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는 향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해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생성형 AI는 소프트웨어의 사용 방식은 물론,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AI의 활용 양상은 ‘반응적(reactive)’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무언가를 요청하면 AI가 이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AI의 개념은 여러 면에서 ‘자율성(autonomy)’과 맞닿아 있다. 이는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가 인간처럼 과제나 문제에 대응하고 이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율적 특성은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복잡하고 다단계에 걸친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모니터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AI 에이전트는
대시보드에 직접 연결돼 오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관련 문서와 센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조회해 문제를 진단한다.
이어서 해결책을 생성하고, 수리를 위한 티켓을 자동으로
발행하며, 구체적인 수리 지침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AI 에이전트(AI agent), 또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이다. 이들은 단순히 반응하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며, 상황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능동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향후 AI 기술 발전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AI 에이전트(AI agent), 또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기반으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단순히 사용자 입력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과제와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AI 에이전트는 다음의 네 가지 단계 과정을 통해 기능한다.
인식(Perceive): AI 에이전트는 벡터 데이터베이스, 현장 센서 등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수집해 관련 데이터를 식별한다.
추론(Reason): LLM은 AI 에이전트의 중심에서 추론 엔진 역할을 수행하며, 데이터 검색과 행동 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생성하고 특화된 모델과 도구를 호출한다.
행동(Act): 도출된 해결책은 외부 도구와 소프트웨어에 연결돼 실행되며, 이 과정에서 AI의 행동이 예상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이뤄지도록 ‘가드레일(guardrail)’이 적용된다.
학습(Learn): AI 에이전트는 기존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미세 조정되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학습과 작업 수행 능력 향상이 가능하다.
이 네 가지 단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AI 에이전트를 구성하며, 이를 통해 사용자의 복잡한 문제를 원활하게 처리하거나 입력된 내용 중 변경 사항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이뤄지며, 특히 여러 분야 또는 도구 사슬에 걸친 복잡한 작업의 경우,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기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 문제에 가상 에이전트 적용하기
에이전틱 AI는 기존의 생성형 AI보다 훨씬 더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지니며, 특히 산업 현장에서 그 잠재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공장의 특정 기계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기술자는 대시보드를 통해 문제 알림을 받고, 생성형 AI 어시스턴트(예: Industrial Copilot)를 활용해 오류 코드나 문제 설명을 챗봇에 입력함으로써 문제를 파악한다. 이후 챗봇은 가능한 진단 결과와 관련 수리문서 등 저장된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모니터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AI 에이전트는 대시보드에 직접 연결돼 오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관련 문서와 센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조회해 문제를 진단한다. 이어서 해결책을 생성하고, 수리를 위한 티켓을 자동으로 발행하며, 구체적인 수리 지침까지 제공한다.
이 두 접근 방식 모두 동일한 최종 결과에 도달하지만, 에이전틱 AI를 활용한 방식은 수작업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모니터링부터 진단, 해결 절차 개발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 이는 에이전틱 AI가 단순한 반응형 시스템을 넘어, 복잡한 다단계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율 시스템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에이전틱 AI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사용자는 직관적인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점점 더 많은 도구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신규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숙련된 사용자의 생산성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LLM 기술을 기반으로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며, 향상된 데이터 처리, 도구 호출, 추론 기능을 통해 자연어 처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에이전틱 AI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631억 원으로 추산되며, 향후 5년간 연평균 53.7%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8년에는 약 1조 3,96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세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AI 에이전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LS일렉트릭은 지난 7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력 설비 진단에 특화된 AI 에이전트 개발과 제조업의 AI 전환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이 에이전트는 네이버클라우드의 경량 AI 모델을 기반으로, 전력 설비의 모니터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챗봇 형태의 진단 리포트를 제공하는 시나리오로 설계됐다. 또한,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하도록 폐쇄망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온프레미스형 AI 아키텍처로 개발되고 있다.
"에이전틱 AI를 활용한 방식은 수작업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모니터링부터 진단, 해결 절차 개발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
이는 에이전틱 AI가 단순한 반응형 시스템을 넘어,
복잡한 다단계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율 시스템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다른 사례로, SK 하이닉스는 지난 8월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가이아(GaiA)’를 공개했다. 가이아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반영한 에이전틱 AI 생성을 지원하며, 내부 업무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SK 하이닉스는 가이아를 통해 ‘비즈(Biz) 특화’, ‘LLM Chat’, ‘에이닷 비즈(A.Biz)’ 서비스를 함께 제시했으며, 이 중 비즈 특화 서비스의 다양한 에이전트와 LLM Chat 기능은 베타 오픈돼 실제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정부 역시 에이전틱 AI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에이전틱 AI를 포함한 핵심 AI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은 연구개발비의 40~50%, 중견·대기업은 30~40% 수준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산업 AI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에서 AI 에이전트를 주요 과제로 선정하고,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트윈과 연계한 AI 에이전트 개발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AI 에이전트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고 자율적인 AI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있어 이미 유의미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에이전틱 AI 시스템은 기업이 직원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진정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필자 소개
오병준 한국지사장,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오병준 한국지사장은 IT 업계에 30여년 이상 몸 담으며 쌓아온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경험을 바탕으로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여러 글로벌 IT 기업을 거치며 성공적 비즈니스 및 기술 전문성을 구축해 왔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한국지사장으로 선임되기 전, SAS (Statistical Analysis System) 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오라클 코리아, 테라데이터 코리아, IBM 코리아 임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엔지니어링, 영업, 채널 관리, 마케팅 등 다양한 관련 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오병준 한국지사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를, 숭실대학교에서 정보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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