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노트] 소리는 어떻게 무기가 되었는가
  • 2020-07-03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돼지촌에 나타난 선글라스 킬러 2인조의 무기는 가야금처럼 생긴 중국의 현악기(고쟁)였다. 이들이 현에서 튕겨낸 ‘소리’는 말 그대로 비수가 되어 날아가 마을의 무술 고수들을 속속 쓰러뜨렸다. 이 무시무시한 음파 무기를 제압하는 것도 역시 소리였다. 숨은 고수였던 돼지촌 여주인은 킬러들의 고쟁의 현을 끊어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사자후’를 내지르면서 킬러를 제압한다.

이처럼 영화 [쿵푸허슬]에서는 강호 제일 악당을 상대하기 위해 돼지촌 여주인이 사자후를 증폭하는 ‘대나팔 초식’까지 선보이며 소리 무기의 끝판을 선사하기도 한다. 불교에서 따온 ‘사자의 울음소리’는 부처의 설법이 악마를 굴복시킨 데서 유래했다. 저주파인 맹수의 포효가 실제 상대의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마을에 나타난 킬러 2인조의 무기는 가야금처럼 생긴 중국 고쟁의 현을 튕기는 것이었다. 여기에 돼지촌의 여주인도 엄청난 소리로 맞선다.
(사진: NAVER 영화 스틸컷)

큰돌고래들은 대서양청어를 추격하면서 이들에게 커다란 폭발음을 쏘아댄다. 청어들이 잘 들을 수 있는 낮은 주파수대의 폭발음이다. 연구진들은 큰돌고래가 청어 떼의 위치를 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음파 사격으로 청어들의 청각 기관을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이 ‘음대포’를 맞은 정어리 떼들은 마치 몸이 경직된 듯 원을 그리며 헤엄치기 시작했고, 몇 마리는 심지어 죽기도 했다고 한다. 대서양점박이돌고래들은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뱀장어를 사냥하기 위해 바닥에 연신 중간 정도의 주파수대의 음 대포를 쏜다. 폭음을 견디다 못해 은신처에서 기어 나온 뱀장어들은 돌고래의 먹이가 된다(마르쿠스 베네만著 동물들의 생존게임 중에서), 

별다방의 로고로도 유명한 그리스신화의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드는 충동질을 일으켜 죽게 만든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결박하고 선원들에게는 귀마개를 하게 해서 겨우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세이렌들은 치욕스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 다른 이야기로는 뛰어난 음악가인 오르페우스가 세이렌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로 맞불을 놓아, 이에 모욕감을 느낀 세이렌이 바다에 몸을 던져 바위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역시 소리에는 소리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바야흐로,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작금의 ‘소리’는 강력한 인터페이스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나 영상회의가 주목받으며 알렉사, 코타나, 구글홈과 같은 음성 어시스턴트가 더욱 확산되고 음성인식에 AI를 활용한 챗봇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사람을 죽이는 소리 무기와 사람 살리는 AI 스피커

국내 대표 통신사들과 포털들도 요 몇 년 사이에 AI 스피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스피커 ‘누구(NUGU)’를 활용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최근 서비스 제공 1주년을 맞아 사회 취약 계층인 독거노인들에게 ‘사회안전망’ 기능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AI 스피커는 독거 노인들이 “살려줘”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관계 기관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 외에도 AI 스피커를 이용하는 용도도 음악 감상(95.1%), 정보 검색(83.9%), 감성 대화(64.4%), 라디오 청취(43.9%) 등 다양했다. 

국내 대표 가전사는 음성만으로 문이 열리는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양손에 식품이나 그릇을 들고 있는 경우에 “냉장고 문 열어줘”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냉수 설정과 같은 음성 제어나 생활 정보도 음성으로 물을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냉장고 문을 굳이 음성으로 열어야하는가 싶지만, 음성 제어가 가전을 포함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나 신화에서처럼 적을 쓰러트리거나 뱃사람을 유혹하는 무기로서의 소리를 응용해 현대전에도 음향을 무기(지향성 음향무기)로 개발하기도 했지만, 생활을 좀더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는 음성(소리)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강력할 것이다. 그야말로 ‘소리 있는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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