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칼럼] 2018년 새 해, 그리고 트레이드 오프
  • 2018-01-03
  • 신윤오 기자, yoshin@elec4.co.kr


     신윤오 편집장


죽느냐 사느냐, 라고 고민한 사람은 비단 햄릿만이 아니었다.

고민의 질이 다르다고 하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어느 순간마다 두 갈래의 길 앞에서 선택의 갈등을 느낀다.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에 대한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라며 깝치다 결국 굶고 마는 것은 육식 동물의 비애만은 아니다.

정말 간절하다면 우선 하나만 선택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사슴 무리를 노리는 초원의 사자가 선택하는 타깃은 가장 살찐 놈이 아니라 무리에서 떨어지거나 허약해서 가장 잡기 쉬운 놈이다. 가격과 성능을 모두 잡았다는 제품 광고 카피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가격과 성능,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우긴다면 그것은 필시 가격과 성능 일정 부분을 희생한 결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햄릿과 두 마리의 토끼 이론을 확대하는 지점에 대표적으로 트레이드 오프(trade off)가 있지 않나 싶다. 좀 구닥다리 이론 같지만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진리는 인류 역사상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요새 뜨거운 이슈인 핀테크 금융만 봐도 그렇다. 고객의 편익에만 주력하면 보안이 허술해지고 보안을 강화하면 고객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금융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따지고 보면 전자공학 자체도 트레이드 오프를 다루는 분야가 아닌가 한다. 어떤 소자에 상반되는 두 개의 특성이 있다고 했을 때, 하나의 특성이 좋아지면 다른 특성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령 회로 설계에서 주파수를 높이면 퍼포먼스가 좋아지지만 열이 발생해 효율이 떨어진다. 유리투명전극에서 투과도와 전기전도도 사이에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하며 배터리 기술의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도 선택의 기로에 선다.

바꿔놓고 보면 트레이드 오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의미를 한글로 옮긴 것만 봐도 그렇다. 문맥이나 사용 방법에 따라 타협이라고 표기하는가 하면 혹은 상충관계, 상관관계라는 말로 대신한다. 하나가 희생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희생으로 다른 하나가 이득을 얻으니 상충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격과 성능을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 생각지도 못한 신개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보면 무조건 하나를 버리는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트레이드 오프로 우리에게 친숙한 동반자가 된 동물도 있다. 2018년 새해, 십이지상으로 올해 주인공이 된 개(무술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빨은 육식동물처럼 날카롭고 강하나 위장 등의 소화기관은 초식동물에 가깝다는 점에서 야생성과 가축사이의 트레이드 오프를 확인할 수 있다. 야생의 개는 짖지 않으나, 가축화된 개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경계할 때에 짖는다. 일단 주인을 섬기면 타인에게는 경계심을 갖는다.

새해를 맞이하는 소회를 에둘러서 말하다보니 말이 길었다. 새해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것저것 다 챙기려 하지 말고 하나만 취하려고 시도 해보자. 혹시 아는가. 얻기 위해 버린 것에서 뜻하지 않은 이득이 생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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