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BBC·가디언 “AI 일자리 증가와 함께 고용 구조 변화”… 훈련·검증 직무 확대, 숙련 기술직 가치 재조명
인공지능(AI)이 기존 사무직과 소프트웨어 직무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고용시장에서는 한편으로 AI 관련 신규 직무가 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현장 판단과 숙련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외신과 고용 데이터 분석을 종합하면, AI의 1차 충격은 일자리 총량의 급감보다 노동시장의 역할 재배치에 더 가깝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독립적인 추적 도구에서도 확인된다. 메릴랜드대 로버트 H. 스미스 경영대학원과 LinkUp은 2024년 AI 일자리 추적 플랫폼 ‘AI Maps’를 공개하며, AI 관련 채용이 일반 IT 채용 둔화 속에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존 키워드 방식보다 정확도를 높인 대형언어모델 기반 분류를 통해 미국 내 AI 일자리 확산을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흐름을 보다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WSJ는 LinkedIn 구인 데이터 분석을 인용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에서 AI 관련 일자리가 약 64만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Head of AI’, AI 엔지니어, 데이터 애너테이터 등 신규 화이트칼라 직무가 포함됐으며,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반되는 대규모 현장 일자리는 이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AI 관련 채용공고 비중은 2023년 1.6%에서 2025년 3.4%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새롭게 늘어나는 역할이 단순한 개발 직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AI 기업뿐 아니라 금융, 의료, 제조업 등에서도 데이터를 검토하고 라벨링하는 인력, 특정 분야 전문지식으로 모델을 훈련시키는 인력, 조직 내부에서 AI 활용을 교육하고 조율하는 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 즉 AI 시대의 고용 수요가 ‘개발’뿐 아니라 ‘훈련’, ‘검증’, ‘적용 지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직무는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WSJ는 과학·의료 등 전문영역에서 경험 많은 인력이 AI 모델의 응답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일부는 시간당 높은 보수를 받는 사례도 소개했다. 이는 AI 관련 일자리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인간 전문지식을 직접 투입하는 형태로도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AI 확산이 곧바로 ‘양질의 신규 화이트칼라 일자리 확대’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함께 나온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AI 시대에 일부 사무직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배관공·전기기사·용접공 같은 손기술 기반 숙련 직무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대학 진학과 금융·법률·사무직을 과대평가해 왔고, 이제는 기술 기반 직업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가디언도 비슷한 흐름을 조명했다. 최근 보도에서 디젤 엔진 정비, 전기설비, 건설, 범죄현장 감식 등 이른바 ‘중간숙련’ 직무는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과 현장 적응력, 손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AI와 로봇이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MIT의 데이비드 오터 교수 역시 "이러한 직무는 현장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판단, 민첩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새로 생겨나는 AI 일자리의 질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도 필요하다. WSJ는 일부 AI 훈련 직무가 단기성 프로젝트나 플랫폼 노동 형태로 공급되고 있으며, 종사자들 사이에서 작업 강도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는 AI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는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안정적인 정규직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외신과 관련 분석을 종합하면, AI 시대 고용시장의 핵심은 단순한 ‘일자리 증가’나 ‘일자리 감소’보다 인간의 역할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복적 지식 노동은 자동화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AI를 훈련하고 검증하며 조직에 안착시키는 역할, 그리고 현장 판단과 숙련 기술이 필요한 직무는 오히려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는 일자리를 일괄적으로 대체하기보다 노동시장의 구조와 가치 기준을 재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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