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블랙홀에 빠진 과학자, 반도체에 홀린 연구자
  • 2020-11-03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중력이 너무 커서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개념은 이미 1784년에 존 미첼 목사가 제안한 주장이었다.

그는 빛이 입자라면 충분한 탈출 속도를 확보해야 멀리서도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미첼의 주장보다 훨씬 무겁긴 해도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수학적 증명을 내놓았다.

그 후로 100년 넘도록 이토록 획기적이고 놀라우며 급진적인 두 사람의 견해는,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 채 완벽하게 잊혔다(호킹, 짐 오타비아니 지음).

▲2020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캐리커처(윗줄 왼쪽 첫번째부터 로저펜로즈 옥스포드대 교수,  라인하르트 겐첼, 앤드리아 게즈 박사이다.
(출처: 노벨상위원회)

이 ‘중력으로 붕괴된 천체’라는 말에 더 나은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존 휠러였다. 휠러는 1967년 ‘블랙홀(black hole)’이라는 용어를 처음 학계에 제안했다. 이즈음 블랙홀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던 스티븐 호킹 박사와 그 동료들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옥스퍼드의 로저 펜로즈이다. 펜로즈 교수는 올해(10월 발표) 라인하르트 겐첼, 앤드리아 게즈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기반 해 블랙홀의 생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라인하르트 겐첼(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장)과 앤드리아 게즈는 보이지 않고 극도로 무거운 초대질량 밀집성(백색왜성, 블랙홀, 중성자별 등)이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별들의 궤도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펜로즈 교수는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특이점(singularity)’ 이론을 연구해 이른바 블랙홀 이론을 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엄청난 중력을 가진 천체에서 물질과 복사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을 이론으로 증명한 것이다. 생전에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졌지만 블랙홀 연구 업적도 많이 남겼던 호킹 박사가 살아 있었다면 공동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이들 수상자들의 평생에 걸친 연구 업적도 업적이지만 이번 노벨상의 또 다른 의미는 상상으로만 그려졌던 블랙홀의 과학적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존 미첼이 개념으로만 내세운 지 240여 년, 노벨상이 생긴지 120여 년 만의 성과이다. 블랙홀을 관측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수학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었지만(펜로즈도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이다) 그간 과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지난해 블랙홀 사진을 얻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블랙홀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 SETI의 노력

필자는 최근 TV에서 우연히 영화 콘택트(1997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주 천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전(?) 영화의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는 유명 천체 물리학자였던 칼 세이건의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속에 나오는 외계지적생명체탐사 계획, 즉 SETI는 실제 칼 세이건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던 프로그램으로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해 외계 행성들로부터 오는 전자기파를 찾아내거나 그런 전자기파를 보낸다. 영화는 그 바람을 실현했다. 외계로부터 신호를 받은 인류는 외계 생명체가 보내 준 설계도대로 기계장치를 만들었고, 이 장치에 탑승한 주인공은 웜홀을 통해 다른 세계로 이동해 외계 생명체를 만난다는 내용이다.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려는 SETI의 노력은, 개념으로만 생각했던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블랙홀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SETI에 관한 관심은 시들어졌지만 태양계 외부의 항성계 시스템을 찾으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TESS와 같은 우주망원경이 발달하면서 외계 행성을 계속 찾아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예다.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언젠가는 실제 외계 생명체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연구자의 노력이 쌓이고, 그 노력이 다시 다음 연구자에게 이어지고 이어져야 꿈이 현실이 되는 일이 많다. 수 백 년 만에 결실을 맺은 블랙홀 연구가 그랬고 외계 생명체 탐사도 그렇다. 본지가 이달에 특집 인터뷰로 꾸민 미래형 반도체 연구자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나 ETRI 전력부품연구실 연구자들의 발걸음이 한국 미래 산업을 책임질 인공지능 반도체와 화합물(전력) 반도체의 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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