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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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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이슈] 머스크가 설계하는 ‘전기차 이후’는 어떤 그림일까
2026-02-05 김미혜 기자, elecnews@elec4.co.kr

로봇·AI·우주 인프라까지… 외신이 바라본 ‘머스크식 전환 전략’


전기차(EV)를 중심으로 형성돼 온 글로벌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의 행보를 두고, 단일 사업의 확장이라기보다 ‘전기차 이후’를 전제로 한 구조적 재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테슬라의 실적 흐름 변화와 맞물려 로봇·자율주행·인공지능(AI),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연산·에너지 인프라까지 하나의 전략 축으로 엮으려는 시도가 동시에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출발 신호는 테슬라의 실적 변화다. BBC와 AP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연매출이 전년 대비 약 3% 감소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같은 해 말 분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60% 이상 줄었다.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가격 인하 압박, 수요 둔화가 겹치며 전기차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가 수치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이 흐름을 테슬라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해석한다.


< 머스크의 기술 통합 구상 전략 (외신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


BBC는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사에서 로봇과 자율주행, AI를 핵심으로 하는 기술 기업으로 정체성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모델 S와 모델 X 생산을 중단하고, 해당 생산 역량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BBC는 전기차 판매 둔화 속에서도 머스크가 로보택시와 로봇, 자율 시스템을 테슬라의 미래 가치로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단기적인 비용 조정이라기보다는 “회사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AP 역시 테슬라의 가치 평가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P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6년 기준 AI 및 신사업 관련 설비투자(Capex)를 약 2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는 전기차 생산 설비 투자보다 빠른 증가 속도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설립한 AI 기업 xAI에도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AP는 이 같은 자금 배분을 두고 “차량 판매보다 로보택시와 로봇, 자율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AI 전략에 테슬라의 미래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동시에 머스크가 여러 기업을 이끄는 구조에서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함께 소개했다.


머스크의 AI 구상은 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AP는 머스크가 대규모 AI 수요가 촉발할 수 있는 전력 부담과 냉각 비용 문제의 해법으로 태양광 기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웹사이트 글과 공개 발언을 통해 “우주는 늘 맑다(It’s always sunny in space)”라며, 장기적으로 “우주 기반 AI가 확장의 유일한 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해왔다.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부담과 물 사용량, 환경 갈등을 키우는 상황에서 궤도를 새로운 연산 공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 지상 데이터센터 vs 우주 데이터센터 (외신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


그러나 외신들은 동시에 이 구상이 직면한 현실적 제약을 강조한다. AP는 우주 데이터센터의 대표적 난제로 열 관리 문제를 꼽았다. 우주는 춥다는 직관과 달리 진공 환경이라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고, 대규모 방열 구조물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동부대(노스이스턴대) 교수 조셉 조넷(Josep Jornet)은 “냉각되지 않은 칩은 지상보다 더 빠르게 과열될 수 있다”며, 대형 라디에이터가 필요하지만 이런 구조물이 대규모로 구현된 전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위성 수 증가에 따른 충돌 위험과 유지·보수 문제 역시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로이터는 이 구상이 규제와 기술 일정에 동시에 묶여 있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태양광 기반 위성 데이터센터 운용 승인을 요청했으며, 차세대 재사용 로켓 ‘스타십(Starship)’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과거 스타링크(Starlink)에서도 실제 배치보다 많은 위성 수를 신청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함께 전하며, 이번 계획 역시 장기적 구상 단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기술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스페이스X와 xAI의 결합을 “수직 통합(vertically integrated)”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했다. 발사체, 위성 제조·운용, 연산 인프라, AI 모델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다만 초대형 위성군이 가져올 궤도 혼잡, 충돌 위험, 고도 500~2000km에서 발생하는 잔해의 장기 체류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 통합 구상을 둘러싼 외신의 상반된 평가 (외신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


이 같은 '통합 전략'을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가디언(The Guardian)은 xAI의 챗봇 ‘그록(Grok)’이 촉발한 성적 딥페이크 논란을 계기로 각국 규제 당국의 압박이 “분기점(tipping point)”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X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영국·호주·EU 등도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악시오스(Axios)는 투자자와 거버넌스 관점에서 이번 결합을 해석했다.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에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현금 소모가 큰 xAI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와 IPO 서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연결성(connectivity)·데이터(data)·연산(compute)이 하나의 스택으로 수렴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결합이 ‘플랫폼+인프라’ 서사를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이 과정에서 테슬라의 로봇·자율주행 전략 역시 단기 실적보다 장기 비전을 중시하는 자본 구조 실험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의 해석은 하나로 수렴한다. 전기차가 지난 10년간 기술 전환의 상징이었다면, 다음 10년은 로봇과 자율주행, AI,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연산·에너지 인프라를 누가 먼저 통합적으로 구축하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 에너지·환경 부담, 규제와 거버넌스, 투자자 설득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 또한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다.


BBC는 향후 기술 경쟁의 핵심이 개별 제품의 성능이 아니라, AI와 로봇을 실제 사회와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적 수용 능력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전기차 이후’를 둘러싼 경쟁이 이미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만큼은 외신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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