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하락의 대안, ‘스마트 팩토리’
  • 2015-11-04
  • 김언한 기자, unhankim@elec4.co.kr

산업부가 최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하반기 40억의 추경을 편성했다. 스마트 팩토리 보급·확산 사업은 박근혜 정부 핵심개혁과제인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일환이다. 올 하반기까지 900개가 구축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기술로 실현시킬 수 있는 토대가 크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고유의 전략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인 지멘스의 ‘EWA’와 정부 정책, 그리고 국내 기업의 사례에 대해 살펴본다.
공급 기술 국산화율 34%
독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전기, 전자,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정부 정책 지원에 힘입어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들의 참여 역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강국’이라는 용어가 무색할 정도로 국내 스마트 팩토리 점유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의 기초 기술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분야 주요 기술의 경쟁력이 선진국의 70% 미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많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작년 국내 스마트 팩토리 시범 사업추진 시 공급 기술의 국산화율은 약 34%에 머물렀다. 이조차 대부분 중저가 부품 및 장비에 집중돼있어 고부가 가치 분야에서의 국산화 기술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국가는 독일과 미국, 일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스마트 팩토리의 수는 많지 않지만 독일의 지멘스(Siemens), 미국의 로크웰 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 , 일본의 미쯔비시(Mitsubishi)가 각 국가들을 대표하고 있다.
이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장은 독일 남부 암베르크(Amberg)에 위치한, 전기전자기업 지멘스의 스마트 팩토리 ‘EWA(Electronics Works Amberg)’다. 독일식 창조 경제 해법인 ‘인더스트리 4.0‘의 표준 모델이 되고 있다.
 
지멘스, “생산성 높이고 에너지 소비 줄여”
EWA에선 매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5,000만 건의 정보를 통해 제조 공정마다 자동으로 작업 지시를 내린다. 파워엔지니어링에서부터 산업용 제어 시스템, 시스템 솔루션까지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생산된다.
제품의 불량률은 0.001%. 10만 개 제품 생산 시 1개꼴이다. 공장 내 모든 시스템이 불량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모든 공정에서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평균 35시간(1주 기준)으로 매우 짧은 편에 속하지만 생산성은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소비 역시 기존 공장 대비 30% 정도 낮아, 전체 효율에 기여한다.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성공적으로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 3/4 자동화 실현
1년 365일 중 230일 가동되는 이 공장에선 매년 1,200만 개의 제품이 생산된다. 1초에 제품 1개가 제작된다.
생산은 대부분 자동화돼있다. 기계와 컴퓨터는 전체 공정의 75%를 담당하며 나머지 25%만이 사람 손을 거친다. 제조 공정이 시작될 때 회로 기판(circuit board)을 사람이 생산 라인에 최초로 배치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지멘스 관계자는 “파란색 작업복을 착용한 직원들과 대리석 PVC, 가슴 높이까지 오는 기계들은 병원 수술실을 연상시킨다”며 “EWA 내에서 먼지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며 공장 분위기를 전했다.
회로 기판이 사람의 손을 잠시 빌리면, 컨베이어 벨트는 이를 이동시켜 노광(Photolithographic) 기술을 실현시킨다. 다음 단계에선 레지스터, 마이크로칩과 같은 부품이 회로 기판 위에 올려진다. 가장 빠른 생산 라인은 매 시간마다 25만 개의 부품을 실장시킨다.
 
바코드 통해 전 제품 위치 파악
이후 카메라는 광학 장비 시스템으로 옮겨진 부품의 접합 위치 이상 여부를 점검하며, 이와 동시에 X-레이는 부품끼리 연결된 부위를 점검한다.
나머지 과정에서 제품은 하우징되고 다시 한 번 테스트된 뒤 뉘른베르크(Nuremberg)의 배송 센터로 보내지게 된다. 전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각각의 회로기판에 각기 다른 바코드가 부여돼 감독자가 작업을 한 눈에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00개 이상의 스캐너들은 모든 공정 단계를 실시간 점검하며 테스트 이상여부 결과, 접합될 때의 온도, 위치정보와 같은 제품 상세 정보를 기록한다. 동시에 공정에 대한 정보는 IT 제조실행 시스템에 저장된다.
지멘스 관계자는 “자사는 마지막까지 모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관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 가치 하락…생산자동화로
독일은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야기 된 생산 인구의 감소, 제조업의 부가 가치 하락을 미리 내다보고 공장의 스마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같은 노력은 ICT와 제조업을 융합한 독일식 창조 경제 전략 ‘Industry 4.0’으로 귀결됐다.
현재에도 이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무선 네트워크 등 유비쿼터스 기술을 제조 공장에 접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 독일과 더불어 세계 최대 제조업 강국으로 평가받는 미국은 지난 2012년 ‘미국 제조업 재생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지원할 첨단 제조기술(Advanced Manufacturing Technology) 전략을 수립, 인프라를 구축 중에 있다.
일본 역시 엔화 약세 정책과 함께 산업재흥플랜에 기반한 산업 구조 혁신 및 혁신적 설계 생산 기술 R&D 투자 강화를 추진 중이다. 늦은 것은 우리나라 한국이다.
 
