으로 도래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오큘러스의 PC VR 부서는 가격 요인으로 인해 VR 전문가 및 마니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부서는 페이스북 내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PC VR 부서를 모바일 VR·AR 부서를 지원하게 하거나 구글의 나이앤틱과 같이 사업을 분리해 전문회사를 만들 수도 있으며, 합병하거나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오큘러스의 모바일 VR 부문은 삼성전자의 기어 VR 앱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기어 VR의 혁신을 추진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마크 주커버그는 이미 모바일 AR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소프트웨어 플레이어로서의 뿌리도 고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플은 현재의 관점에서 잠재적으로 AR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회사라 할 수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앱 스토어, 개발자 및 소매업체의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에코 시스템 등을 통해 모바일 AR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아이폰8에 AR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은 개발자의 성장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을 제2의 본질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의 주변기기로서 스마트 글래스는 애플의 모바일 AR에 전력을 다한 다음에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애플은 모바일에 집중해 AR 시장과 콘텐츠를 확보한 뒤에서야 스마트 글래스로의 전환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VR·AR 시장을 애플과 비슷한 공략 타이밍으로 하드웨어 기반의 전략을 고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세대 기어 VR에 1,500 ppi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내장돼 픽셀 밀도 측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MWC 2017에서 저시력인과 시각장애인들의 독서, TV 시청 등을 돕는 기어 VR용 시각 보조 솔루션 ‘릴루미노’, 스마트폰과 PC의 고사양 콘텐츠를 원격으로 사용가능한 VR·AR 솔루션인 ‘모니터리스’, 가상현실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경험하는 VR 홈 인테리어 서비스 ‘빌드어스’, 360 영상을 이어보며 가상 여행을 체험하는 360 동영상 여행 서비스 트래블러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은 엔드유저 대상의 제품뿐만 아니라 관련 부품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2017년 2월에 차세대 5G 무선통신용 밀리미터파 RFIC(Radio Frequency Integrated Circuit) 칩을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칩의 개발로 AR, VR, 홀로그램, UHD 스트리밍을 포함산 초실감형 서비스, 커넥티드 카 등 차세대 서비스 구현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는 높은 사양과 가격으로 인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홀로렌즈(HoloLens)를 AR/혼합현실(Mixed Reality)에 집중시켜 당분간 대량의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홀로렌즈의 이용은 연구 등 전문 분야에 국한될 수도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10 VR은 저가격과 기본 플랫폼을 요구하고 있는 PC와 콘솔 VR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HP, 델, 레노버, 에이서, 에이수스 등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이 변화 속에서 파트너로 여전히 자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레노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One을 플레이할 수 있는 윈도우 10 VR 헤드셋을 CES 2017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단점은 콘텐츠에 있다. 현재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만한 모바일용 VR·AR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콘솔에서 모바일로 VR·AR 플랫폼 전환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 이후 VR·AR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구글 익스플로러 VR을 즐길 수 있는 카드보드(Google Cardboard)는 비용 측면에서 사용자들이 VR을 즐기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시켰다. 그리고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는 VR 헤드셋 분야에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구글 탱고(Tang)는 다가올 모바일 AR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다. 
 
모바일 VR·AR 경쟁은 애플 대 구글, iOS 대 안드로이드(Android)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거대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엔드 투 엔드 모바일 AR 생태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구글 플레이와 검색 광고 수익을 통해 더 큰 오픈형 모바일 VR·AR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HTC는 가격 측면에서 바이브를 일반 사용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소니는 콘솔과 PC VR 시장에서 핵심 게임으로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HTC는 페이스북 스타일의 듀얼 PC와 모바일 VR 전략을 채용해 모바일 AR 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핵심적인 모바일 시장의 점유율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인텔은 프로젝트 알로이(Project Alloy)로 V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2016년 8월에 발표한 케이블 없이 PC에 연결할 수 있는 올인원(All in One) VR 헤드셋은 향후 VR 전문가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VR·AR 대중화를 위한 해결 과제 
물론 AR이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확실한 퀄리티가 보장되는 기기, 즉 포켓몬 고와 같이 사용자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끌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 둘째, 배터리 수명이 보장되어야 한다. 배터리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무거운 헤드셋에서 가벼운 스마트 글래스로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셋째, 모바일과 최적의 연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넷째, 통신사 간 보조금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의 스마트폰은 배터리 수명, 모바일 연결성, 앱 에코시스템, 통신사 간 보조금 등 AR 기기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하나둘 해결된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 사용자로부터 눈길을 끄는 확실한 AR 전용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아이폰8이 등장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마트폰 기반의 AR 서비스는 현재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겠으나, 무겁고 유선으로 연결되는 헤드셋 형태의 VR 기기에서 벗어나려면 관련한 기술적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일 것이다. 물론 HMD(Head Mounted Display)라 불리는 헤드셋 형태의 VR 기기가 의료, 국방 등 전문 분야에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사용자를 위한 시장은 전문 분야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일반 사용자는 무거운 HMD에서 벗어나 심플한 구글 글래스와 같은 스마트 글래스로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진정한’ AR 스마트 글래스를 만나볼 수 있을까? 몇 년 안에 일반 사용자가 AR 스마트 글래스를 만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배터리 팩 없이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고, 앱 생태계를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스마트 글래스는 전문가 시장을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몇 년간 독립형 스마트 글래스는 스마트폰 구입과는 별개의 하이엔드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며, 스마트 글래스의 변곡점은 스마트폰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가 바뀌어 매출 감소로 이어질 때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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