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D 프린팅 산업화? 뭘 만들지 파악하는 게 급하다”

  • 2019-08-09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 취재 / 신윤오, 전동엽 기자



인터뷰 한국기계연구원 3D 프린팅 장비연구실 이창우 실장(오른쪽)

장비, 재료, 공정의 융합 개발이 핵심…금속 프린팅에 중점

취재 / 신윤오, 전동엽 기자


그는 대뜸 ‘사람들이 언제 영화를 많이 보냐’고 물었다.

연구원에서 개발한 3D 프린팅 제품이 ‘언제 상용화될 예정이냐’고 질문을 던지고 나니 되돌아 온 물음이었다. 인터뷰 시간은 얼추 30분이 지나고 있었고, 내용도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타임이었다. 그는 기자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 본 듯했고, 역시 많이 고민해 본 느낌이 역력했다.

기자의 질문을, 마치 ‘상용화는 할 수나 있겠느냐’ 혹은 ‘상용화가 가능한 일이냐’는 것부터 ‘3D 프린팅 산업의 한계’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한 모양이다.

잠시, 기자의 답변을 원한 게 아니다, 라는 표정으로 한국기계연구원 3D 프린팅 장비연구실의 이창우 실장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영화 관객수를 보면 3~5월과 10~12월 사이가 낮은 편이다. 날씨가 좋기 때문에 야외로 놀러가지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는 말이다.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냐면, 3D 프린팅은 우리끼리 경쟁해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와 영화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와 경쟁해서 이겨야만 관객을 잡을 수 있다. 3D 프린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끼리 경쟁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기존 가공방법보다도 우수해야만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다시 말해, 3D 프린팅은 금형과 같은 기존의 기술보다 우수해야 차별성이 있고 이를 받아들이는 산업 환경(날씨)이 바뀌어야 말 그대로 혁신적인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 기자가 대전(기계연구원)까지 내려가 듣고 싶었던 것은 ‘왜’ 3D 프린팅인가 라는 이야기를 되풀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떻게’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그 답변이 단서를 마련해 주길 바랐다.

한국기계연구원 3D 프린팅 장비연구실은 직접 장비를 만들고 있는 3D 프린팅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금속 3D 프린팅 장비가 메인이지만 바이오 프린터 쪽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좋은 일도 있었다. 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하는 올해(2018)의 10대 기계기술에 이창우 실장이 이끄는 금속 3D 프린팅융합연구단(M3P)의 ‘산업 실용화를 위한 대면적 고속 금속 3D 프린팅 장비, 재료, 공정 개발’이 선정되었다. 이 기술은 금속분말을 레이저와 같은 고출력 에너지원을 사용해 적층하는 방식으로 3차원 형상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무엇보다 3D 프린팅에 융합연구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궁금했다.


"금속 3D 프린팅은 장비만 있다고 되지 않는다.
장비와 공정, 재료 3박자가 맞지 않으면
똑같은 프린터를 갖고도 양품과 불량품을 만들 수 있다.
금속 3D 프린팅 자체가 융합적인 요소가 있다."



“플라스틱 3D 프린팅은 장비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장비만 좋으면 웬만하면 다 된다. 그런데 금속 3D 프린팅은 장비만 있다고 되지 않는다. 장비와 공정, 재료 3박자가 맞지 않으면 똑같은 프린터를 갖고도 양품을 낼 수도 있고 불량을 낼 수도 있다. 금속 3D 프린팅 자체가 융합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융합연구단 사업으로 신청할 수가 있었다. 융합연구단 사업이라는 속성 자체가 어떻게 보면 한 연구소의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여러 연구소의 기술이 합해져서 되는 것이다.”



연구단에서는 DED, PBF, ME 방식(박스 참조)의 3D 프린터를 모두 개발했다. 새로운 DED 장비의 경우, 표면을 자동적으로 쫓아가는 오토트래킹(auto Tracking) 기능이 핵심이다. 기존 장비에는 없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탓이다. 연구단이 개발한 오토트래킹 기술은 표면에 대한 데이터를 사전에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높이를 측정한다. 연구단이 이 기술에 공을 들인 이유는 DED 장비의 시장을 염두한 까닭이다. 바로 이 장비가 신제품보다는 제품의 개보수 시장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오토트래킹은 개보수에 굉장히 특화된 기술이다.

