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배터리를 향한 새로운 도전
  • 2017-03-03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IoT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기기의 전원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특히 별도의 배터리나 충전기 없이도 작동이 가능한 기기와 부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페 한 구석.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 그리고 그 스마트폰에 연결된 USB 케이블이 카페 내 전원 콘센트까지 이어져 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카페 내에서 목이 좋은 자리, 즉 전자 기기의 충전이 가능한 자리를 놓고 눈치싸움을 펼쳐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IoT 시대로 넘어오면서 더 다양한 전자 기기가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자 기기가 많아짐에 따라, 이슈는 당연히 사물이 차지하는 공간과 배터리 수명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기기의 소형화를 위해 고집적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저전력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교체 문제는 큰 이슈가 되고 있다. IoT 시대에는 수백억 개의 사물이 연결되며 각 사물에는 다양한 센서가 장착될 것이다. 이들을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전력공급이 필수인데, 전자 기기에 내장되는 경우도 있지만 별도의 전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IoT 구현에 필요한 유무선으로 연결된 각종 전자 기기의 작동에 필수적으로 수명이 긴 배터리 개발이 중요하다. 배터리의 수명 연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지만, 최근에는 무선 충전 방식은 물론이고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거나 또는 배터리 자체가 필요 없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부쩍 늘고 있다.
배터리 필요 없는 센서 등장

반도체 분야에서 저전력화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 세이코인스트루먼츠(SEIKO Instruments)의 자회사인 SII세미컨덕터(이하 SII)다. SII는 지난 해 10월, 초저 전력인 0.5 A를 소비해 웨어러블과 IoT 기기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 연장이 가능한 초저전류 소비 LDO(Low DropOut) 레귤레이터인 S-174x 시리즈를 출시한 데 이어, 11월에는 350 nA의 소비 전류를 보이는 LDO 전압 레귤레이터 S-1317 시리즈를 선보였다. S-1317 시리즈는 100 mA 출력 전류, 20 mV의 초저 드롭아웃 전압과 ±1%의 고정밀 전압 조정이 가능하다.

최근 SII는 배터리가 필요 없는 새로운 센서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월에 개최된 Nepcon Japan 2017의 제3회 웨어러블 엑스포에 참가한 SII는 동기식 벅 스위칭 레귤레이터인 S-8551A/85S1P 시리즈와 함께 에너지 수확(Energy Harvest)용 전원 IC인 ‘S-8880A(Clean Boost)’를 공개했다.
S-8551A/85S1P 시리즈는 초저 대기전류가 강점으로, 오프 시 전류는 260 nA, 100 μA 부하 효율은 90.3%에 달한다. 이는 일반적인 레귤레이터와 비교했을 때 배터리 사용 시간을 최대 2.5배 향상시킨 것이다.
SII 본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최성수 씨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정지 시 소비 전류는 배터리 수명에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S-8551A/85S1P 시리즈는 COT(Constant On Time) 제어 방식을 채용했으며, 지금까지 SII가 시계 IC 분야에서 쌓아온 저전력 기술을 COT 제어 방식과 결합해 초 대기전류 구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SII가 선보인 기술 중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에너지 수확용 전원 IC인 S-8880A 시리즈다. 현재 개발 중인 S-8880A 시리즈는 태양광, 진동, 열 등 에너지 수확 기술을 통해 획득한 매우 적은 양의 전력을 모아 스텝업 DC-DC 컨버터를 작동시키는 IC다.
SII는 웨어러블 엑스포에 S-8880A 시리즈를 활용한 4종류의 프로토타입 센서를 선보였다. 
첫 번째는 ‘Clean a-glove’다. 이 장갑은 별도의 배터리 없이 토양 속 발전균을 이용해 전력을 축적하고 축적된 전력을 사용해 무선 센서를 동작시킨다. 이 무선 센서는 토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 저장 장치로 전송하게 된다.
두 번째는 ‘Clean sun visor’다. 선 바이저는 태양광을 이용해 자외선 센서와 뇌파 센서를 구동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인간의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센서인 ‘Clean Ase Patch’다. 인간의 땀에 포함되어 있는 젖산에 반응하는 효소의 운동을 이용해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이 센서는 인간의 활동 정보를 블루투스를 통해 단말기로 전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것은 ‘Clean Eco Mouse’다. 이 마우스는 사용자의 손 온도와 클릭의 진동으로 작동하게 된다. 펠티에 소자가 빽빽하게 내장되어 있어 보통의 마우스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이러한 네 가지 프로토타입을 통해 SII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향후 IoT 시대는 무전원이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미약한 전력만 모으면 구동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전자 기기 시장에서 무전원은 매우 새로운 테마가 될 수도 있다.
 
