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아닌 국가적 손해로 인식해야
Standby Power 정책분석
  • 2012-09-12
  • 김창수 기자, cskim@elec4.co.kr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전력은 새어나간다. 흔히 사무실이나 집에서 PC 사용 후 자신의 행동 패턴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PC 전원 종료 후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일어날 것이다. 전원을 종료했다고 모든 것이 끝났을까?

기기의 주 기능과 관계없이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를 ‘대기전력’이라 부른다. 해외에서는 이를 일컬어 ‘전기흡혈귀(Power Vampire)’라 한다. 오늘날 디스플레이 장치가 장착된 제품 증가로 대기전력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3.66 W의 대기전력이 매일 소모되고 있다. 이는 매년 한 달 전기 사용량에 육박하는 가구당 306 kWh(가정 전력소비량의 11%)로, 국가 전체 손실액이 무려 5,000억 원에 이른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OECD 회원국의 경우 가구당 전력소비량의 10%인 60 W가 대기전력으로 추정하고 2010년까지 모든 전자 제품의 대기전력을 1 W 이하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대기전력 손실을 막기 위해 정부가 2010년까지 대기전력 1 W 이하 전자기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지원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대기전력 1 W 정책은 사용자가 직접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이 아닌, 기술적으로 대기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자기기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Standby Korea 2010
2004년에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Standby Korea 2010’ 정책을 수립해 2010년 대기전력 1 W 이하 달성을 위한 국가 로드맵을 마련했다. ‘Standby Korea 2010’은 1단계(2005~2007년) 자발적 1 W 정책, 2단계(2008∼2009) 의무적 정책 준비 및 일부 제품 의무규정 적용, 3단계(2010년~) 의무적 1 W 정책으로 크게 나누어 추진됐다.
1단계에서는 대기전력 절감 프로그램 및 에너지 효율등급 표시제도 기준을 마련해 1 W 정책 중심으로 개편했다. 에너지절약 마크 표시 기준과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필수 조건으로 대기전력 1 W 이하를 기준 적용했다. 또한 국제 표준 규격인 KS C IEC 62301(가정용 전기기기의 대기전력 측정)을 채택했고,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표시제도도 기존의 1등급 필수 조건이었던 동작 시 최고 효율만 달성하는 것에서 ‘동작 시 최고 효율+대기전력 1 W 이하’를 모두 만족해야만 1등급을 표시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2단계는 대기전력 절감 기준 미달 제품에 경고 표시 의무화 등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을 추진했다. 법 개정 이후 TV 시범 적용(2008.08)을 거쳐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복합기, 셋톱박스, 전자레인지 등 6개 제품을 대기전력 경고 표지 대상 제품으로 지정했다. 대상 제품으로 지정되면, 임의규정에서 의무규정으로 전환되어 대기전력 절감 기준 미달 시 제품 명판에 경고 라벨을 의무적으로 표시했다. 3단계는 대기전력 1 W 이하를 달성하지 못한 제품에 대기전력 1 W 미달성 품목임을 알리는 표식을 제품 명판에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대기전력 절감이 잘 이뤄지지 않는 품목에 대기전력 최고 허용기준 제도를 도입했다. 궁극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전자 제품에 대해 의무적 대기전력 1 W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대기전력 절감은 진행 중
2010년 말 대기전력 경고표시 대상 제품으로 지정된 19개 제품의 생산/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기전력 절감 우수 제품 시장점유율이 2008년 60%에서 2010년 98.6%로 증가했다. 반면 19개 제품의 대기전력 경고 표시제품 시장점유율은 1.4%에 불과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국 109가구를 대상으로 실측 분석한 결과 2003년(기기당 3.66 W에서 2011년 2.01 W로 감소) 대비 가정 내 보유 가전기기 1대당 대기전력은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연간 대기전력 총량은 25% 감소(1,130 GWh/년)했고, 대기전력 총량은 2003년 4,600 GWh/년에서 2011년 3,470 GWh/년으로 감소했다. 이를 전력요금으로 환산하면 2011년 연간 1,356억 원을 절감한 것이다. 가구당 연간 대기전력 소비량도 2003년 306 kWh에서 2011년 209 kWh로 32% 감소했다. 시판되는 가전기기 다수가 대기전력 1 W 이하로 보급될 경우 향후 2년 내 가정 대기전력이 평균 1 W대로 진입할 전망이다.