“우리는 이 기술로 프레스 금형의 개보수 쪽에 활용하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프레스금형 시장이 중국이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라는 점도 작용했다.
PBF 장비도 기존 장비와 다르다. 이전에는 분말을 깔고 한 레이어씩 레이져를 쏴서 프린팅했다. 인쇄할 때마다 미러를 움직여서 방향을 바꿔, 원하는 모양으로 프린트했다. 하지만 레이저를 쏘는 거리에 따라 초점이 맞는 영역과 맞지 않는 영역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연구단은 렌즈를 끼워 스팟사이즈를 모두 동일하게 만들었다. 대신 프린팅 영역이 더 작아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테이지를 움직여 인쇄 영역을 넓히고, 정밀도는 높였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된 방식이라고 한다.

“스팟 사이즈가 기존 장비보다 작아져 정밀한 프린팅이 가능하지만 내부를 메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그래서 내부는 큰 스팟의 레이저를 사용해 메운다. 한마디로 얇은 붓으로 테두리를 그리고 굵은 붓으로 색을 채워 넣는 것과 같다.”

FDM으로 많이 알려져 플라스틱에 주로 많이 사용했던 ME 방식에도 획기적인 기술을 도입했다. 플라스틱 와이어를 집어넣어 녹인 후 분사하는 방식인데, 메탈에 적용하려면 온도를 1000℃까지 올려야 한다. 하지만 연구단은 300℃에서 녹는 저융점 메탈을 ETRI에서 도입해 장비를 개발했다. 이 프린터로는 플라스틱과 메탈을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좋은 장비를 개발했다, 그런데 상용화는?

이런 우수한 장비 제작 기술을 개발했지만 되돌아 온 대답은 비슷했다.

‘그럼 상용화 된 게 있나?’이다.

이 실장 입장에서는 할 말은 많지만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했다. 간단하다. 단가가 높기 때문에 상용화를 못했다. 상용화가 안 되니 많이 못쓰는 것이다.

사례를 찾아보자. 3D 프린팅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부품은 GE가 만드는 항공 부품이다. GE가 3D 프린팅으로 만든 부품은 20개 부품이 1개로 줄인 것이다. 항공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무게는 무려 25% 줄어들고 가격도 30% 낮아진다. 기존의 금형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결과물이다. 그가 ‘룰 체인저’라고 말한 이유이다. 3D 프린팅이 가진 장점을 이용하면 기존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다. 디자인 룰을 바꿔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이 실장을 주장한다. 항공분야가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이지만 문제는 ‘인허가’이다. 생명이 달린 분야이기 때문에 쉽게 도입할 수가 없다. 3D 프린팅의 걸림돌인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래서 다음으로 가장 먼저 찾은 분야가 국방이다.

“국방의 경우, 부품이 마모되어 못 쓰는 것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 부품 가격이 굉장히 비싼데 약간의 마모가 생겨도 교체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마모된 부분을 3D 프린팅으로 개보수해 군에 납품하고 있다. 새 부품이 750달러라면 개보수하면 75달러가 든다. 수리 기간도 46주에서 9주로 줄어든다. 군대에서 부품을 사려면 바로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리 사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용 문제를 떠나 군 전력의 차원이다. 함정이 고장나면 탑승인원들은 모두 놀아야 한다. 더구나 해외 파병의 경우, 부품 하나가 문제되어 며칠 정박하게 된다면 그 비용이 얼마인가.”

열 문제에 있어서도 3D 프린팅은 금형에 비해 우수하다. 사출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프리폼에 플라스틱이 들어간 후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열을 빼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D 프린팅을 통해 금형 틀에 물이 지나갈 수 있는 쿨링 라인을 만들면 열을 빨리 식힐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품 하나 만드는데 드는 시간이 25초에서 14초로 줄어들게 된다. 생산성이 1.5배가 된다는 얘기다. 이는 공장을 1.5배 증축하는 효과를 보기 때문에 기존 금형보다 가격이 2~3배 비싸도 사게 된다.

프레스 금형도 마찬가지다. 펀치를 통해 금속을 자르거나 찍어내는 프레스 금형은 손상되는 부위에 모제보다 훨씬 강한 재질을 입혔더니 수명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3D 프린팅 도입이 잘 안되는 이유는 뭘까.


"3D 프린팅은 룰을 바꾸는 게임이다.
룰 체인저의 역할을 해야만 3D 프린팅이 비로소 산업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앞서 언급한 분야들이 굉장히 보수적인 분야이다. 지금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검증이 안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프레스로 찍어내는 부품 하나가 문제가 생기면, 제품 출시 자체가 늦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형업계가 굉장히 보수적인 것이다. 이에 대한 피해보상은 누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D 프린팅을 하면서 제일 힘들고 답답한게 이런 부분이다. 의료는 말할 것도 없다. (항공 부품을 바꿔 나가는) GE가 그래서 대단한 것이다. 산업의 리더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 실장은 3D 프린팅 시장이 커지려면 ‘시장의 룰’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시장의 룰은 위험부담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큰 기업이 바꿀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3D 프린팅 산업이 크게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위험 부담을 안고 나서는 국내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금형분야에서 그런 리스크를 안고 도전할 수 있는 업체를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금형 회사의 입장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구조상 금형 회사가 3D 프린팅을 도51입한다고 결정해도 문제는 금형 회사에 부품을 맡기는 수요기업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다.

