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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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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이 독자적 AI 생태계 구축하는 국가들', AI 질서 재편한다
2026-02-19 김미혜 기자, elecnews@elec4.co.kr

설계는 미국, 제조는 대만, 인프라는 중동·아시아… 분산되는 AI 질서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단일 축에서 다극 구조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 더가디언은 최근 “미국 없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걸프 국가와 유럽, 아시아에서 확산되는 ‘AI 주권(sovereign AI)’ 움직임을 분석했다. 기술과 자본이 미국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도 각 지역이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과 자본 측면에서 미국의 우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BBC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올해 총 6,000억 달러 이상을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칩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마존 또한 2,0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를 예고했으며, 구글과 메타도 전년 대비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임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중국을 방문해 현지 사업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와 중국 세관의 통관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 관리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중국이 엔비디아의 장기 성장 전략에서 여전히 핵심 시장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AI 칩 수출이 정치·외교 변수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도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사례라는 분석이다. 이는 AI 산업의 ‘수요와 시장’ 축이 여전히 중국에 크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 칩 제조 측면에서는 대만의 TSMC가 중심에 있다. AP통신은 대만 경제가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만의 TSMC가 전 세계 최첨단 칩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AP는 AI 열풍이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대만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와 인프라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더비즈니스타임즈는 말레이시아 최대 태양광 기업 솔라베스트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발전 용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재생에너지 확산이 AI 인프라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가디언은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이 자국 통제 하의 AI 인프라 확보를 목표로 데이터센터와 자체 AI 모델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 역시 영국 정부가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 데이터센터 기업들도 연산 수요 증가에 대응해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플랫폼 통제와 경쟁 규제가 병행되고 있다. 더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애플과 구글로부터 앱스토어 운영의 투명성 강화와 제3자 앱 차별 금지에 대한 자율적 약속을 이끌어냈다. 다만 경쟁법 전문가 톰 스미스는 이를 “구속력이 약한 조치(lightweight)”라고 평가했고, 영국 언론협회 역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AI법(AI Act)을 통해 인공지능 활용 기준을 제도화하며 규범적 틀을 강화하고 있다. 가디언은 유럽 내에서도 ‘AI 주권’을 둘러싼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거버넌스 차원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총회는 인공지능의 경제·사회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40인 규모의 ‘독립 국제 AI 과학패널(Independent International Scientific Panel on AI)’ 구성을 승인했다. 미국은 해당 기구가 “유엔의 권한과 역량을 넘어선다”며, AI 거버넌스는 국가 주권 사안이며 국제기구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구성안은 찬성 117표, 반대 2표(미국·파라과이)로 유럽과 중국, 다수 개발도상국의 찬성표를 받으며 통과되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AI의 경제·사회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독립적 기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AI 산업은 단일 국가의 기술력만으로 완결되기 어려운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칩 설계는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제조는 대만이 담당하며, 수요와 주요 시장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은 미국에서 공급된다. 에너지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걸프와 동남아 등으로 확산되고, 규제와 국제 거버넌스 논의는 유럽과 유엔 무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없이 AI를 완전히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동시에 미국만으로도 완결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AI 경쟁은 특정 국가의 우위 문제를 넘어, 기술·제조·에너지·자본·규범이 분산된 글로벌 산업 구조의 재편 국면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외신 보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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