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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노트] 중성미자, 신곡이 나왔습니다
  • 2022-07-04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신곡이 나왔단다. 근데 노래가 좀 수상하다. 노래 앞 부분만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난 참 눈에 띄지 않는 사람,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  
딱 끌리는 것도 딱히 꺼리는 것도 없는 
그저 부딪히지 않는 법만 아는...(중략)”




그 배경을 모르고 무심코 듣는다면 예의 발라드 노래처럼 들을 수 있겠다. 하지만 노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에 접어들면, “난 중성미자, 중성미자~~”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성미자라니? 맞다. 가사에 쓰인 중성미자는 그 중성미자(Neutrino)가 맞다. 세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지만 20세기 초까지는 아무도 그 실체를 알지 못했던, 전하가 없으며 질량이 거의 없는 소립자의 한 종류를 말한다.

최근, 우연히 다녀 온 북콘서트의 풍경이다. 독서토론회, 북토크라는 이름은 들어보고 한번쯤 가보기도 했지만 북콘서트가 정말 노래까지 하는 이벤트인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북콘서트의 주인공은 과학책(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박인규 저)이 아니던가. 굳이 행사 이름에 ‘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자칫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과학책 주제를 조금은 순화시키기 위한 고육책인줄 알았다. 노래와 함께 어울린 중성미자라니. 대체 이게 무슨 조합이란 말인가.

유령과 카멜레온

대략 초당 100조 개나 되는 중성미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을 뚫고 지나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중성미자도 방사선의 일종인데 우리 몸을 통과해 지나가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나쳐간다. 그래서 중성미자는 유령입자(ghost particle)라고도 불린다. 이 입자는 태양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며 온 우주에 가득 차 있다. 유령처럼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몸도, 건물도, 지구도 뚫으며 우주를 배회한다.

또한 중성미자는 전자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등의 종류가 있는데 이들은 서로 바뀔 수 있다. 즉 어느 것 할 것 없이 모두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중성미자도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진동을 통해 다른 중성미자로 변신한다. 
 
이 작지만 거대한 힘을 가진 중성미자는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1987년, 거의 400년 만에 폭발한(정확히는 관측한) 초신성 하나 때문에 중성미자 연구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는다. 이 초신성에서 나온 중성미자가 지구상의 중성미자 검출기로 잡혔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우주 배경 복사가 빅뱅후 38만 년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른바 우주 배경 중성미자는 빅뱅 후 1초 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중성미자가 없으면 우주는 없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다시 처음에 소개했던 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노래를 직접 만든 리드보컬(진현)은 책 저자(박인규)와 함께 가사를 만들었다. 그냥 쓴 노랫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중성미자의 비밀이 모두 거기에 담겨있다. 다시 음미해 보자. 

“난 참 눈에 띄지 않는 사람(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검출이 가장 힘든 입자 중 하나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전기적으로 중성이어서),
딱 끌리는 것도 딱히 꺼리는 것도 없는 (+극이나 -극처럼 서로 당기거나 밀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부딪히지 않는 법만 아는(충돌하지 않고 통과하는 성질이 강해 유령입자라고 불린다)
(중략) 난 중성미자 중성미자~” 


올 여름은 무척 덥다고 한다. 여전히 코로나 감염자는 발생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그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2년 넘게 누리지 못한 일상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된다면 어디 가까운 북토크 행사를 찾아보는 여유도 괜찮을 것 같다. 과학책 하나 놓고 광활한 '우주의 일'을 생각하는 행위를 인간 말고 또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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