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IER 장보윤 책임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전지’ 세계적 경쟁력, 제조 단가 낮추는 연구개발이 핵심”
  • 2024-04-01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KIER 에너지저장연구단 복합 고체전해질 개발 성공, 사업화 물꼬도

현재 주로 사용하는 리튬 이차전지는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 면에서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고체 전지가 떠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전고체 전지는 기존 전지의 단점인 화재 등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음극에 흑연 대신 리튬을 사용하여 에너지 밀도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장보윤 책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에너지저장연구단 
 
“전고체 전지용 복합 고체전해질 개발은 저희
KIER 에너지저장연구단 연구팀 뿐만 아니라
울산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진까지 10명이
넘는 연구진들이 5년간 각고의 노력을 하여 탄생한
기술입니다. (중략) 결국 새로운 차세대 기술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것도
각광을 받는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특히 전고체 전지 기술은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화재 위험성을 해소하고 높은 에너지밀도를 통해 전기 자동차의 주행거리의 대폭 늘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화물계 전고체 전지는 높은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공정비용의 장점으로 관련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박형화의 어려움과 쉽게 깨지는 취성 등의 기술적 한계로 황화물에 비해 개발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고분자의 함량이 높아 60℃의 높은 작동온도가 필요하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에너지저장연구단은 어떤 팀

이에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도 높은 이온전도성을 가진 전고체 전지용 복합 고체전해질 개발에 성공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 주인공은 바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 에너지저장연구단 장보윤 박사 연구진이다. 연구진은 전고체 전지에 복합 고체전해질을 적용하여 310Wh/kg의 높은 에너지밀도 성능을 구현했다. 특히 구부리거나 자르는 극한 상황에서도 전지가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우수한 내구성까지 증명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에너지저장연구단은 에너지저장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차세대 이차전지와 관련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응용 분야를 기준으로 나눈다면, 전기자동차 적용을 위한 ‘고에너지밀도 차세대 이차전지’ 분야와 전력저장장치 적용을 위한 ‘장주기 플로우 이차전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정직원 기준으로 총 26명의 팀원이 있으며, 이 중 22명의 박사급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소재 및 전기화학 전공자들로 커패시터부터 비 리튬계 이온전지 등 다양한 연구범위와 국내 전지3사 경력을 포함하고 있는 등 높은 역량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이에 국내 최초 고 함량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기반의 고 이온전도성 복합고체전해질 막을 개발한 연구책임자 장보윤 박사에게 차세대 전지에 대해 들었다.
  
그림 1. 연구진이 개발한 전지를 구부리고 자르는 극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모습


Q.  최근, 개발한 복합고체전해질막이 주목을 받았는데, 연구단에서 담당하는 연구 분야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주로 차세대 리튬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연구를 해왔습니다. 2008년도부터 국내에서 태동되던 실리콘계 음극소재 연구를 시작으로, SiOx기반 나노음극소재를 연구개발하여 기술이전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Si-C 복합계 음극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전고체 전지소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특히 세라믹 산화물 기반 전고체전지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전고체전지의 핵심구성요소인 리튬금속 음극소재에 대한 연구도 시작하였습니다. 


Q.  차세대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이와 관련한 개발에도 연구진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고체 배터리가 각광을 받는 이유와 강점, 전망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전고체 전지 기술은 어느 한 소재나 특정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입니다. 따라서, 저희 팀 뿐만 아니라 울산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진까지 10명이 넘는 연구진들이 5년간 각고의 노력을 하여 탄생한 기술입니다. 전고체 전지는 어려운 만큼 그 장점도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고체 전지가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리튬이차전지의 성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도, 현재 액체전해질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이차전지의 극단적인 성능향상이 그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고, 결국 새로운 차세대 기술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것도 각광을 받는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 분야가 그러하듯, 전고체 전지가 하루아침에 기존 전지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분간은 기존 액체전해질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이차전지가 대세를 이룰 것이며, 특히, 음극재 성능향상, 예를 들어 실리콘의 함유량을 기존 5~8wt.%에서 20 wt.%이상으로 높이는,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300 Ah/kg까지도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하지만, 300이상 최대 500Ah/kg까지 에너지 밀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전고체 전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됩니다. 구체적인 시장 진입 시기는 2028~2030년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Q.  특히 이번에 개발한, 전고체 전지를 위한 복합 고체전해질은 기존 소재와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지요. 

전고체 전지에 있어 고체전해질은 그 성능과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이자 구성요소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고체전해질은 황화물, 산화물 및 고분자를 기반으로 하는 소재들이 대부분입니다. 각각은 고유의 장단점을 가지고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앞선 기술로 알려진 황화물 기반 고체전해질은 핵심성능인 이온전도도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수분과 만날 경우 황화수소라는 독가스를 형성한다는 것과 셀 구동 시 높은 물리적 압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반면, 산화물은 상대적으로 조금 낮은 이온전도도를 가지고 있지만, 대기 중에서도 매우 안정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라믹 소재의 태생 상 잘 깨지는 특성이 있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분자 소재는 깨지지도 않고 형상제어도 우수한 반면, 가장 기본이 되는 이온전도도 등 전기화학적 성능이 가장 낮습니다. 