정부, 2020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1만 개 확산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몇 년 전부터 제조 효율성 저하,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 인구 감소 및 노령화 등으로 ‘제조업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여기 더해 위에선 미국과 독일, 바로 아래선 중국의 압박과 마주하는 샌드위치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인구 고령화로 국내 생산 가능 인구는 2016년 3,704만 명을 정점으로 2017년 3,702만 명으로 줄어들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조업 생산성은 2010년 이후로 둔화된 상태다. 하락세 지속은 기정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3년 동안이 제조업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IC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1만 개 확산을 통해 20인 이상의 중소, 중견 기업 공장의 약 1/3을 IT 기반 생산관리 이상의 수준으로 스마트화시킬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20개, 현대자동차는 100개 등 다양한 기업이 스마트 팩토리를 지원하게 된다. 2017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24조 원을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업 혁신에 투입할 예정이다.
좀 더 신중하게 정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Industry 4.0 등의 구체적이지 않은 제조, 생산 시스템 패러다임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국내 중소 제조업 현실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도 도입 시작
국내 업체 중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LS산전이다. LS산전의 청주사업장은 정부의 제조업혁신 3.0 중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가장 충실히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사 솔루션 기반 스마트 생산 라인을 구축,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등 전 라인에 걸쳐 완전 자동화를 구현했다.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대폭 개선시켰다.
LS산전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설비, 고효율 인버터 등 각종 솔루션이 집합된 자사의 EMS 제품 ‘그리드솔(GridSol)’이 적용된 FEMS을 구축해 공정 전체의 실시간 에너지사용 현황을 한 눈에 점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FEMS(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는 공장의 에너지 절감과 성능 최적화를 위한 관리 시스템이다. 공장에서의 전기, 가스, 열 등의 에너지 손실과 낭비되는 부분을 개선해 에너지 비용 절감을 도모한다.
포스코(Posco) 또한 제2열연공장의 스마트화에 이어 광양제철소 전체를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완전한 형태의 스마트화는 아니지만 경남의 계란공장 젤란(Zellan) 역시 마트에서 계란 판매량을 공장의 상황실 모니터로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선한 계란의 마트 배송이 가능하다.
스마트 공정의 핵심, IoT·CPS
IoT, CPS, 스마트 센서, 3D프린팅, 빅데이터 등 많은 기술들이 제조업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영역은 IoT다. 공장 안에 있는 모든 설비·기계 장비에 센서를 부착해,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 기반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기 때문이다.
IoT를 기반으로 공장은 제조 생태계가 구현되고, 지능화된 생산 설비는 생산관리시스템(MES), 전사적 지원관리시스템(ERP) 등 다양한 정보 시스템과 연동되게 된다.
CPS(사이버물리시스템) 역시 필수적인 요소다.
CPS는 사이버 세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및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생산과 관련된 센싱 및 데이터 수집을 연결한다. 소프트웨어, 센서, 정보처리장치 등에 기반한 스마트 생산을 지원한다.
독일 정부는 CPS 구축과 스마트 공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연구센터(DFKI)를 통해 스마트 팩토리를 끊임없이 시험 중이다. 지멘스, 보쉬 등을 비롯한 대기업 역시 CPS 구축을 통한 생산 공정 스마트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센서와 액추에이터 기술의 발전 역시 스마트 팩토리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 국내 제조업 고도화 방안으로서 스마트공장의 가능성, KDB 산업은행
-스마트공장 기술 동향, 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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