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이 된 포켓몬 GO 열풍,증강현실 시장 기폭제 될까
  • 2016-08-02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Pokemon Go)’가 오랫동안 시장을 빼앗겼던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나이앤틱(Niantic Labs)의 AR 기술과 닌텐도의 인기 콘텐츠인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이 결합하면서 전 세계를 ‘포켓몬 고’ 열풍으로 몰아넣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보이는 실제 이미지 위에 가상의 3D 이미지를 합성하는 AR기술의 신기함과 피카추 캐릭터로 대변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의 결합으로 탄생한 ‘포켓몬 고(Pokemon Go)’가 게임 출시 하루 만에, 특히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만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1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포켓몬 고’가 출시된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포켓몬 앱을 실행해 포켓몬 찾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들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심지어 지명수배자가 ‘포켓몬 고’을 하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간 일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구글맵 지원 불가로 인해 ‘포켓몬 고’의 출시가 난황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속초, 울릉도, 독도 등지에서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현재 속초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방문한 이용자들로 때 아닌 관광 특수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의 분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20년 간 인기 모은 포켓몬,닌텐도를 살리다 
닌텐도의 콘솔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출시 6일째인 7월 11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최소 160만 달러, 누적 1,404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나이앤틱과 닌텐도는 연일 호재를 부르고 있다. 닌텐도의 주가도 급등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닌텐도 주가는 출시 일주일 만에 65.7%가 치솟아 시가총액이 1조 3,401억 엔이 늘어난 3조 3,774억 엔을 기록했다. 닌텐도는 1889년 야마우치 후사지로가 ‘닌텐도 곳파이’라는 개인 상점에서 시작했다. 닌텐도 곳파이는 ‘하나후다’라는 전통 화투를 손으로 그려 팔았고, 이후 플라스틱 화투를 대중화했다. 이후 증손자인 야마우치 히로시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디즈니 캐릭터 카드로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사업다각화와 일본의 경제 악화로 1964년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다시 오락산업으로 돌아온 닌텐도는 1966년 울트라핸드를 통해 재기를 노렸고, 1977년 가정용 게임기인 ‘컬러 TV게임 15’를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1980년대에 출시한 패미컴용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인기는 닌텐도에게 화려한 전성기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하는 환경 속에서도 콘솔 게임에만 집중하던 닌텐도는 결국 다시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데, 최근 4년간 적자를 기록한 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비록 나이앤틱이 게임을 개발했으나, 이 회사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으며 포켓몬컴퍼니의 지분 일부(32%)를 소유하고 있는 점이 닌텐도의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JP모건은 7월 11일 보고서를 통해 ‘포켓몬 고’로 발생하는 매출을 애플과 구글이 30%, 포켓몬컴퍼니가 35%, 나이앤틱이 35%로 나눈다고 가정했을 때, 닌텐도의 보유지분으로 인해 연간 수익이 250억 엔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달 말에 출시 예정인 3,500엔짜리 탈부착이 가능한 손목형 기기인‘포켓몬 플러스’가 5,000만 대 팔린다면, 역시 250억 엔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닌텐도의 2015년 순수익이 165억 엔인 점을 감안하면 ‘포켓몬 고’로 늘어난 닌텐도 수익은 3배에 달하게 된다.






AR 기술만으로는 시장을 성장시킬 수 없다

닌텐도가 ‘포켓몬 고’로 이른바 ‘대박’을 치자, 한국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7월 18일 범부처 차원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게임문화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보고하고 ‘포켓몬 고’와 같은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게임 규제를 해소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게임 진흥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악으로 규정했던 정부가 이른바 ‘열풍’이 불자, 그 바람에 편승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2011년 셧다운제와 함께 펼쳐진 각종 규제로 게임업체 수는 2010년 2만 658개에서 2014년 1만 4,440개로 30% 급감했다. 종사자 역시 2012년 5만 2,466명에서 2015년 3만 9,221명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VR 또는 AR이 접목된 게임을 개발한다고 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의 부재에 있다.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가 7월 18일 AR 업체인 소셜네트워크와 손잡고 ‘뽀로로 고’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극히 유아들을 위한 콘텐츠에만 국한된다.
 
