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목표는 상용화 위한 핵심 IP 확보, 그리고 연구원의 건강도 확보하는 것”
  • 2018-02-06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인터뷰 - 이규복 본부장 / 전자부품연구원(KETI)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

VR/AR 가상 스키 점프대 개발과 차량용 웨이브 통신 성과로 꼽아

전자부품연구원(KETI)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가 맡은 영역을 보면 재미난 일(?)이 많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분야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본부 소속의 각 연구팀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다. 미디어 콘텐츠, VR/AR, 웨어러블 디바이스, 빅데이터 분석, 자율주행차 솔루션, 무선 전력전송, 인공지능 기술이 그것이다. 본부는 일산, 판교, 하남 등에 지원 센터가 있는데, 주로 이동체를 연구하는 판교에서는 모빌리티 플랫폼과 지능형 영상처리 분야를 주로 다룬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차량간 통신을 연구하면서 국내 표준을 리드하고 있다. 지능형 영상처리 센터에서는 인공지능이 영상을 분석하고 학습해서, 그 데이터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자율주행차, 자율주행로봇, 드론에 응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국방과 보안용 카메라에도 적용하여 인식된 내용과 상황을 분석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이규복 본부장을 만난 곳은 미디어 방송 쪽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상암동 지원센터였다.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를 책임지면서 각 지원 센터를 돌다보니 매일 출근하는 곳도 다르다 했다. 본부가 담당하는 분야만큼이나 흥미로운 기술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보통신미디어본부에서 흥미로운 분야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원에서 규모가 가장 큰 건가. 연구원에 융합 분야도 있는데, 그렇게 보면 ‘전자부품’연구원이라는 이름과 이질적인 인상도 주는 것 같다.
A.
원래 부품 연구로 시작했기 때문에 부품 쪽 분야가 가장 크다. 우리 본부는 인원수로는 가장 적지만, 분야로는 여러 분야를 커버하는 구조이다. ‘전자 부품’이라는 것의 부품 단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의 차량통신의 경우, 칩부터 시작해서 이것을 묶는 시스템, 중계기, 알고리즘으로 이어진다. 지능형 영상칩이나 모듈을 어디에 적용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기존 부품들이 단순히 하나의 기능을 했다면, 현재는 소프트웨어가 같이 들어와 있는 융합 부품, 모듈화된 부품이 되었다. 이제 부품의 정의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마치 스마트 팩토리와 같이 시대에 맞춰 가는 것 같다. 그래야 시스템에 적용하기도 좀 더 수월하다. 이러한 융합 부품이나 스마트 부품을 이해하면 시스템이나 서비스 분야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부품들이 단순히 하나의 기능을 했다면, 현재는 소프트웨어가 같이 들어와 있는 융합 부품, 모듈화된 부품이 되었다. 이제 부품의 정의 자체가 바뀌었다.

Q. 국내 부품 산업은 늘 어렵다고 한다. (시스템) 반도체도 그렇고. 정부 사업도 많이 관여한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부품 산업에 대한 (잘못된) 생각중에는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 있다. 반도체 강국이지만 우리는 ‘절름발이 강국’이다. 우리는 메모리에는 강점이 있지만,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는 약하다. 심지어 중국에도 뒤처지고 있다. 현재 부품의 핵심은 집화된 반도체이다. 비메모리에 좀더 집중하고 많이 지원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에 칩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자율주행할 수 없다. 지금 (시험중인) 자율주행차를 보면 컴퓨터 5~6대가 잔뜩 쌓여 있다. 결국 이것을 칩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엔비디아나 인텔 등과 같은 업체는 여기에 집중하고 투자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비메모리 반도체이다. 그래서 반도체 강국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 같다. 현재 중국의 강점인 양자통신, 슈퍼컴 등의 경우 최근 미니슈퍼컴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크기는 PC 3~4대이지만 처리 능력은 수백 수천 대의 PC에 버금간다. 중국은 이미 개발 중이고 슈퍼컴에서는 세계1위이다. 지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경우에는 4개 또는 8개의 코어를 쓰는데,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슈퍼컴에는 수백 에서 수천 개의 코어가 하나의 칩으로 들어가야 한다. 로봇, 드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Q. 최근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의 성과 중 주목할 만한 것을 두세 개 소개 한다면.
A.
현재 VR/AR 연구를 진행 중인데, 가상 훈련과 체험에 관련된 일들이 많다. 스포테인먼트, 보트, 자동차, 항공기 등의 연습을 위한 가상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VR/AR 센터의 성과는 스키 점프대 개발이다. 지금은 국립과학관에 이전했다. 이 스키 시뮬레이터를 타보고, 부산에서도 전시 및 체험관을 개설해 달라는 요청이 왔고, 현재 가장 우수한 체험관이 됐다. 실제 스키 점프대는 길이가 수백 미터 되지만, 체험기는 약 14미터다. 이것을 만들 때 평창 스키 라인을 스캐닝하여 VR 기기를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리프팅, 점프, 착지까지 다 된다. 실제처럼 매우 익사이팅하게 만들었다. 이 스키 점프대를 체험한 국가 대표 선수들도 놀랄 정도였다.

