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칼럼] 7월 斷想, 부엉이와 여우
  • 2018-07-04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미네르바의 부엉이

그리스 신화로 치면 아테나 여신에 해당하는 신이, 바로 로마 신화의 여신인 미네르바(Minerva)이다. 이 미네르바가 엉뚱하게도 약 10년 전에 한국 땅에서 크게 회자가 된 적이 있었다. ‘미네르바’ 라는 필명을 쓴 한 인터넷 논객이 리만 브라더스의 몰락을 예언한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낮선 땅에서 이름을 날리게 된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 대명사이지만 전쟁과 시, 의술, 상업, 기술, 음악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겸비했다. 이 미네르바의 단짝이 ‘부엉이’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로마 신화에서 미네르바와 항상 함께 다니는 신조(神鳥)를 말하는데 지혜를 상징이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법철학)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말을 남겼다.

어린왕자의 여우 길들이기

어린왕자가 생전 처음 보는 ‘여우’를 보고 말했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그러자 여우가 대답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잠깐 생각해보고 어린왕자가 다시 물었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말이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너무나 그걸 쉽게 잊지. 그건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야.” 여우는 다시 보충 설명한다. “지금 내게 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어. 그래서 난 네가 필요 없어. 너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해빠진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여우일 뿐이니까.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해져.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최근 KAIST 인공지능연구소는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행사 제목에 ‘인공지능 길들이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주최 측은 세미나 주제를, 어린 왕자 이야기에서 따왔다는 것인데 인류가 그 동안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온 것도 모두 여우 길들이기와 다를 게 없다는 의미이다. 자칫 사나워질 수 있는 인공지능을 사람의 가치에 맞추어 길들이기 위해 각각의 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의 호황과 위기

지난달 열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는 중국발 경고등이 켜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과 같은 신성장 엔진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굳이 현재의 반도체 호황을 ‘버블’이라고 꼭 집어 얘기하지 않아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기 문제는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은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이 2025년까지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18%까지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반도체)의 경우,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친다. 새삼스레(?) 제기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보면서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어린왕자의 여우 길들이기’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우리에겐 반도체의 영광을 이어갈 부엉이의 지혜가 있는 것인지,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길들여야 ‘여우’가 있기는 한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한국 축구처럼, 장기간의 계획과 준비 없이 월드컵만 나서면 “괜한 자신감으로 시작해 실망감으로 끝나는” 참사를 반도체 산업에서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달을 지내면서 몇 자 적은 짧은 생각(斷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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