최성수 씨는 “Clean Boost는 0.3V만 모으면 작동 가능하며 최대 3만 배까지 전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세이코는 이미 1998년에 체온으로 움직이는 시계(SEIKO THERMIC)을 발매한 바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저전력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대학교는 이미 2013년 전원 공급이 필요 없는 신용카드 크기의 소형 센서와 관련 무선통신 시스템인 ‘와이파이 백스캐터’를 만들어 선보인 바 있다. 이 시스템은 별도의 유선 전력 공급이나 배터리 없이 주위의 전파신호 에너지를 이용해 미세 전류를 생산하며, 이를 통해 센서가 다른 기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무선통신을 할 수 있다.
걷기만 해도 충전되는 나노 발전 기술
웨어러블 시장에서의 혁신적인 전력 기술은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매트릭스인더스트리즈(Matrix Industries)는 지난해 11월, 충전이 필요 없는 열전기 스마트워치인 ‘파워워치(PowerWatch)’를 공개한 데 이어, 1월 CES 2017에서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파워워치 X를 선보였다.

파워워치 시리즈는 열공학 및 최신 저전류 전자공학을 활용해 본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사용한다. 또 이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소모 칼로리를 계산하고 활동, 수면 등을 모니터링하며 사용자가 생산하고 있는 전력을 보여주는 전력계도 탑재하고 있다.
특히 첨단 활동과 슬립, 칼로리, 파워 트래킹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1년 정도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시계를 벗으면 자동으로 슬립 모드가 작동하며, 모든 데이터는 메모리에 저장된다. 다시 시계를 차면 수초 안에 작동 모드로 전환된다.
문지르면 충전되는 스마트폰과 걷기만 해도 충전되는 블루투스 헤드셋도 등장할 전망이다. 미시간주립대학교는 지난해 12월 신체 움직임으로 모바일 기기를 충전하는 나노 발전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미시간주립대 엔지니어링 연구원들은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접히는 필름과 같은 장치를 사용해 인간의 움직임에서 에너지를 얻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발전기로 알려진 저비용 기기로 과학자들은 배터리의 도움 없이 간단한 접촉이나 누르기 동작만으로 LCD 터치 스크린, 20개의 LED 조명 및 플렉시블 키보드를 성공적으로 작동시켰다.
  
미시간주립대의 전기 및 컴퓨터 공학 부교수이자 프로젝트 수석연구원인 넬슨 세풀베다(Nelson Sepulveda)는 “인간의 신체 운동에 의해 에너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휴대폰을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혁신적인 공정은 은(Silver), 폴리이미드(Polyimide),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등을 포함한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몇 겹의 레이어 층으로 제작한 실리콘 웨이퍼로 설계됐다. 또한 기기의 각 층마다 이온을 추가해 하전입자(전기적으로 양성 또는 음성 전하를 가진 이온입자)를 지니게 했다. 그로 인해 전기 에너지는 기기가 인간의 움직임으로 압력을 받을 때 생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기기를 FENG(Biocompatible Ferroelectret Nanogenerator)라 부른다. 이 나노 발전기는 종이처럼 얇고 가벼우며 애플리케이션과 크기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터치 스크린의 전원 공급에 사용되는 부품의 크기는 손가락 정도로 작았으며, LED 조명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는 손바닥만한 크기였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나노 발전기는 접힐 때 더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풀베다 수석연구원은 “기기를 접을 때마다 생성되는 전압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발전기를 접어서 더 작게 만들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발의 발뒤꿈치 부분에 이 발전기를 장착하면 땅에 신발이 닿을 때마다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세풀베다 수석연구원과 그의 팀은 발뒤꿈치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무선 헤드셋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위액 성분으로 작동하는 경구 캡슐
또한 위액 성분을 활용해 충전이 필요 없는 전자 경구 캡슐도 개발됐다. 2017년 2월 6일, ‘네이처’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와 브리검 여성병원 (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연구진이 위장에 있는 산성액에 의해 유지되는 장치를 설계하고 시연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캡슐은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센서로 사용할 수 있으며, 몸속에서 약을 투여하는 기기의 배터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발표된 캡슐은 길이 40 mm, 직경 12 mm의 크기이지만, 연구진은 이를 3분의 1 사이즈로 만들어 배터리, 메모리, 송신기, 마이크로프로세서, 약물전달 등이 융합된 캡슐 형태의 맞춤식 IC를 만들 계획이다. 즉 연구진의 최종 목적은 복용이 가능하고 스스로 유지·관리되는 스마트 의료기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체내 삽입 장치는 소형 배터리로 작동하는데, 기존 배터리는 시간이 지나면 방전 등의 안전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방전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일명 ‘레몬 배터리’로 알려진 단순한 형태의 전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레몬 배터리는 구리와 아연으로 구성된 두 개의 전극을 레몬에 꽂으면 신맛을 내는 레몬의 산 성분과 금속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캡슐 표면에 아연과 구리 전극을 부착해 전극 재료로 사용했다. 캡슐 표면의 아연 전극은 전해질인 위산을 만나면 이온을 방출하고 구리 전극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돼지를 이용한 실험에서 캡슐은 0.1~0.2V의 전기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커패시터를 이용해 전압을 2.2~3.3V까지 높였다. 또한 12초마다 한 번씩 돼지 위 속의 온도를 측정하고 900 MHz 무선 트랜지스터로 2m 가량 떨어진 기지국으로의 데이터 전송에도 성공했다. 특히 돼지의 위에서 대장까지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데 평균 6일이 걸려 그만큼 체내에서 오랫동안 생체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 캡슐이 생산한 전기량은 소장에 이르자 위산의 감소로 위에서 보다 100분의 1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트라베르소(Traverso) 교수는
“비록 소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기량은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기간에 걸쳐 작동할 수 있고, 소량의 정보 패킷 전송에도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MIT 전기공학·컴퓨터공학부 학장을 맡고 있는 아난타 찬드라카산(Anantha Chandrakasan)은 “이식 가능한 의료 기기에서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에너지 생성, 변환, 저장 및 활용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이 연구를 통해 신체에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기기를 구상해 자체적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진은 캡슐을 소영화한 후 생체 신호를 장기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센서를 추가할 계획이다.