또 다른 성과는 차량용 웨이브(WAVE) 통신이다. 미국은 버스나 트럭, 트레일러 등으로 물자 운송을 많이 한다. 이러한 장거리 운전의 경우 위험한 상황이 많다(거의 손을 놓고 운전하는 수준). 웨이브 통신을 통해 위험 상황을 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통신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약 30개국에서 웨이브 통신 테스트를 진행했고 우리가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목표는 인증을 받는 것이다. 현재는 체코의 스코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와도 연계하여 유럽 표준과의 연결을 준비 중이다. 세부적인 기술에서 누가 더 정확히 매치시켜 통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우리는 조율이 잘된 솔루션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세종시,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내년까지는 통신 기지국과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Q.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에서는 차세대 ICT 서비스를 연구한다고 표방하고 있는데, 차세대라는 용어가 너무 광범위한 감이 있다.
A.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Fast Follow’, 즉 따라가는 전략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국산화하고 상용화하여 우리가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해외에서도 시작 단계인 응용 분야를 연구한다는 의미에서의 ‘차세대’를 뜻한다. 또한 향후의 서비스나 응용 분야를 미리 연구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예를 들어 VR/AR 상용화가 아직은 느리지만, 앞으로 크게 발전할 분야이기 때문에 미리 개발하고 준비하는 것을 ‘차세대 기술’이라고 이름 붙였다.

Q.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엇보다 상용화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연구원 레벨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A.
우리는 다른 연구 기관과는 다르게 거의 70-80%의 연구 과제가 중소, 중견 기업과 함께한다.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기업과 매치시켜 주는 과제가 많다. 무조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65-70% 정도의 직원들이 기업체 출신이기 때문에 기술상용화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체와 함께하는 과제는 상용화와 신뢰성이 중요하다. 반복 실험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Q. 현재 미래성장동력 착용형 스마트기기 추진단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스마트 밴드와 스마트 워치 중심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시장이 침체된 감이 없지 않은데 웨어러블이 포스트 스마트폰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영역이나 구분은 밴드나 워치 중심이다. 하지만 VR/AR 또한 착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포함된다. 신체 신호를 감지하는 조끼나 신발, 발찌 등도 모두 웨어러블에 포함이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는 거부감과 피로감이 크기 때문이다. 상용화의 핵심은 편의성과 편리함인데, 오히려 착용하는 디바이스가 불편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AR/VR 기기를 착용하여 영화를 보면 풍부한 영상미를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눈이 피로하고 기계가 무거워서 거부감을 느낀다. 또 다른 점은 다양한 서비스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길 찾기, 메모, 상호 교류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한정된 기능만을 갖는다. 그래서 웨어러블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많아지고, 서비스와 연계되는 산업이 다양해져야 한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의 미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베이스로, 서브 기능으로 웨어러블이 사용될 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웨어러블의 문제가 해결되면 스마트폰과 굳이 함께 쓰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스마트폰이 없어질 수도 있다.