 
 
사실 ‘포켓몬 고’ 이전에도 증강현실 게임은 출시된 바 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임먼트코리아에서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아이러브펫’을선보였고, ‘창세기전’의 소프트맥스는 2011년 증강현실과 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한 ‘아이엔젤’을 출시한 바 있다. KT는 2011년 AR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에서 몬스터를 잡으면 혜택을 제공하는 ‘올레 캐치캐치’라는 마케팅 플랫폼을 내놨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가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로서는 낮은 스마트폰 사양도 문제였지만, 마케팅적 요소의 부재가 컸고, 더군다나 IP의 힘도 없었다. 즉 ‘포켓몬 고’가 증강현실이기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포켓몬 고’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AR과 콘텐츠의 결합이 신선해서였을까? 답은 ‘아니오’다. 포켓몬은 1996년 비디오 게임으로 먼저 출시했다.
당시 포켓몬스터는 육성과 수집, 모험의 특성을 가진 게임으로 기획, 시작됐다. 물론 초기에는 타깃층이 어린이였지만, 단순하고 귀여운 몬스터 캐릭터들은 누구나 좋아할만 했다. 지난 20여 년간 여러 휴대용 기기에서 수십 개의 시리즈로 발매됐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TV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제작되면서 관련 상품도 쏟아져 나왔다. 당시 이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던 이들이 지금의 20~30대 층이다.
즉 포켓몬은 이미 오래전부터 쌓아온 마니아층을 형성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의 미디어믹스로까지 발전한 초대형 콘텐츠였다. 포켓몬 마니아들 역시 ‘포켓몬 고’는 포켓몬 시리즈 중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콘솔 게임에만 집중해오던 모습에서 벗어난 닌텐도가 신기술인 증강현실과 위치인식 시스템인 GPS를 적용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면서 관심을 증폭시킨 것뿐이다.
그 동안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와 게임보이 어드벤스, 그리고 2000년대 후반에 열풍을 일으킨 닌텐도 DS 등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포켓몬을 직접 헌터가 되어 포켓몬스터를 찾아 나선다는 콘셉트가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만든 셈이다.