메탄올 30리터로 30 kWh 충전 가능한 전기차 기술 등장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지난해 5월,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이종호 교수팀은 피부 속으로 들어오는 빛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기는 인체 내부에 완전히 삽입되기 때문에 외부의 균이 침입해 염증을 일으킬 위험도 적다. 
이 기기는 두께 6~7 μm로 매우 얇고 유연한 소재로 제작해 몸을 움직여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면적 0.07 cm2의 플렉시블 태양전지를 개발해 쥐에 삽입한 후 실험한 결과 647 μW의 전력을 생산해냈다. 연구진은 하루 2시간 동안 태양전지를 빛에 노출시킬 경우, 현재 상용화된 심박 조율기를 24시간 구동할 수 있는 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충전이 필요 없는 전기 자동차 기술을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했다.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DMFC) 전문기업인 프로파워와 수제자동차 개발사인 모헤닉게라지스가 조인트벤처 모헤닉파워팩토리를 설립하고 연료전지, 리튬이온전지 융합형 전기차 개발·생산에 나선다고 밝힌 것이다. 양사는 전남 영암군에 올해 4월까지 모헤닉파워팩토리를 건설한 후 공동 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상반기에 콘셉트카를 완성하고 연말까지 양산형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도로주행과 성능 테스트를 거친 후 2017년 이후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도 수립한 상태다.

DMFC는 주로 고분자 전해질막과 전극(Anode, Cathode), 그리고 스택을 구성하기 위한 분리판으로 이뤄진다. 음극과 양극을 고분자 전해질막에 Hot-Pressing 방법으로 부착시키는 것을 막-전극 접합체(Membrane-Electrode Assembly, MEA)라 하는데, 이것이 DMFC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프로파워와 모헤닉의 계획대로라면 세계 최초로 충전이 필요 없는 DMFC+리튬이온배터리 융합형 전기차가 탄생하게 된다. 모헤닉과 프로파워의 합작으로 생산되는 DMFC는 프로파워에서 약 13년간 500억 원을 투자해 2012년에 개발한 기술이다. 기본적인 방식은
3 kWh DMFC에서 생산된 전기를 30 kWh급 리튬이온 배터리에 농축해 저장한 후 일반 전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전기 모터 등을 구동하게 된다.
DMFC는 전기 자동차가 장시간 주차하거나 주행 중에도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외부 충전 없이 자체 발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연료비 측면에서도 획기적이다. DMFC는 메탄올 3%와 물 97%가 필요한데, 메탄올의 경우 리터당 약 350원 정도로 리튬이온전지 30 kWh를 충전하려면 메탄올 30리터(약 3,500원)만 있으면 가능하다.
IoT가 획기적인 세상의 발전을 이끌어낼수록 웨어러블부터 센서, 드론, 심지어 자동차까지 전기를 필요로 하는 기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수많은 센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전송하게 된다. 센서의 가동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보다 전기다. 배터리 성능은 아직까지 센서가 요구하는 수준까지의 성능을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같이 배터리 또는 충전이 필요 없는 기술의 진보는 IoT 분야에서 엔지니어들의 고민을 간단히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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