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헬스케어 선택 기준, 선진국 제품이냐 기타냐 “우리는 기타”
  • 2018-07-17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 토론회서 나온 현장 목소리
개인정보 규제, 서비스 모델 부재 등 산적한 문제 극복해야


“요즘 해외 바이어들은 헬스케어 제품을 2가지로 분류한다. 선진국 제품이냐 아니면 기타 제품이냐이다. 우리나라 제품은 ‘기타’가 됐다.”

전 세계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관련 산업은 의료 분야 규제와 성공모델 부재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 열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 토론회에 나선 ‘H3 시스템’의 김민준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며, 한국의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껴서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몇 년 전부터 나왔는데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IT를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융합산업으로 주요 ICT 기업들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산업이다. 이에 글로벌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2014년 210억 달러에서 2020년 1,015억 달러 규모까지 약 4.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분야에 접목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규모는 연평균 42%의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도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몇 년 전부터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바이오 헬스산업 발전 전략’에 따르면, 올해 바이오?헬스 주요 기업에  1.1조원을 투자하여 1,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스마트 헬스케어 4.0 프로젝트는 주요 병원을 대상으로 보안형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주요 질병 예측 등 분석 알고리즘과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기술을 골자로 한다. 다시 말해 바이오 빅데이터 표준화 및 실증사업을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 민간 참여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규모 전망(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스마트 헬스케어의 주요 기술 분야(한국정보화진흥원)

올초 삼성KPMG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스마트 헬스케어의 현재와 미래’라는 리포트에서는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세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스마트 헬스케어를 포함한 의료·바이오 분야 벤처 투자 추이를 대리 변수로 살펴보았을 때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의료·바이오 분야에 대한 신규벤처투자는 3,170억 원으로 2011년(933억 원)의 3배 이상 규모로 증가했다. 

국내 산업은 꾸준한 증가세, 하지만...

산업 전망은 밝지만,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업체들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가장 큰 장애물인 의료 분야의 규제에 발이 묶여 진척이 더딘 상태에 있고, 국내에서 뚜렷한 헬스케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해 경쟁력 또한 떨어지는 상황이다.  
 
▲(주)에치쓰리시스템은 측정 장비, 헬스케어 게이트웨이, 소프트웨어 등 원격 건강관리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서 약 15년 정도 일하고 있다는 ‘H3 시스템’의 김 대표는 “현재 회사가 해외 시장에 주력하고 있어 해외 전시회에 다니고 있는데, 예전에는 바이어들이 의료기기 제품을 선진국의 메이저 제품, 중국산 아주 싼 제품, 메이저 제품과 품질은 유사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저가 브랜드, 이렇게 3가지 그룹으로 나눴다”며,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 제품이냐 아니냐 둘 중에 하나로만 본다”고 말했다. 

AI 기반의 진단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VUNO의 김현준 이사의 생각도 비슷했다. VUNO는 진입하기 어려운 의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과감하게 해외 진출을 도모했고, 그래서 처음에 본사도 미국에 차렸다. 하지만 그게 실수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을 일부 대체할만한 기술력이라고 자부하고 홍보도 많이 했는데, 결국에는 우리가 돈을 버는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2년 전에 미국 본사를 없앴고 한국에서 다시 사업을 진행했다.”  
 
▲인성정보는 IoT 기술을 적용하여,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의료서비스 플랫폼 지원한다.
사진은 2018년 두바이 국제 의료전(Arab Health 2018) 참가 모습


정부에서 진행하는 시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인성정보의 곽봉조 소장은 “국내에서 규모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10년 넘게 시범사업을 해봤지만, 항상 시범사업으로 끝이 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물건을 파는 것은 물이 끓는 것과 같다. 100도가 되어 물이 끓어야 물건을 팔 수준이 되는데, 한 5~60도 정도 따뜻해졌다 싶을 때 사업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메디컬과 웰니스 분야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하려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 5년까지 걸리고 인증까지 마치려면 6개월~1년6개월 정도가 더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의 시범사업으로는 결실을 맺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에 곽 소장은 “우리가 보통 연구 과제라든지 기술성숙도 단계를 9단계로 나누는데, 국책 사업은 5, 6단계에서 끝나고 사업화 과제는 7, 8단계에서 끝난다. 여기에 더하여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12단계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명과 암

스마트 헬스케어의 기본적인 산업구조도 국내 의료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구조적인 장벽이 있다. 바로 소비자가 일상생활이나 의료기관 등 전문기관에서 생성해 낸 데이터를 데이터 전문 기업이 수집 및 분석하여, 이를 의료 및 건강관리 기업이 다시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자문 및 치료해주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개인정보를 활용해야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실례로 민간기업에서는 '환자 빅데이터 정보'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빅데이터 환자정보 활용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보 소유권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화조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여기에 뚜렷한 사용 가이드라인은 구분하지 않았다. 개인 비식별화가 유효한 가명정보가 법제화되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Butterfly iQ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는 의사의 간편한 진단을 돕는 전기면도기 크기의 초음파 의료기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테크앤로 법률사무소의 구태언 변호사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건강 데이터 활용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 시민단체와의 해커톤을 통해 가명정보, 익명정보 개념을 개인정보 보호법에 추가하는 합의까지 이뤄졌다”며, “가명정보에 해당하는, 즉 누구인지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으나 사람으로써의 신체적 특징, 바이오 데이터 등을 포함할 수 있는 가명정보의 활용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BM의 ‘왓슨’ 의료인공지능도 18개의 식별자료를 제거하면 개인의 동의없이 건강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미국의 건강정보보호법(HIPAA)이 아니었으면 발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하다. 인성정보의 곽 소장은 “현재 IoT 최첨단 기술, 심전도 측정하는 스마트밴드, 피를 뽑지 않아도 되는 혈당 측정 기술 등 이미 인증이 끝난 제품이 있다. 인증을 받았다고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이 아니다”며, “제품의 정확도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여러 가지 임상이나, 정밀도, 표준편차 값이 크기 때문에 측정에 민감한 사람이나 노인들 때문에 임상 데이터를 많이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이처럼 데이터를 활용하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 바로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VUNO의 김현준 이사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시장이 없다면, 그것을 만들어내는 책임은 기업이나 연구자한테 있다. 한국에서라도 성공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인허가를 받지 못한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나 성공하지 못한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는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김 이사는 또한 “기존에 없던 시장이어서 직접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우리가 국내에서 인허가를 받으니,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2~3년 전에 전시회 나가서 보여줬을 때는 관심이 없던 기업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여 우리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가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Pillo는 약 복용을 챙겨주는 가정용 헬스 로봇이다. 
 
이에 대해 테크앤로의 구 변호사도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회사 모두 자국에서 성공한 후에 해외로 진출했다”며, “자국에서 성공하지 않고 해외로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내 시장에서 개발과 연구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성정보의 곽 소장 또한, “우리가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한다. 우리가 못하는 것을 트릭을 써서 잘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말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처음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품으로 타깃시장에 집중하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3 시스템’의 김민준 대표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당연히 글로벌 수준에 맞는 인력도 갖추어야 하고, 마케팅도 갖춰야 하고, 글로벌 수준에 맞는 자본도 갖춰야 한다. 그러기엔 우리가 너무 힘들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춰서 글로벌 시장에서 톱(top) 5안에 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거꾸로 우리나라에서만 1등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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