이번 개발한 복합 고체전해질은 황화물에 비해 안정적인 산화물의 특성을 백분 활용하여, 가장 큰 단점인 깨지기 쉬운 특성을 고분자 전해질과 복합화하여 해결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왜냐하면, 세라믹 함량이 너무 높으면 깨지는 특성이 두드러지고, 고분자 함량을 높이면 전기화학 성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각 소재가 가진 장점만 취하고, 단점들은 상호 보완적으로 최소화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에기연에서는 세라믹의 함량이 질량비로 최소 80% 이상이 되어야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결과를 얻어 깨지는 특성을 없애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세라믹 함량이 높은 중심막과 위아래에 고분자 막을 붙이는 형태의 3층막 구조를 통해 위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구조를 활용할 경우, 가운데 막은 기존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공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고분자막을 위아래로 위치시킴으로서 전극과의 계면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2. 롤투롤 공정을 이용한 복합 고체전해질 제작


Q.  연구팀은 "출연연 주도로 안전하고 우수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 기술개발과 사업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말씀대로 랩 단위에서 기술개발과 사업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힘든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배경은 무엇인지요.

국가출연연의 임무는 산업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위험요소가 높은 기술을 개발하면서, 학교에서 제시되고 있는 차세대 기술의 수준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수한 성능 기술과 함께, 항상 사업화 기술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동안, 계면제어를 위한 액체전해질 한 방울의 도움이 절실할 때도 있었으나, 사업화 관점에서 절대로 수행할 수 없었던 방법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공정이나 소재선택에 있어 사업화의 관점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결국은 연구원들의 경험과 상호 소통이었습니다. 기존 리튬이차전지 생산을 경험한 연구자들과 해외에서 선진기술을 습득한 연구자들 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을 결국 도출하곤 하였습니다. 결국, 어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 개발에 있어 수평적인 관계와 자율적인 소통이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 그룹 단체 사진

“미국, 일본 및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고체전지의 산업은 조만간 실제 시장에 나올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주도하고 있는 황화물 기반 전고체 전지가 국내 산업에 먼저 진입할 것으로 판단되며,
그 시기는 2027~30년 사이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내의 황화물 전고체 전지 기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하면서 진입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Q.  이번 개발은 연구원 차원에서도 특별한 것 같습니다. 해외 광물을 이용함과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처럼 해외 기관과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경을 설명 바랍니다. 향후 상용화 계획 포함해서 답변해 주세요.

저를 포함한 저희 연구원은 오래전부터 해외기관들과의 협력연구를 중요시해왔고, 이런 관점에서 해외 광물을 활용한 소재 개발은 당연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리튬이차전지와 같이 소재가 성능과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야에서는 항상 밸류체인 전체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연구원은 캐나다의 국책연구소인 NRC(National Research Council Canada)와 4년 전부터 전고체 전지를 중심으로 협력 연구 기획 및 수행해 왔으며, 2023년에는 캐나다 천연자원부와 기술개발과 관련된 양해각서를 채결하는 등 다양한 준비와 전략을 수립해 왔습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과 접하고 있는 북미에 속한 나라이면서, 많은 핵심 광물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차전지 분야가 그러합니다. 따라서, 캐나다의 광물기술과 한국의 전지소재화 기술을 이은 “이차전지 밸류체인 기술개발”은 전고체 전지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을 포함한 세계 시장 진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및 캐나다 기업들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기술개발과 사업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올 7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CKC(Canada-Korea Conference on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가시적인 실천 방안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두 마리 토끼 잡는 비결

Q.  이렇게 중요한 전고체 전지 분야의 국내 산업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가령 국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기존 액체전해질을 기반으로 하는 이차전지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및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고체 전지 산업은 조만간 실제 시장에 나올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주도하고 있는 황화물 기반 전고체 전지가 국내 산업에 먼저 진입할 것으로 판단되며, 그 시기는 2027~30년 사이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내의 황화물 전고체 전지 기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하면서 진입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높은 제조가격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함께, 저희와 같은 산화물을 기반으로 하는 전고체 전지 기술 역시 시장에 곧 진입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단지, 황화물 기반 전고체전지가 전기차 적용을 1차 진입 산업으로 본 반면, 산화물은 전력저장장치 등 보다 다양한 산업에서 나타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황화물 전고체 전지와 마찬가지로, 산화물 전고체전지도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액체전해질 기반 리튬이차전지보다는 높은 제조단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을 포함한 모든 연구개발기관들은 전고체 전지의 시장진입이 목표가 아니라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제조단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연구개발을 집중해야 하며, 저가제조기술 경쟁력을 갖는 것이 앞으로 전고체 전지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한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고체 전지는 이에 적합한 양극 및 음극 소재 등도 같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기존의 양극과 음극을 사용하지만, 리튬금속과 같은 차세대 음극의 활용기술도 경쟁력확보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Q.  전지 분야는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인데요. 끝으로 전지 분야를 연구하면서 보람이 있다면요.

저는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전지분야를 연구하지는 않았습니다. 2007년 당시 태양전지용 실리콘 정련연구를 하다가, 부산물로 나오는 나노 입자의 활용처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이 고민을 알고 있었던 고려대 교수님이 이 나노 소재를 이차전지에 활용해 보자고 제안해 주셨고, 소재의 전기화학연구에 관심이 있었던 그 당시 저로서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재연구의 장점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지 분야를 연구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역시 ‘사람’입니다. 2008년 연구를 시작한 이후 많은 학생들이 제 연구실에서 학위를 받았고, 현재 국내 전지 3사를 포함하여 관련 소재분야의 핵심인력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제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끝없는 난관으로 채워져 있지만, 이 기술이 세상에 나와 인정받고 사업화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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