“범선과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증기기관이 나왔을 때 범선에서는 증기기관의 안 좋은 점만 언급했지만 결국 전부 증기기관으로 바뀌고, 그게 디젤로 바뀌게 됐다. 기술이 좋기 때문이다. 3D 프린팅도 마찬가지다. 금형시장에서는 언젠가 3D 프린팅이 적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렇다면 국내 3D 프린팅 개발 수준이나 기술 능력은 어느 수준일까. 장비를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 해외 기술과의 수준 차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3D 프린팅 소프트웨어(SW)의 경우, 해외 기업들이 많이 개발한 상태이지만 이 실장은 그게 크게 사업화의 목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뒤처져 있지만 마음먹으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특수한 소프트웨어들은 개발을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3D 프린팅 소재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대부분 수입을 하는 이유는 기술 때문에 아니라 수량의 문제이다. 3D 프린팅 전용 메탈이 별로 없기에 소결 합금용으로 만든 분말을 사용하고 있다. 주조에 사용하는 메탈을 가져다 사용하는데 소량과 대량을 만들 때 단가 차이가 많이 난다. 외국 기업들은 대량생산 체제라 굉장히 싸다.

최근 불거진 외산 소재 때문에 물어 본 핵심 질문중의 하나였는데, 이 실장은 갑자기 초점을 돌렸다. 이 실장은 국내 기술 수준이 90%에 육박한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3D 프린팅, 뭘 해야하나


핵심은 3D 프린팅에 맞게 디자인된 무언가를 적합하게 프린팅할 수 있느냐이다.

프린팅할 수 있는 능력은 높은데, 적용할 분야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 다시 3D 프린팅 산업 이야기로 돌아갔다. 3D 프린팅의 케파를 알지만 어디에 써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3D 프린팅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 설계자들이 3D 프린팅의 가능성을 인식해서 설계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3D 프린팅의 밸류가 살아나야 산업이 산다.

“지금 현재로 봐서는 3D 프린팅을 가지고 뭘 해야할지 전부 모르고 있다. 생태계는 관두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 3D 프린팅 경우에 산업화가 되려면 뭘 해야할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생태계를 논하는 것 차제가 굉장히 어렵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제품의 성능이 굉장히 높아지고, 그런 설계 능력이 올라가면 3D 프린팅이 상용화될 것이다.”




이 실장은 그 자신이 3D 프린팅을 해왔기 때문에 3D 프린터가 가진 능력을 알고 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 말하면 ‘3D 프린팅이 그런 것도 돼?’라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3D 프린팅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3D 프린팅의 무서운 점은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2인자가 1인자가 될 수 있다.

“기존에 있는 것을 그대로 만드는 것은 백전백패다. 왜냐하면 기존에 만든 것은 기존의 가공방법에 적합하게 디자인된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게 3D 프린팅이 100원으로 만들 물건을 1000원으로 만드는 기술로 치부받고 있다는 점이다.”

3D 프린팅의 가치를 알아주는 날이 오기를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정부 지원이다. 정부에서는 차세대 산업이라고 지원도 많이 하는데 정작 산업계에 있는 당사자들은 억울하단다. 3D 프린팅 지원금이 주로 어디에 쓰이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외국 장비회사만 좋은 일 시키는 사업이란다. 인프라 구축사업이라고 해서 다 외국장비 사다가 놓고 정작 R&D에 쓴 돈은 얼마 안 된다. 최근 곳곳에 만들어지는 3D 프린팅 센터를 일컫는 말이다. 3D 프린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부분 외산 장비로 도배하는 것은 문제이다. 인력 양성이라는 명분으로 단순한 오퍼레이터를 양성하는 것도 지적했다.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인재는 아니라는 것. 인재는 디자인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을 말한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처럼 유지해 나가서 금형(3D 프린팅)을 계속 할 것이다. 금형은 분명히 될 것이다. 국방 분야에서도 성공한 사례를 만들고 싶다. 그런 사례들을 시작으로 3D 프린팅이 가지고 있는 밸류를 찾을 것이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프린팅을 요청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저는 3D 프린팅만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제가 디자인까지 제안해야하는 상황이다. 저는 3D 프린팅만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3D 프린팅의 가치를 산업계에서 좀 알아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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