2020년, AR이 VR 규모의 4배

그럼에도 ‘포켓몬 고’의 사회현상은 AR·VR에 대한 관심 증폭과 관련 시장형성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아볼 수 있다. 디지캐피탈(Digi-Capital)에 따르면, 2020년 VR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34조 원), AR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37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KT경제경영 연구소의 신나라 연구원은 “현재까지 VR이 시장 규모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로는 AR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전체 시장의 80%인 1,200억 달러의 매출이 AR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VR 기술은 이미 오래 전인 1960년대부터 등장했다. 3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처음으로 가상현실 체험을 시도한 ‘Sensorama’는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개념을 도입한 장비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80년대 NASA가 VR헤드셋 기기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전문기관의 비행 시뮬레이션 등 훈련용 도로만 사용됐다. 지지부진했던 시장이 급선회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페이스북은 20억 달러에 VR 전문기업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한 데 이어 구글, 삼성, 소니, HTC 등 IT 전문기업들이 앞 다퉈 VR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린라이트 VR(Greenlight VR)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 내 VR연관 사업을 진행 중인 업체 수는 150여 개 이상이라고 한다. 삼성 Gear VR의 이용자 수는 전 세계 100만 명을 돌파했는데, Statistic은 2018년이 되면 VR 이용자 수가 1억 7,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R이 완벽한 가상세계를 눈앞에 구현해 몰입도 높은 환경 제공으로 실감형 콘텐츠에 활용하는 반면, AR은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그 위에 추가적인 정보를 덧입히는 정보전달형 콘텐츠에 적합한 기술이다.
현재 AR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앞서 나가고 있는데, ‘포켓몬 고’를 개발한 나이앤틱이 바로 구글의 자회사다. 또한 구글은 AR을 모바일기기 화면에 보여주는 ‘프로젝트 탱고(Project Tango)’도 추진 중이다. 레노버는 6월 10일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인 ‘팹2 프로(PHAB2 Pro)를 공개했다. 탱고에는 모션 트래킹(motion tracking), 심도 인식(depth perception), 공간 학습(arealearning) 등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모션 트래킹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3D환경에서 자신의 위치를 볼 수 있도록 해주며, 심도 인식은 주변의 표면과 장애물 분석을 통해 현실 세계의 모습을 파악한다. 그리고 공간 학습은 스마트폰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이 세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이 주변 물체와 환경을 시각화하고 이를 이해하게 해준다. 이를 위해 초당 25만회 이상을 측정하는 센서가 사용된다.
예를 들어,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다면, 직접 가구를 설치하지 않고 가상으로 가구를 놓아본 후 다른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지를 살펴 볼 수 있다.즉 가구 사이트의 여러 가구 디자인 중 어떤 것이 내 집의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서비스로 이케아는 2013년부터 이케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카탈로그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카탈로그에는 증강현실 기술이 탑재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대면 화면 위에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기술이 나타난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카메라로 사용자의 방을 비추면 3D 가구 이미지가 기기 화면 위에 떠오르는 기술도 구현해 가구 크기, 색, 스타일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오래 전부터 AR 헤드셋인 ‘홀로렌즈(Hololens)’를 개발하고 있다. 홀로렌즈는 총 18개의 센서가 초당 테라바이트 단위의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해 홀로그램 영상으로 전환한다. 홀로렌즈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3월에 선보인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 기술은 원거리에 있는 상대를 3D 스캔 후 홀로그램으로 눈앞에 등장시켜 영화 속에서만 보던 순간 이동을 현실에서 구현해냈다.
이 기술은 향후 시공간의 제약 없이 공동 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물론, 멀리 떨어진 가족과의 실시간 대면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AR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는 기업은 매직립(Magic Leap)으로, 하늘에 떠다니는 잠수함, 체육관에 등장하는 고래 등 불가능한 상황을 실제 환경에 AR로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매직립은 디즈니와의 제휴에 이어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비밀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 연구소는 루카스필름 프레시디오(Presidio) 캠퍼스의 요다 파운틴(Yoda Fountain)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매직립은 연구소 설립과 함께 지난 6월부터 디즈니와 손잡고 ‘스타워즈’를 AR과 결합하는 시도를하고 있다. 매직립은 AR 헤드셋을 착용한 후 ‘스타워즈’를 보면서 영화 속 가상 이미지(홀로그램)을 마치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매직립이 유튜브에 올린 데모 영상에서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드로이드인 C-3PO와 R2D2가 전투장면을 홀로그램으로 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별도의 컴퓨터 그래픽 작업 없이 구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 역시 2015년 증강현실 기업인 메타이오(Metaio)를 인수하는 등 AR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AR 솔루션인 ‘T-AR’, LG전자의 AR 기술을 적용한 청소기 ‘로보킹’, 팅크웨어의 AR 접목 내비게이션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다 성공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AR 서비스와 상품이 등장하는데에는 아직까지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선 AR을 상용화하려면 AR단말이 인식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가상의 이미지나 영상 등을 입히는 렌더링 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최적화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또한 AR 기술을 입힐 콘텐츠도 필요하다. 콘텐츠는 ‘포켓몬 고’의 사례처럼 지속적인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도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 대해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적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포켓몬 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일상적인 장소에서 포켓몬스터를 발견하는 콘셉트여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 장소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어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즉 한국에서 아직까지 의료, 운전 등 특정 분야에만 개발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데이터, 즉 콘텐츠가 부족해서다.
하지만 기회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교육, 쇼핑, 제조, 전시, 의료, 디자인, 광고 등 분야에서는 AR이, 문화 유적, 스포츠, 게임, 뉴스, 부동산, 영화, 공연 등에서는 VR이 주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한 콘텐츠 산업의 육성 및 개발과 더불어 사용자에게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각각의 활용 영역에서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융합함으로써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본 게임업체 Gumi의 CEO인 쿠니미츠 히로나오가 “VR과 AR이 결합된 MR(Mixed Reality)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말처럼, 현실의 배경을 부가적인 요소로 활용하고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융합해 기존보다 진화된 가상 세계를 구현해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향후 IT 업계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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