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칼럼] 알쓸신잡이 가상화폐를 만났을 때
  • 2018-02-02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이 문제를 예능으로 만들지 마라”

필자의 SNS에 뜬 어느 페친의 일갈이었다. 그가 공유한 글에는 JTBC 뉴스룸에서 긴급 편성한 가상화폐 토론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라는 기사가 걸려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라는 것은 가상화폐를 말하는 것이었고, ‘예능’이라고 표현한 데는 토론회에 참가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출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은 앞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바 있다. 더구나 최근 예능 대세로 자리잡은 유시민 작가가 아니던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론회가 ‘예능’은 되지 않았지만 예능만큼 큰 관심과 흥미를 일으켰다. 확실한 증거도 있다. 시골에 계신 필자의 아버지가 ‘블록체인’이 뭐냐고 물어볼 정도로.

지난해 말부터 불어 닥친 가상화폐 거래 문제가 투자와 투기 사이에서 열을 올릴 때, 정부의 대책도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도입될 때는 부작용이 따르기 십상이지만 가상화폐는 아이러니하게 투기과열로 더 유명해졌다. 말 그대로 ‘가상’이라는 온라인상의 개념과 ‘화폐’라는 실물 경제가 결합된 가상 화폐에 대한 접근법도 처한 입장마다 달라 혼란을 부채질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 생소한 용어 자체도 한몫했다. 하물며 한 야당의 대표가 가상 화폐 관련하여 ‘긴급’ 현장방문 자리에서 한다는 소리가 “채굴이 뭐냐”고 물어보고, 한편에서는 채굴단위를 ‘톤’으로 표기하는 가짜뉴스가 떠돌아 다닐 정도니, 가상화폐 문제가 예능이 되는 게 아니라, 가상화폐 문제를 다루는 입법, 행정 담당자들의 말과 행동 자체가 예능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토론회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결론을 내자고 시작한 토론이 아닌데도 토론의 ‘승자’가 누구라는 말로 토론회 자체를 가십거리로 만들기도 했다. 토론자들은 제각기 할 수 있는 말을 했을 뿐이다. 경제학의 입장에서, 공학자의 입장에서, 또는 기업과 학계의 입장에서 말이다. 각자 처한 입장에서 가상화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가상화폐 토론회가 펼쳐질 때, 일본에 있었다. 일본 최대의 전자 IT 박람회인 넵콘 재팬(NEPCON JAPAN)을 취재하기 위해서이다. 전시회는 반도체 전자회로부터 자동차, 로봇, 웨어러블, 스마트팩토리까지 모두 아우르는 행사였다. CES 보다는 못 미친다는 말도 있었지만 일본 전자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로봇 전시회에서는 각종 소셜 로봇과 안내 로봇 등이 등장해 발길을 붙잡았다.

물론 노령인구가 절대적인 사회의 특성상 필요한 기술이라지만 우리가 상상하기만 했던 로봇을 착착 현실화 시키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소재부품의 강한 특성을 살려서 웨어러블의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협업 로봇과 IoT를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도 착실히 구현하고 있다. 여기서 일본을 본받자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첨단 기술이 투기 대상으로 매도되며 신기술의 발전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가는 현상이 씁쓸했을 뿐이다.

한 가지만 더, 아버지가 물어 보신 블록체인에 대해 필자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주워들은 개념 풀이식의 이야기를 주절대다가, 비트코인은 ‘집’이고 블록체인은 일종의 ‘건축술’이라고 유시민의 비유를 슬쩍 얹었다. 아버지께서 토론회를 자세히 안 보셨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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