국내 가정은 가구당 23.9대의 가전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대기전력을 소비하는 가전기기의 수는 가구당 18.5대로 2003년에 비해 19% 증가했다. 특히 전국 가정용 대기전력의 총량(순시 전력)은 618 MW에 달하며, 이 수치는 전국 가정의 모든 가전기기가 동작하지 않고 플러그만 꽂혀 있어도 500 MW급 화력발전소 1기 이상의 전력소모를 의미한다. KERI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 기존 가정 내 보유 제품 외에 매장에서 시판되는 가전기기의 80% 이상이 대기전력 1 W 이하에 해당하는 등 가전업체의 노력과 정부의 대기전력 1 W 정책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기전력이 높은 일부 부진 품목과 대기전력을 고려하지 않는 저가 제품 중심인 빌트인(built-in) 가전에 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네트워크 가전 및 스마트 기기는 미래의 대기전력 다소비 품목으로서 정책과 R&D가 연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KERI는 가전기기용 대기전력 절감회로 기술로 대기전력 절감 반도체를 개발해 대기전력 최고 0.3 W 이하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된 대기전력 절감 반도체를 각종 가전기기에 적용하면 연간 667억 원(2013년 추정)의 전기에너지 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까지 0.5 W 목표
정부는 Standby Korea 2010에 이어, Standby Korea 2015를 통해 2015년까지 오프모드를 중심으로 대기전력을 0.5 W까지 낮추고 네트워크 대기전력인 능동 대기 모드도 제한할 계획이다. 3대 중점 분야로 네트워크 제품의 대기전력 관리, 대기전력 사각지대 제품 개선, 대기전력 프리미엄 제품 육성 시책이 시행된다. 또한 기존 에너지절약 정책의 수단으로 효율제도(동작 시 기준)와 대기전력(비동작 시)으로 구분해 운영됐지만, 향후 동작 시(효율)와 비동작시(대기전력)를 결합해 이행할 것을 제시했다(TEC: Typi
cal Energy Consumption 및 효율 80+ 제도 등). 특히 대기전력 효율화를 위해 R&D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주요 R&D 대상 기술은 스마트 가전 및 네트워크 가전의 대기전력 절감기술(Near zero 대기전력 절감기술: 고효율 Nano 전원장치로 가전기기의 대기전력을 0에 근접한 수준으로 개발), 가정용 전원장치 효율 80+(100% 뿐만 아니라 중부하, 무부하 구간에서도 효율이 우수한 전천후형 고효율 전원장치) 기술, 보일러 등 대기전력 사각 품목에 대한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빌트인 가전에 대한 대기전력 절감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국토해양부는 ‘친환경 주택의 건설기준 및 성능’ 및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 기준’에 대기전력 절감 우수제품과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현재 대기전력 절감 프로그램의 경고표시제 시행과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표시제도 1등급 필수 조건으로 대기전력의 상당한 양을 절감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기전력 절감기준 적용 시 역률을 고려하지 않아 상당수의 대기전력 관련기기의 역률이 낮은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그러나 대기전력이 낮아 역률이 저하하더라도 전력설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지 않는다. 따라서 Standby Korea 2015에서 대기전력 기준에서 역률을 특별히 규제하지 않을 예정이다. 2015년 대기전력 0.5 W 정책이 정착되면 우리나라 대기전력 총량은 2,740 GWh, 연간 절감량은 1,420 GWh(1,7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0년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EA의 25개 에너지절약 권고사항에 대한 각국의 이행 현황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28개 IEA 회원국 중 15위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셋톱박스 대기전력 소비 가장 높아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국의 가정 가운데 수도권 49가구를 비롯해 강원, 충청, 호남, 영남권 등 전국 105개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대기전력을 실측했다. 조사 결과 가정 내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기는 셋톱박스(12.3 W)로 나타났다. 대부분 24시간 콘센트에 플러그
가 꽂혀 있는 TV의 대기전력이 1.3 W에 불과한 반면, TV와 연결해 사용하는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은 약 10배나 높았다. 이외에 인터넷 모뎀(6.0 W), 스탠드형 에어컨(5.8 W), 보일러(5.8 W), 오디오 스피커(5.6 W), 홈시어터(5.1 W), 비디오(4.9 W),오디오 컴포넌트(4.4 W), 유무선 공유기(4.0 W), DVD(3.7 W) 등이 대기전력이 높은 10대 가전기기 안에 포함됐다. 이밖에 가정에서 많이 쓰는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는 각각 3.5 W, 2.2 W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대기전력이 낮은 기기로는 인터넷전화기(0.20 W), 선풍기(0.22 W), 휴대전화 충전기(0.26 W)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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