Q. 융합기술에서 인공지능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차세대 융합기술에는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접목되는 게 바람직한지 개발 사례로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A.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등은 위험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충돌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레이더나 라이다 등을 쓰는 것은 문제의 해결법이 아니다. 상황을 인식하고 인지하여, 학습을 통해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딥러닝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객체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다 보면,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다. 예를 들어, 다리나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 요즘은 휴먼 증강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인체의 부족한 부분을 인공지능이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연구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가령 투자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점들이 있다면.
A.
정부의 R&D 성장 지원 규모를 보면, 지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 않다. 연구 개발자 입장에서는 차세대 기술, 상용화를 위한 기술들이 꾸준히 지원되어야만 연구의 연속성이 생긴다. 연구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이번에 ‘13대 핵심 성장동력’을 만들어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기대가 크다. 빠른 민간주도형과 정부 주도형으로 분류돼 있는 ‘13대 프로젝트’는 집중적인 지원 분야를 설정했다는 사실이 큰 의미가 있다. 연구 과제의 연속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Q. 그 외에 인력수급이나 연구여건에는 어려움이 없는가.
A.
우리 연구원은 인력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좋은 인력을 많이 뽑고 싶지만 예산의 한계성이 있어 아쉽다. 하지만 최근 우수한 인력들이 많이 수급되고 있고, 대기업에 있는 연구 인력도 들어오고 있다. 다양한 연구를 하고 싶은 욕구가 큰 것이다. 그런 유능한 인재들이 해외로 많이 유출되는 것도 문제다. 국내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설계 분야의 인재들이 실리콘 밸리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Q. 기술과 관련하여 흔히들 ‘미래 기술은 선진국에 뒤지고, 제조는 중국을 못 따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융합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것 또한 제조력과 기술력이 뒤따라야 하는데, 우리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A.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서비스 분야를 먼저 창출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제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에 나가서 공장을 짓고 있는데, 적은 비용으로도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가 먼저 해야할 일이다. 3D프린터, 웨어러블, 드론과 같은 서비스 분야가 크지 못한 이유는 시장성이 없는 하드웨어와 같은 기기적인 측면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화된 서비스가 먼저 나오기 시작하면,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시장이 커진다. 독일 암베르크의 암벡공장은 하루에 5천만 데이터가 쌓인다. 문제가 생기면 불과 몇 분 안에 재가동되고 오동작률도 낮다. 스마트 팩토리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도 스마트 팩토리 요소들을 좀더 부각시키는 것이 인력이 적게 들고, 공장 사이즈도 작아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Q. 미래부 CP를 2년 정도 했다고 알고 있다. 연구원에서 중소기업과 일을 많이 해보고 정부 쪽 일도 경험이 많다. 업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는 항상 지원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기업들은 부족하다고 불만이 많다. 입장 차이가 큰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A.
예전부터 많이 개선하려고 했던 것이 현장방문과 현장수요조사이다. 인터넷에 공시된 정부 과제 대상자를 서류로 보고 뽑는 방법도 있지만, 현장에 직접 방문해서 필요한 것들을 듣고 지원 과제를 만든다면 좀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에서 ‘13대 성장동력’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으면, 그렇게 해야한다. 나도 현장에 있어 보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수요조사는 현장에 직접 가서 들어야 한다. 현재 일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 또한 자율공모가 확대되면 수요를 다양하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현장에서 어려움들을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Q. 마지막으로 2018년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A.
우리 본부는 외형적 확대보다는 핵심 원천기술, 특히 상용화를 위한 IP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에는 IP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이것을 위해 과제 수를 늘리기 보다는 집중적 연구와 반복 실험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상용화로 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 가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자율주행차 솔루션의 IP를 확보하려 한다. 또한 VR/AR 접목 가능한 서비스 기술들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웨어러블이나 3D 프린트 분야의 IP를 확보하려고 한다. 체계화된 기술들을 많이 확보해서 기업에 제공하려고 한다. 또한 국제 공동 연구도 강화하려고 한다. 올해 자율주행차 차량통신 인증을 받을 예정이고, 카네기 멜론대와 인공지능 콘텐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위해 유럽 국가들과 공동 연구할 예정이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밤늦게까지 일하는 연구원들의 건강이다. 직원들이 모두 건강한 게 가장 큰 새해의 목표이다. 과제 수를 줄여 집중하고 원천 핵심 IP를 확보하려는 큰 이유가, 연구의 체계를 세우는 일은 물론 직원들의 건강 체계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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