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에 뛰어든 삼성, 인텔 넘을 수 있을까
  • 2017-02-07
  • 김영학 기자, yhk@elec4.co.kr

시스템 반도체는 장치 종류에 따라 마이크로 컴포넌트, 로직 IC, 아날로그 IC, 주문형 반도체 등으로 구분된다.
2016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는 2015년보다 1.5% 증가한 3,39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2016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를 조사한 가트너(Gartner)는 상위 25개 반도체 공급업체의 총 매출은 2015년 대비 7.9%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시장의 75.9%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약 400조 원 규모의 시장에서 매출 1위는 여전히 인텔(Intel, 15.9%)로 25년째 1위를 지켰다. 점유율은 2011년 16.5%, 2012년 16.4%를 기록한 이후 줄곧 15.4%를 유지하다가 2016년 다소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분야의 점유율 강화를 통해 2002년 이후 15년 연속 2위 자리를 유지했으며 2016년에 점유율 11.8%를 기록했다. 브로드컴(Broadcom)은 아바고 테크놀로지스(Avago Technologies)에 인수되면서 11단계 상승한 5위를 기록, 상위 35개 업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였다.
가트너의 아드리아나 블랑코(Adriana Blanco) 수석연구원은 “최종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경우에 무선 및 컴퓨팅 분야가 최대 반도체 시장이었지만 2016년에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며 “무선 시장 매출은 9.6% 성장했으며 스마트폰과 메모리 시장의 부각에 힘입어 계속 견인되고 있다. 이 시장 상황은 전체 메모리 시장에 비해 매우 우호적이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강력한 비트 콘텐트 성장과 ASIC 및 비광학 센서를 포함한 다른 디바이스 범주의 성능 향상 덕분이다. 반면 컴퓨팅 분야 매출은 8.3% 감소했는데, 이는 부진한 PC 및 태블릿 시장과 메모리 부문의 부각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시장은 2016년 D램과 낸드(NAND) 시장의 공급 과잉,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로 출발했지만, 중반부터 재고 부족에 의한 가격 상승 요인이 작용했다. 낸드 플래시 시장의 경우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더딘 출발에도 하반기에 공급 부족 심화 및 가격 상승으로 성장을 견인했다.
한편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orld Semiconductor Trade Statistics: WSTS)는 2016년 11월 발표를 통해 2016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5년(3,351억 68,000만 달러)보다 다소 감소한 3,349억 5,3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부적으로는 2016년에 디스크리트(4.2 %), 센서(22.6 %), 아날로그(4.8 %), 마이크로프로세서(2.3%)의 증가가, 그리고 광전자(-3.6 %), 메모리(-3.8 %), 로직(-2.7%)의 감소가 예상된다. 지리적으로 보면 일본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미미한 증가세를 보이며, 미주 및 유럽 지역에서는 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7년 3%, 2018년 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22%에 불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지금까지 메모리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반도체 상위 10개 기업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상위권에 포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메모리 분야를 집중 육성한 결과다. 메모리 분야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음에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유는 메모리 분야가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WSTS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디스트리트 5.79%, 광전자 9.57%, 센서 3.23%, 아날로그, 14.15%, 마이크로프로세서 18.72%, 로직 26.36%, 메모리 22.18% 등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는 2017년, 2018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WSTS는 메모리 반도체가 2017년 4.4%, 2018년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체 반도체 성장률인 2017년 3.3%, 2018년 2.3% 보다 높은 것이다.
IC인사이츠(IC Insights)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201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2015년(773억 달러)보다 10.3% 증가한 853억 달러로 전망했으며, 2021년에는 1,099억 달러의 시장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도 전망이 밝은 편이어서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친 메모리 반도체 편향의 시장 구조에 있다. 특히 향후 IoT의 대중화, 4차 산업혁명에 의해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인텔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가트너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미국 기업으로 전체 시장의 31.5%(인텔 15.9%, 퀄컴 4.5% 등 포함)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2개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 16%를 점유하고 있다.


10 nm 경쟁 불붙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것 역시 향후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삼성전자는 CES 2017 개막일에 맞춰 라스베이거스에서 10 nm 제조 공정으로 만든 신형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개했다. 퀄컴(Qualcomm)도 이전 모델 대비 면적이 35% 줄고 전력 소모량도 25% 낮아진 차세대 스마트폰용 10 nm AP인 스냅드래곤 835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 두 시스템 반도체는 모두 삼성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10 nm로 제작된 시스템 반도체는 기존의 14 nm 1세대에 비해 칩 성능은 27% 개선되고, 소비 전력은 40% 절감할 수 있으며, 웨이퍼 생산량은 30% 늘릴 수 있다.
한편 인텔은 1월 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0 nm 공정으로 생산한 CPU인 캐논레이크가 탑재된 2-in-1 PC를 시현했다. 인텔은 캐논레이크를 앞세워 10 nm 공정을 PC 외에 서버, 자율주행 자동차, 모뎀 칩 등으로 확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시스템 반도체 시장 뛰어들다

10 nm 공정으로 만든 엑시노스 공개에 이어 삼성전자가 아우디에 14 nm 공정의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하게 됐다는 소식은 국내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우디와의 계약에 앞서 삼성전자는 테슬라와도 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과 공급을 위한 협력을 맺은 바 있다.
삼성전자가 완성차 업체에 자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납품하게 된 것은 향후 엑시노스 판로를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확대해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우디가 채택한 엑시노스 모델은 갤럭시 S7에 적용된 프리미엄급 AP인 엑시노스8 옥타(8890)으로 알려져 있다.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멀티 OS와 멀티 디스플레이를 지원해 차량 내부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최대 4개까지 동시 구동이 가능하다. 또한 빠른 연산 속도와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통해 혁신적인 인포테인먼트 구현이 가능하다.
차량용 반도체는 모바일 반도체보다 높은 신뢰성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내구성, 구동 안정성 등 성능 면에서 충분히 검증 받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아우디는 차량용 반도체에 요구되는 성능과 내구성을 만족하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실제 자동차에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2010년부터 반도체 업체들과 PSCP(Progressive Semiconductor Program)이라는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엑시노스 역시 PSCP를 통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로 선정됐다.
아우디 인포테인먼트 개발 책임자 알폰스 팔러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우수한 성능과 혁신적인 패키지 기술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최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3파전 돌입되나?

시스템 반도체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전략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인텔은 IoT 시대를 맞이해 무어의 법칙을 고수하기 보다는 저전력 기술, 컴퓨팅 플랫폼 등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고성능 프로세서와 통신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자동차 분야로의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텔은 2017년 1월 5일 자동차용 반도체 플랫폼을 ‘인텔 고(Intel GO)’라는 이름으로 재편,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부터 저가용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모두 패키지화해 개발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PC와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서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인텔이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인텔고는 10W 미만의 인텔 아톰 프로세서에서 높은 코어수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의 컴퓨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텔고는 아리아 10(Arria 10) FPGA와 자동차 업계에서 요구하는 성능과 안전표준을 지원하는 인피니언 오릭스(AURIX)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결합했다. 이와 같은 인텔의 행보는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텔은 5G 통신을 지원하는 모뎀칩도 출시해 IoT와 자율주행 자동차에 폭넓게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은 퀄컴이 2016년 10월에 5G 모뎀칩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X50을 최초로 공개한 지 세 달 만에 내놓은 것이다.
퀄컴은 독보적인 무선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최근 반독점법과 관련한 이슈가 있지만, 어찌됐든 무선 통신 기술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전략 추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NXP 인수로 모바일 AP와 모뎀 프로세서 중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자동차를 비롯한 IoT 분야를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아우디와의 계약으로 전장사업에 더욱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가장 큰 장점은 인텔과 퀄컴이 갖추지 못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하만 인수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패키지화할 수 있다는 강점까지 지니게 됨으로써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장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IoT의 발전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은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모리 분야만으로는 비약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이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향후 IoT의 수요 급증에 따른 시스템 반도체의 주목도가 커지고 있어서다.
과거와 달리 센서, 통신, 프로세서, 자동차, 스마트홈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에만 치중해서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놓칠 수밖에 없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텔과 퀄컴이 쌓아 놓은 성역은 불가침의 영역처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아성에 일단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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